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의 나눔이 방글라데시의 삶을 바꾸고 있다

황현이 아름다운가게 나눔사업팀장 차와 릭샤로 가득 찬 도로, 양 손 가득 선물을 들고 있는 사람들. 지금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는 국가적인 축제 인 ‘이드’를 앞두고 들썩이는 분위기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 4월 24일, 이곳에서는 8층 높이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식적으로만 ‘1127명 사망, 2300여 명 부상, 300명 실종’이라는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잔해에 깔리거나 튀어나온 철근 등에 찔린 피해자는 대부분 의류공장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40달러 남짓한 월급을 받았다. 아름다운가게는 사고 직후 피해자 100가구에 긴급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했다. 이후 심리치료와 자립을 위한 기술훈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피해자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다. 로지나 악터(25세)는 척추가 부러지고 신장이 파열되고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고통과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제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특히 심리치료 프로그램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이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사고의 충격으로 입을 닫고 지냈던 리나(18세)는 재봉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사고 후유증으로 심각한 단기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 교육 담당자가 “엊그제 옷 본뜨는 거 연습했잖아. 기억 안 나?”라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래도 리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빨리 일을 시작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 교육 과정을 마치면 공장에 돌아가지 않고 양장점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보상계획을 발표했던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는 “어떠한

카페서 번 돈, 다 쓰죠 아이들 도와주려고요

신세용 국제아동돕기연합 이사장 7일 오픈한 ‘유익한공간’ 삼성점은 국제아동돕기연합(UHIC)에서 운영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2004년 설립된 국제아동돕기연합은 우리나라 몇 안 되는 국내 자생 아동구호 NGO로, 지난해 UN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자문단체로 인정받았다. 2009월 12월, 강남구 역삼동에 처음 만들어진 ‘유익한공간’ 후원카페는 블로거와 사람들의 소문을 타고, 올 10월 삼성점 확장으로 이어졌다. 카페에서 나는 수익금 전액은 국제아동돕기연합 사업비로 쓰인다. 벌어서 이익을 하나도 안 남기고 전부 다 쓰는 걸 목표로 하는 카페. 국제개발 NGO가 후원금 모금 외에,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효율성’에 대한 고민에서였어요. 어떻게 해야 있는 돈을 잘 써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차피 필요한 사무실 공간을 오픈해서 수익사업을 하고, 번 수익금을 다시 사업비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물론 ‘열린 공간이 주는 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경제철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고, 카이스트 금융공학을 전공해 잘나가던 금융벤처 대표이사로 활동하다 돌연 국제개발 NGO를 설립한 남다른 이력의 신세용(38·사진) 국제아동돕기연합 이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공간이 가져온 건 ‘효율성’ 그 이상이었다. ‘유익한공간’은 매월 정기후원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기회를 제공했다. “일반 카페, 맛집인 줄 알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 사드시고, 그 돈으로 좋은 일까지 할 수 있다니 다들 무척 좋아하시죠. ‘착한 일 하니 오라’며 강요하면 오래가지 못해요. ‘맛도 있는데 그 돈이 다 좋은 일에 쓰인다니 더 가고 싶다’고 느끼도록 해야죠.” 전액을 국제아동돕기연합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 맞춤형 사회공헌이 목표

김규복 생보위 위원장 생보위원회 만들어진 이유 – 생명보험은 사회안전망 “보험 계약자·국민 복지 증진 위해 힘써라” 임무 맡아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 – 고금리 대출 받은 대학생 200억원 들여 2000여명 신용불량자 되는 것 막았죠 앞으로 활동 계획 – 2026년 65세 이상 인구 20% 초고령 사회 진입 대비해 노후 빈곤층 지원사업 준비 “행복한 노년 맞이해야죠” 집무실에 들어서자 ‘生命尊重, 保險福祉'(생명존중, 보험복지) 문구가 쓰인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김규복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글귀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험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상호 부조’의 성격이 강합니다. 조선시대의 계, 두레 정신과도 이어져 있지요. 더 넓게 보면 사회 구성원 전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추운 계절이 되어야 송백이 푸르다는 걸 알게된다)’라는 글귀가 있지요.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한 후에야 보험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뜻으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보험이 가진 공익적 성격이 바로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를 운영하는 기본 철학입니다.” 김규복 위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기획관리실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거쳐 2011년 12월부터 생명보험협회 회장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1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김 위원장은 한 단어 한 단어를 신중히 생각한 뒤 질문에 답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만들어진 이유는 뭔가. “생명보험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일부 담당하는 금융 산업이다. 자연스레 보험계약자와 국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공익 활동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았다. 생명보험협회는 1991년 ‘생명보험공익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5년간 아동복지시설 지원과 이동목욕차

꿈으로 여는 메달 ③ “불치병이라는 말을 듣자 울음이 왈칵 쏟아졌어요”

[더나은미래-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동캠페인] 꿈으로 여는 메달 ③유도선수 김무영군 앞은 못 봐도 너쯤은 메친다, 이 좌절아 저는 요샛말로 ‘엄친아’였죠 4개 국어와 운동을 잘해 외교관이 되고 싶었어요 어느날 눈이 캄캄해졌죠 병명은 ‘시신경 위축증’… 친구 따라 유도관에 갔다가 올해 꿈나무 선수 됐어요 내년 아시안게임에 나가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거예요 전남 광양에 사는 김무영(17·서울맹학교·시각장애1급)군은 ‘엄친아’였다. 어렸을 때부터 ‘이종격투기’를 배우며 몸을 단련했고, 영어·일본어·중국어를 모두 구사할 만큼 외국어에도 능숙했다. 일찌감치 ‘외교관’이란 꿈도 품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1년도 안 돼 전교 수석을 차지했다. 11월의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컴컴해졌다. 예고도, 징후도 없이 찾아온 시력 저하였다. “마치 가운데 검고 큰 구멍이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구멍은 급속도로 커졌다. “처음에는 주먹만큼 안 보였다면, 2주 사이에 3배 정도까지 커졌다”고 한다. 황망한 마음에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 결과는 ‘원인 불명’. 앞도 막막하고 미래도 막막했다. 수업도 불가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엎드려만 있었다. 전교 1등의 돌발 행동에 선생님도, 친구들도 의아해했다. 이듬해 4월, 김군은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시신경 위축증’이라고 했다. 김군은 대뜸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물었다. 어떤 병인지 밝혀졌으니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의사는 말을 잇지 않았다. 김군은 “그때 순간적으로 ‘못 고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원래 멀쩡했으니 나을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5개월을 버텨왔어요. 불치병이라는 것을 안 순간 그 시간들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정말 열심히

예술꽃 피우려면 CEO부터 즐기는 맛 들여야죠

윤은기 예술나무포럼 회장 “CEO가 술을 좋아하면 회식 때 술 마시지만, 문화예술을 좋아하면 직원들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발레도 보여주고 국악도 들려줍니다. 문화예술을 확산하는 물꼬를 틀려면, CEO나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맛 들이게 해야 해요. 이들이 맛 들이기 시작하면, 자연히 후원도 늘고 문화예술 향유 기회도 더 많이 제공하지 않겠어요?” ‘예술나무포럼’의 회장 윤은기(62·사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의 말이다. ‘예술나무포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작년 11월에 발족한 문화예술 확산을 위한 오피니언 리더 모임이다. 우리 사회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후원을 증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졌다. 올해 회장에 취임한 윤 교수는 방송인, 대학총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인물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으로 있던 2009년에는 국립극장 후원회장으로 활동했고, 기업체 CEO 및 각계 오피니언 리더 등을 대상으로 한 ‘전통예술 최고경영자 과정’을 기획·개설하기도 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있던 2012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문화예술교육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고위공무원 교육에 문화예술교육을 포함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문화 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우지만 관 주도 정책 위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을 누차 강조했다. “국립극장 후원회장일 당시, 판소리 공연에 사회지도층 분들을 부부 동반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어요. 안숙선 명창 선생님이 춘향가 완창을 했는데 6시간도 더 걸렸으니 판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길게 느껴졌겠어요? 그날 ‘다시는 판소리 안 듣겠다’고 하던 분들이 다른 공연도 몇번 더 보고 나서, 나중에는 광주에 있는 국립 국악원까지 국악을 들으러 가더군요. ‘예술나무포럼’에서 하려는 일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⑧ “기업만 나서선 한계… 대중이 참여하게 해야 사회공헌 오래갑니다”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⑧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 강승성 부장 디자인 공모·홍보대사 모집 등 일반인 활약할 수 있는 분야 마련해 여성 사회공헌 캠페인 관심 이끌어 “어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할지, 분명한 목표와 지향점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공헌을 평가할 수 있는 툴(Tool)은 없지만, 수혜자에게 제공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꼭 있어야 합니다. 수혜자 입장에서 무엇을 줄 것인지, 그것이 잘 전달됐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지를 고민해야 하겠죠. 사회공헌팀은 많은 부서와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연구소나 공장, 마케팅부서에서 어떤 이슈가 있는지 관심도 가져야 합니다.” 9년 동안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을 맡고있는 강승성<사진> 부장은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개최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행사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방건강 의식향상 캠페인 ‘핑크리본캠페인’, 여성 암환우를 위한 외모가꾸기 교육 프로그램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 up Your Life)’,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정 창업지원 프로그램 ‘희망가게’ 등의 대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과의 열띤 Q&A를 요약, 정리했다. 특히 이날은 기업 사회공헌 초년생들이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사회공헌 캠페인이 지속될 수 있었던 점을 꼽는다면. “선언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인아웃(In-Out)’ 형식에는 한계가 있다. ‘유방암을 예방합시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대중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주체로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는 ‘아웃인(Out-In)’ 부분을 찾고자 고심했다. 핑크리본을 형상화한 인형을 제작할 때 디자인을 공모하거나, 마라톤

“성공하면 기부하겠다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나누세요”

김만덕상 받은 여성 CEO, 송경애 SM C&C 대표 여성 CEO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쁜 일 생기면 나눠 기부는 용기이자 습관… 내게 주는 선물 같아 1987년 스물다섯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비티앤아이(BT&I)를 2600억원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기업체 전문여행사로 키워낸 송경애(51·사진) SM C&C 대표. 비티앤아이는 최근 SM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돼, 송 대표는 기업체 고객과 함께 한류스타들을 위한 행사와 투어, 해외촬영 지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나눔’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이자 여성 CEO로는 처음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결혼기념일, 회사 20주년 기념일, 생일 등 기념일마다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해, 별명이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다. 송 대표는 최근 기부의 일상화에 기여한 공으로 김만덕상을 수상했다. “저는 그냥 기쁜 날에 맞춰 기부합니다. 작년에 아들이 스무 살이 됐을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컴패션을 소개받아 해외 아동 20명을 돕기로 했죠. 한 달에 90만원인데, 우선 제 이름으로 하고 나중에 아들한테 넘길 거예요. 기부는 용기이고 습관이고,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누구를 불쌍히 여겨서 하는 건 아니에요.” 송 대표는 “기부(Give)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만, 나눔(Share)은 공유하는 것”이라며 “기부보다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나눔 뿌리는 어린 시절 자란 미국에서부터 싹텄다고 한다. 고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150달러를 내고 저녁을 먹는 자선파티에 많이 참여했는데 자연스럽게 ‘아~ 남을 도와야 하는구나’라는

배려하기 위해 만든다, 그게 바로 디자인

줄리아 카심 英왕립예술대학교 헬렌함린센터 수석연구원 노약자·장애인 위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아이 건강 체크할 수 있게 검진기구 넣은 곰 인형과 스마트폰에 입바람 불면 폐건강 점검하는 앱 개발 “사람을 포용하는 디자인, 주류사회도 바꿀 수 있죠” “타자기가 만들어진 배경을 아세요? 세계 최초의 타자기는 1808년 이탈리아 발명가인 펠레그리노 투리가 장님이었던 그의 여자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가 글을 쓰는 걸 돕기 위해서였죠. 디자인은 사회 내에서 어떠한 이유로든 소외된 사람을 다시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러한 디자인이 다시 주류 사회를 혁신하기도 하죠.” 영국왕립예술대학교(RCA·Royal College of Art) 헬렌함린센터 수석연구원 줄리아 카심<사진>은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2000년대 초부터 이 분야를 개척해 온 세계적인 인클루시브 디자이너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기리는 세계적인 대회 ‘디자인 챌린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12개 국가에서 진행해왔다. 업적을 인정받아 2010년 세계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인물을 선정하는 디자인 위크스(Design Week’s) 50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노령화사회와 연금에 관한 콘퍼런스로 내한한 줄리아 카심을 만나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용어가 생소하다. 인클루시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중심에 둔 디자인’이다. 노인이나 장애인같이 기존 주류 디자인에서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디자인이다. 올해 7월, 영국 셰필드 할렘대학(Sheffield Hallam University)의 ‘보건 디자인’에서 디자인 챌린지(Design Challenge)를 개최했다. 이번 챌린지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er) 만성병을 앓는 환자들과 가족을 위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팀 1에 속한 환자인 몰리 가족의 고민은

“영어 잘해야 글로벌 시민? 다른 사람에 대한 共感이 먼저”

국제교육 전문가 페르난도 라이머스 교수 하버드 학생들, 초등학교서 자신의 문화적 배경 설명해 아이들에게 공감 이끌어 내 내 아들도 그 프로그램 듣고 케냐 아이들에게 관심 가져 지식이나 언어적 기술보다 언론·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타인에 대한 이해 넓혀야 “영어 잘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 아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얼굴색이나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가 얼마나 같은지, 서로의 삶이 얼마나 얽혀 있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죠.” 국제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페르난도 라이머스(Fernando Reimers·사진) 교수의 말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하버드대학 국제교육 정책 프로그램 원장이자 포드재단(Ford Foundation) 국제교육 전문가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시민교육 전문가회의(GCE)’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페르난도 교수를 만났다. 이번 ‘글로벌 시민교육 전문가회의’는 유네스코(UNESCO)본부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 외교부와 교육부의 주최하에 글로벌 시민교육 분야 국내외 전문가 및 유네스코 관계자 60여명이 참여한 회의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글로벌 교육’이라고 하면 반기문 UN 사무총장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가치를 가르치는 게 ‘글로벌 시민교육’인가. “하버드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약 200곳의 지역 공립초등학교에 가서 자신들의 문화나 사회적 배경을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3년쯤 케냐에서 온 레쿠톤(Lekuton)이라는 학생도 2주 동안 세 번에 걸쳐, 마사이족인 자신이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을 전했다. 그 공립학교는 우연히 당시 여덟 살이었던 내 큰아들 토머스가 다니고 있었다. 이후 아들과 박물관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최첨단 신기술이었던 GPS 설비가 전시됐다. GPS에 대해 설명해줬을 때,

“CSR 인증에 집착할 필요 없어… 기업 스스로 사회 변화 이끌면 돼”

‘CSR 평가모델 적용 방법’ 컨퍼런스 현장에서 만난 조너선 행크스 ISO 26000 전문가 그룹 총괄 단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장기 전략에 반영하면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돼” 포스코, 자체지표 만들어 업종별로 현황·역량 진단 LG는 체크리스트 통해 개선할 사항 스스로 점검 신한금융지주 ‘따뜻한 금융’ 환경경영기업에 금리 인하 “시켜서 억지로 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은 기업에도,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변해야죠. 장기적 경영 전략 안에 CSR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야만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CSR 평가모델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란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초청 연사로 한국을 찾은 조너선 행크스(46·사진) 교수는 20여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나 통합 보고서 관련 다양한 리서치 및 컨설팅, 강연 등을 진행해 온 CSR 전문가다.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전문가 그룹의 총괄 단장으로, 5년에 걸쳐 ISO 26000 기준 개발 과정을 주도했다. 컨퍼런스 1부에서는 10여곳의 기업 CSR 담당자 실무진을 대상으로 조너선 행크스 ISO 26000 총괄 단장의 맞춤형 컨설팅 워크숍이 진행됐다. 각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기업 경영 전략에 ISO 26000의 지침을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조너선 단장은 “좋은 CSR 정책은 기업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기업 이해관계자와 장기 전략, 수익 구조 등을 잘 고려해 어떤 이슈가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핑크리본, 미국선 이미 하나의 문화…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일반인 홍보대사 핑크제너레이션 “‘가슴’이라고 쓰여 있으니까 힐끔거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문구가 ‘아리따운 내 가슴 愛 333’이었는데, 야한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한 아주머니는 ‘젊은 아가씨가 뭘 이런 걸 들고 다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기회다 싶어서 유방암 자가검진 1인 캠페인을 설명하며 자가검진에 대한 설명을 드렸어요. ‘전혀 몰랐다’면서 ‘기특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한 3시간 동안 스무 번도 넘게 ‘즉석 강의’를 했어요. 홍보대사 역할 톡톡히 했다니까요~.” 지난 7월 30일 오후,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서부터 압구정 거리를 피켓을 든 한 대학생 소녀가 활보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캠페인 일반인 홍보대사 ‘핑크제너레이션’ 4기로 활동하는 김경아(22·동국대 영어영문학과 2년·사진)씨다. 김씨는 16세 때부터 4년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핑크리본’ 유방암 캠페인을 처음 접한 것도 미국에서였다. ‘핑크리본’이 하나의 문화처럼 퍼져 있는 것을 보고 돌아온 이후, 한국에서도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유방건강재단은 2010년부터 한 해에 202명씩 일반인 홍보대사를 선발하고 있다. 더 많은 대중에게 유방 건강 의식 향상 캠페인을 알리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활동한 홍보대사만도 808명.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캠페인’이 20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 2020명의 홍보대사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또래 대학생들에게 더 많이 알릴 것”이라며 김씨가 말을 이었다. “미국에선 핑크리본 관련 제품을 파는 가게도 많고 대형마트에도 따로 코너가 있어요. 수익금은 유방암 캠페인 등에 쓰이고요. 어렸을 때부터 교육도 많이 받아서 인식이 높아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가슴 얘기’라며 쉬쉬하는 것 같아요.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8%예요. 자가검진법 등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게

“몸이 불편하기에 더 큰 열정… 지켜보는 이들도 많은 가르침 얻을 것”

박칼린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총감독 “1만명이 모여도, 저마다 받아들이는 감동의 크기와 모양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이 됐든,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감동 하나는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것만으로 갑자기 전혀 새로운 삶을 살 수는 없겠죠. 하지만 뭔가를 ‘느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을 진두지휘할 박칼린(46) 총감독의 말이다. 박 감독은 1995년 발표된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떠오른 이후, 지난 20년 가까이 70편이 넘는 뮤지컬 작품을 선보였으며,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확보한 인물이다. 박 감독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칼린 감독은 장애인 스포츠가 문화·예술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다.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지원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그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라는 말도 아니에요. 그냥 한번 관중으로 편하게 와서 느낌을 받아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로 인해 어떤 이는 단순히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겠죠. 아팠던 사람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도 있고요. 얻어가는 것이 무엇이든, 누구나 그런 기회를 가져봤으면 하는 것이죠.” 박칼린 감독은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면서 “모든 사람은 피부색, 언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식당에 가도, 극장에 가도 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조그만 불편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편의시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