청소년 목소리 직접 듣는 지방정부… 아동친화도시 늘어난다

아동·청소년 참여권 증진, 지자체가 뛴다 올해 아동권리지수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분야는 ‘참여권’이다. 참여권은 아동이 자신의 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생존권·보호권·발달권에 비해 보장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아동·청소년의 참여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 목소리로 도시 정책 만든다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청소년 200인 원탁토론회’에 부산 지역 청소년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생들은 토론을 주도하는 20명의 리더 토론자를 중심으로 총 20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건강 ▲문화와 여가 ▲안전 ▲사회 참여 ▲교육 정책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문화와 여가’ ‘교육 정책’부문에 집중됐다.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걸음 하기 어려운 미술관·박물관 관람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중심으로 나온 목소리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지정된 ‘문화가 있는 날’처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문화의 날’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 청소년 연합 체육대회, 대선 청소년 모의투표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교육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되자 ‘자유 학기제’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김민현(부산외고 2)군은 “자유 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나연(부산외고 2)양은 “프로그램 정원을 늘리거나 여러 반으로 만들면 될 텐데 학교에서는 형식적으로 진행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험에서 나온 제안도 있었다.

한국 아이들 얼마나 잘 살고 있을까?… 지수 소폭 올랐지만 아직 ‘C학점’

굿네이버스 ‘2018 아동권리지수’ 분석해보니 한국 정부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에 가입했다. 27년이 흐른 지금, 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최근 굿네이버스는 UNCRC 채택일을 기념하는 ‘세계 아동의 날'(11월 20일)을 맞아 국내 아동 9176명과 보호자 9176명 등 총 1만83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아동권리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 평균점수는 71.2점. UNCRC에 명시된 아동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등 네 분야의 지수를 종합한 점수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아동권리지수를 발표한 이후, 2년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책임연구원인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차 조사 결과인 69.2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소폭 상승했는데, 네 가지 권리 중 참여권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대학 학점으로 치면 여전히 C학점 수준이지만, 우리 사회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전 아동권리지수 전국 최고… 학년 올라갈수록 하락 연구에 따르면, 아동권리지수는 실제 아동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아동권리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자아 존중감, 행복, 학업 성취 등 긍정적인 발달 결과가 높게 나타났고, 반대로 부정적 발달 결과인 스트레스, 불안, 공격성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 비교해 보면 대전의 아동권리지수가 106.5점(평균을 100점으로 두고 지역별 상대지수로 환산)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울산(105.7점), 제주(105.3점), 부산(104.7점), 대구(104.1점), 서울(102.7점)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권리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2016년 대비 2018년 아동의 건강검진 비율은 높아지고, 수면만족도가 개선되는 등 객관적 건강 지표들의 증가를

스펙·취업 걱정은 “NO” ‘청년 공간’서 마음껏 모험해봐

서울에서 시작된 ‘청년 공간’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년 공간은 취업, 공부, 창업, 연구, 놀이 등 다양한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청년들의 공간을 가리킨다. 서울시의 청년 공간 브랜드인 ‘무중력지대’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G밸리(가산동점·가리봉동점·구로동점), 대방동, 목동, 창동, 동선동, 서대문(무악재점·홍제동점) 등 6곳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가 만든 ‘청년교류공간’, 금천구가 주도한 ‘청춘삘딩’, 강동구가 세운 ‘청년마루’ 등도 올해 설립됐다.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바람지대(경기) ▲당진시 나래(충남) ▲청춘나들목(대전) ▲원주시 청년마을(강원) ▲전주시 비빌 1·2·3호(전북) ▲청년두드림센터(부산) ▲청년다락(제주) 등을 잇달아 오픈했다. 전문가들은 “스펙 쌓기, 취업난 등에 짓눌린 청년들에게 마음껏 모험할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청년 공간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지역의 15개 청년 공간을 직접 방문해 청년 공간 지도를 완성했다. 카페나 학습 공간처럼 단순히 공간만 대여하는 곳은 제외했다.   ◇지역 커뮤니티에 중점을 둔 청년 공간 청년 공간 중에서도 ‘무중력지대 G밸리’는 지역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한 곳이다. 이곳에선 청년들에게 지역 커뮤니티 활동비, 공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지음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청년과 리더십을 갖춘 시니어를 연결하는 ‘G밸리멘토링프로그램’도 세대 간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호평받고 있다. 이용이 저조했던 금천구의 청소년독서실을 지역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청년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청춘삘딩’도 청년의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 ‘두잇(do it)’은 지역 활성화에 뜻을 둔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해준다. 매주 목요일 7시에는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 ‘대대식당’을 열어 ‘혼밥’하는 청년들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성북구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 미세 플라스틱 줄이는 세탁용품 사용기

올해 환경 분야의 화두 중 하나는 ‘미세 플라스틱’이었다. 각종 환경과학 분야 학회지에 발표된 ‘해양 동식물 체내에 미세 플라스틱 축적’ ‘전 세계 바다 소금의 90%에서 미세 플라스틱 검출’ 등의 연구 결과는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스티로폼, 페트병, 비닐 등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최근에는 ‘세탁기’가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각종 합성섬유가 세탁 과정에서 조각나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이 조각들이 배수구를 타고 내려가 바다로 흘러간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상 곳곳에 합성섬유가 널렸다는 것이다. 100% 면으로 된 줄 알았던 셔츠에는 폴리에스터가, 데님 생지인 줄 알았던 청바지에는 스판덱스가 섞여 있다. 비닐봉지 대신 사용하는 장바구니는 100% 나일론이다. 환경을 위한다면 이런 것들을 죄다 버리고 순천연섬유 제품들만 사용해야 하는 걸까. 웬만하면 옷을 빨지 말아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기자에게 ‘신기한 물건’이 포착됐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주는 세탁용품이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제품이라 ‘해외 직구’로 직접 사용해봤다. ◇미세 플라스틱 섬유 잡는 세탁 공 ‘코라 볼’ 써 보니 기자가 인터넷으로 구매한 제품은 ‘코라 볼(Cora ball)’이다. 뉴저지 바닷가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대학에서 해양 고고학을 전공한 미국 여성이 개발한 제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세탁 중 옷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잡아내는 세탁 공(laundry ball)’이라는 소개 글이 적혀 있었다. 사진으로 보니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100% 재활용 플라스틱이라고 한다)에 표면이 동그랗고 작은 고리들로 덮여 있어 반려동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폐교 논란 이후… 한양대병원 병원학교 수업 중단 두 달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폐교 논란이 있었던 한양대병원 병원학교의 수업 중단 사태가 두 달째 접어들었다. 병원학교는 소아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아들을 위해 병원 내에 설치한 학교다. 병원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환아들이 완치 후 학교로 빠르게 복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병원학교 폐교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달 16일이다. 환아 수업을 맡은 교육 봉사 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는 “이날 교무부장으로부터 폐교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바로 다음 날이 마지막 수업이 됐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20일 대학생 교사들은 병원장으로부터 폐교 통보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확인한 당일 교실을 찾았지만, 이미 책상과 책장을 비롯한 수업 기자재를 모두 치운 뒤였다. 대학생 교사들은 즉시 폐교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병원 측은 ▲폐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10월 20일) ▲폐교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바 없다(10월 25일) ▲병원장 임기 내 폐교는 없다(11월 1일) 등으로 태도를 바꿨다. 한양대병원은 “소아과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병원학교 기자재를 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수업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기자가 직접 병원을 찾아가 봤다. 기존 병원학교 교실이 있던 자리는 ‘심혈관집중치료실’로 바뀌어 있었다. 병원학교 간판은 철거된 상태였다. 한양어린이학교의 조현지(한양대 식품영양학과 2학년) 폐교반대TF 팀장은 “병원 측이 ‘폐교는 없다’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수업 재개를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면서 “임시 교실이라며 짐을 옮겨 놓은 공간은 소아과에서 멀리

국내 10대 그룹, 2019년 사회공헌 전망은?

내년에도 ‘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 협업 기대 기업 사회공헌 활동 규모가 한 해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이 지난해 사회공헌으로 지출한 금액은 2조7243억원에 이른다. 기업별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평균 나이는 9.4세. 기업 사회공헌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1월은 기업들이 내년도 사회공헌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어느 정도 확정하는 시기다. 더나은미래는 2019년 기업들의 사회공헌 트렌드를 짚어보기 위해 국내 매출 상위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내년 계획을 묻는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업 집단을 기준으로 상위 10곳(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신세계, KT)을 선정했다. SK가 응답을 거부해 11위인 KT를 포함시켰다.   ◇10대 그룹, ‘취약 계층·아동 청소년’에 집중… 예산은 전년 수준 유지 내년에도 10대 그룹은 ‘취약 계층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각 그룹을 대상으로 내년에 주력할 사회공헌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그룹이 ‘취약 계층 지원’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교육·학교·학술’ ‘문화·예술·체육’ ‘환경’ 순이었다. 취약 계층 지원은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집중해온 사회공헌 분야다. 최근 전경련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141개사)의 사회공헌 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31.3%)을 차지한 분야가 취약 계층 지원이었다. 한편 사회공헌 사업의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아동·청소년”사회 일반’ ‘환경’ 순으로 답했다. 10대 그룹의 내년도 사회공헌 예산 추이는 어떻게 될까. 포스코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예산 확대’를 선언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사회공헌 담당 조직 개편과 함께 사업 전반을

빅데이터 활용해 잠재 후원자 발굴… 모금도 이젠 기술력이다

모금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자동화·개인화되고 있다. 미국·영국 등 모금 선진국의 비영리단체들은 이미 자동화·개인화 전략을 모금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단체 홈페이지 접속자와 중도 이탈자, 정기 접속자 수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식이다. 국내 모금 시장에도 기술과 모금을 결합한 ‘모금테크(Fundrasing tech)’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금테크는 모금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통신기술을 총칭하는 말이다. ◇모금의 자동화·개인화… 노동 효율성 높이고 후원자 유입도 늘려 전문가들은 “국내 모금 시장의 양적 팽창이 정점인 상황에서 기존 오프라인 방식의 모금 전략을 고수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모금테크가 NGO들의 모금 효율성 증대시켜준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김재현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는 “회계나 후원자 관리, 마케팅 등을 자동화하면 NGO 내부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등을 대상으로 고객 관리 설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인 브릭투웍스의 김민창 이사는 “한 비영리단체에서 언제 후원자 이탈이 많은지, 왜 회원들이 이탈하는지 등을 분석했더니 많은 후원자가 결제 페이지 단계에서 나간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결제 단계를 최소화했더니 다시 후원자 유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처럼 자동화된 통계 분석으로 홈페이지 접속자가 줄어든 날짜에 이 단체보다 더 시선을 끈 캠페인은 없었는지, 거리 모금 장소나 콘텐츠는 어땠는지 등을 분석해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모금계에서도 모금테크를 도입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국제 구호 단체 플랜코리아는 아동 결연 시 아동 소개서 및 결과 보고서를 카카오톡, 이메일,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굴러갑니다”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 직접 해보니 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전라남도 고흥군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섬 소록도에 닿았다. 섬 이곳저곳에서는 에메랄드 빛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병 환자촌’이란 인식 때문에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으로 여겨졌던 소록도가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센병(나병의 올바른 표현)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2009년 육지와 섬을 잇는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사람들과 한층 가까워졌다. 소록도와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은 반가운 존재다.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소록도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에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발 끝이 수축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이들이 의료진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목욕을 하는 일상생활을 누군가 곁에서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자는 4박 5일간 국립소록도병원 자원봉사에 참여하며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봉사자의 하루 소록도병원 자원봉사자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는 바깥은 아직 한밤중. 자원봉사자들은 조끼만 더듬더듬 꿰입고 숙소인 자원봉사회관을 나서 배정된 병동으로 향한다. 일어나지 않은 ‘원생’(소록도병원에선 ‘환자’ 대신 ‘원생’이란 표현을 쓴다)을 깨우고 이불과 베갯잇을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그 사이 원생들의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일반 식단, 갈아서 나온 식단, 당뇨를 위해 조절된 식단 등

‘뭉쳐야 산다’ 소규모 출판사들의 이유 있는 연대

1인 출판사를 비롯한 소규모 출판사가 늘고 있다. 1인 출판사는 직원 5인 이하인 사업장(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준)을 가리킨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1인 출판사들이 2013년 3730곳에서 2016년 4938곳으로 늘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저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것을 소규모 출판의 증가 요인으로 꼽는다. 큰 사무실도 필요 없고 전자책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자본도 많이 들지 않아 창업이 늘고 있는 것일 뿐, 수요나 매출과는 큰 관련이 없으며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소규모 출판사들이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연대의 힘으로 경영적 고민을 덜고 소규모 출판을 위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 지난 9월 한 달간 소규모 출판사들의 연대 움직임을 심층취재했다. ◇지속가능한 출판 위해 뭉친 소규모 출판사들 “1인 출판사 붐은 2015년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독립출판이 인기죠. 새로운 형태가 주목받지만 조금 지나면 관심은 시들해지고 맙니다. 출판계 자체가 불황인 데다, 소형 출판사를 위한 환경은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죠. 작은 문제부터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연대가 필요합니다.” 지난 9월 2일 합정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옥균(50) 1인출판협동조합 마포 대표가 전한 말이다. 1인출판협동조합은 1인 출판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시작해 지원 자금을 받았다.1인출판협동조합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다. 1인 출판사들에게 당장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출판유통시스템 개선 활동이다. 박옥균 대표는 “일부 성공 신화 강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라며 “공동으로 종이를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교사 업무량만 늘릴 뿐 실효성 없어”

보육교사 280여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평가인증을 준비할 때는 밤샘 근무는 물론, 주말 출근이 다반사입니다. 서류 작업에 지친 몸으로 근무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도 많습니다. 학부모들도 평가인증 기간에 교사들이 무리하는 걸 알고 혹여나 아이들을 돌보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평가인증, 대체 이거 누구를 위한 건가요?” 최근 연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선 보육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어린이집 평가인증 전면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평가인증은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 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하는 제도. 평가인증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개별 어린이집의 교재교구비와 환경지원금 등 지원액이 산정된다. 2017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의 81.1%(3만2630개소)가 인증을 유지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 제도다. 보육 현장에서는 정작 평가 인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이 “제대로 된 평가 지표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보육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9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보육교사 커뮤니티 ‘지혜쌤의 최강 유아교육 자료실’에서 보육교사 2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2%(215명)가 평가인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76.9%(218명)는 평가인증이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육교사 99%가 “평가인증 위해 야간근무” 설문에 답한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의 가장 큰 문제점을 ‘교사의 업무량 증대(65.2%)’로 꼽았다. ‘평가인증 준비 동안 근로시간을 초과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못 믿을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실효성 없이 교사 업무만 가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마무리된 올해 국감에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지적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평가인증에서 95점 이상을 받은 어린이집은 전체의 70.5%였지만, 불시 확인 점검 결과 그 비율은 13.2%에 불과했다”고 지난 18일 말했다. 2005년 도입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정부가 마련한 인증 지표에 따라 보육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로 한번 인증받으면 3년간 유효하다. 기간이 만료되면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평가인증 상태를 유지하는 어린이집은 9월 기준 전국 3만9246곳 중 3만1474곳(80.2%)에 달한다.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해 인증 취소된 어린이집은 139곳에 이른다. 실제 아동 학대로 인증이 박탈된 어린이집은 2014년 16곳에서 2015년 40곳, 2016년 44곳, 지난해 55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은 모두 평가 당시 90점 이상 ‘우수’ 등급을 받았다. 평가인증제가 ‘수박 겉 핥기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보육 교사들도 평가인증제를 보육 서비스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실효성 없는 제도라고 말한다. 서울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A씨는 “인증 한번 받으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수십 가지인데, 어차피 아이들 돌보는 시간에는 할 수 없는 작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올해 평가인증이 설 연휴 직후여서 한 달 전부터 휴일을 반납했고 연휴에도 내내 나와 일했다”고 말했다. 보육 교사들은 한 달간 보육 일지를 따로 작성하고 생활기록부, 건강검진 서류, 특별활동 부모 동의서, 놀이시설 설치 검사 등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부터 평가인증 간소화를 적용했지만, 여전히 평가

난민 식탁서 ‘맛있는 수다’ 편견이 사르르 녹아요

[난민 푸드 페스티벌] “이거 한번 먹어봐요. 카문델레(콩고식 쇠고기 꼬치). 맛있어요.” 지난 22일 서울 홍대 앞 카페, 콩고민주공화국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서툰 한국말로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그는 자신의 솔 푸드(soul food)를 여러 시민들에게 선보이러 왔다고 소개했다. 셰프 못지않은 요리 실력으로 카문델레를 뚝딱 만들어낸 그는 ‘난민’이다. 난민들이 자신들의 고향 음식을 소개하는 ‘난민 푸드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2016년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난민 푸드 페스티벌의 연장선”이라며 “음식을 통해 난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행사는 사전 신청을 받아 하루 80명씩 제한된 인원을 초대했다. 아직은 대중 앞에 나서기를 어려워하는 난민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에는 도르카스(콩고민주공화국), 마싸(수단), 엔젤(코트디부아르), 유스라(이라크), 폴린(케냐) 등 5명의 셰프가 시민들을 맞았다. 도르카스는 콩고식 쇠고기 채소 꼬치 ‘카문델레’를 내놨다. 카문델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잔치가 열리는 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중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닭꼬치처럼 거리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수단에서 온 마싸는 학창시절 친구와 간식으로 즐겨 먹던 ‘팔라펠’을 준비했다. 아랍 지역 대표 음식인 팔라펠은 다진 병아리콩에 양파, 마늘, 청고추 등을 섞어 동그란 전처럼 빚어낸 뒤 기름에 튀긴 채식 메뉴다. 행사 첫날 여덟 살 아들과 함께 푸드 페스티벌에 참석한 김일회(46)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친해지듯 난민과도 같이 식사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이들에 대한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먼 타국의 음식이지만 우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