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생태계 건강지표, 멸종 위기 새 늘어나면 결국 사람에게도 영향”

‘황새 아빠’ 박시룡 前교원대 교수 인터뷰   지난 20년간 황새 보전 ‘외길’ 인생을 살아온 전문가가 있다. 올해 초 교단을 떠난 박시룡(65·사진) 전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1996년 황새생태연구원의 전신인 황새복원센터를 설립한 인물. ‘황새 아빠’로 불리는 박 전 교수에게 LG상록재단의 ‘황새 인공 둥지 지원 사업’의 의미를 물었다. ―황새에게 왜 인공 둥지탑이 필요한가. “황새가 성장하면 야생 복귀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엔 황새가 둥지를 틀 만한 나무가 없다. 수령이 200~300년 된 나무를 당장 찾을 수 없지 않나. 대기업에 우리나라 황새 사업 설명서를 만들어 보냈다. 흔쾌히 LG상록재단에서 인공 둥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인공 둥지 한 개를 설치하는 데 1000만원이 든다. 주변에 단계적 방사장도 함께 지어야 하는데, 한 지역에 소요되는 예산이 5000만원 이상이다. 게다가 최근 방사한 황새들이 전신주 감전 사고로 3마리나 죽었다. 황새들이 안전하게 쉬고 성장할 인공 둥지가 필요한 이유다.” ―조류 보호가 환경보호의 지표인 이유가 궁금하다. “새는 생태계 지표종이다. 다양한 조류상은 우리 생태계가 완전하다는 증표다. 현재 우리나라 생태계는 유럽에 비해 매우 후진국이다. 농약 과다 사용으로 벌레가 사라지고,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새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빈약한 생태계는 결국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에 잔류한 농약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미 젊은 부부 7~8쌍 중에서 1쌍꼴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왜 우리가 황새 복원 및 생물 다양성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황새는 한반도 생태계를 리셋(reset)시킬 수

“놈넥낙 캄보디아! 배움의 기회 만들어 줄게”

플랜코리아 홍보대사·배우 전미선 인터뷰 캄보디아 살라크로반 아동 후원…보육·교육시설 운영     “5시간을 날아가 만난 아이는 마치 26년 전의 나와 같았다.” 배우 전미선(46) 씨가 기억하는 한 장면이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동들에게서 자신의 옛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대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배우의 꿈을 접을 위기가 여러 번 닥쳐왔지만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였다. 아이들은 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제 소원은 마음껏 공부해보는 거예요.” 캄보디아는 유엔(UN)이 지정한 최빈국 중 하나다. 캄보디아 국민의 45%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특히 학교 등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노동을 하는 아동 중 55%가 학교를 그만두거나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2012년 기준 7세 이상 아동의 14.4%는 학교에 출석한 적조차 없다. 2015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 중 단 27%만이 중학교에 진학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이후 학교에 다니지 않는대요. 농업 국가이기 때문에 굳이 고등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뿐더러 여건도 되지 않기 때문이죠. 살라크로반 역시 교육시설이 많이 부족했어요. 주민등록 시스템도 없이 그냥 그곳에서 나고 자라 벗어나지 못한 채 죽는 게 그들의 삶이었죠.” 전미선 씨는 캄보디아 아이 10명을 후원한다. 지난 10~11일, 플랜코리아 홍보대사인 전 씨가 방문한 캄보디아 시엠립 지역의 살라크로반 마을엔 그녀의 후원 아동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다리를 다쳐서 못 왔어.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전씨는 앗잉(9)군을 안아주며 지난해 함께 방문한 열한 살 아들의 안부를 전했다. 자매인 소핍 닙(13)과 동생 소카

이어령 전 장관, “인간의 통번역을 AI가 대체하는 세상 올까?”

bbb 운동 15주년… 통역 자원봉사자 4500명의 힘  이어령 전 장관, “AI 시대, 감성과 문화의 힘 길러야”    “bbb 자원봉사자들은 통역 봉사를 위해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에게 기꺼이 제공한다. 새벽 문의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외국 사람들은 개인의 사생활(Privacy)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이 bbb 자원봉사자들처럼 통역 봉사를 할 수 있을까. 난 부정적이다.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더불어사는 문화’ 덕분에 bbb 운동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어령(83) 초대 문화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사단법인 ‘비비비(bbb)코리아’ 주최로 열린 ‘bbb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모든 외부 강연을 거절하고 있지만, bbb의 15주년 기념행사여서 성치 않은 몸임에도 연단에 섰다”며 “bbb 운동이 15년이나 이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bbb운동’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언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됐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디지털 기술과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하는 모델로, 이어령 전 장관의 아디이어가 발단이 됐다.  ‘bbb(before babel brigade)’는 언어의 벽을 넘어 인류가 하나가 되자는 뜻을 담은 말이다. 현재 4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19개국 언어 통역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언론인, 교수, 평론가를 거쳐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이어령 전 장관은, 인공지능(AI)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개념들을 이미 오래전 거론했던 사람이다. 그가 16년 전 현역 교수로 했던 마지막 이화여대 강의가 ‘한국인과 정보사회’였다. 이 강의에서 그는 인공지능, 정보화 네트워크 등이 사회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비영리 활성화 정책, 새 정부에게 바란다

국회기부문화선진화 포럼 대표단 9人     원혜영 의원=NPO는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다양한 복지 수요를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여러 선진국 사례들이 증명하듯이, NPO의 성장을 통해 청년실업이나 여성의 경력단절, 노인일자리 문제와 같은 고용의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이 바로 이 NPO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는 기부 친화적인 정부가 되어, 기부문화 발전과 NPO의 성장을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비영리법인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거나 발의를 준비 중에 있다. 지금이 우리나라 비영리 분야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인 만큼, 새 정부도 국회의 논의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한다. 이주영 의원=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해소정책 등으로 복지 수요는 더욱 늘어갈 것이다. 이에 따른 지출 수요를 국가 재정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공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지금같이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세금공제 등 ‘마중물 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는 기부문화의 정착과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일하 한국NPO공동회의 이사장(굿네이버스)=2015년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자료에 따르면, 기부금은 총 5조 2000억원이며, 기업 및 단체의 기부금 2조4093억원, 개인기부금 1조259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비영리섹터가 이렇게 단시간에 성장한 나라가 없었다.

[Cover Story] 50대인 나도 유산 기부…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을까요? ②

우연한 계기로 NGO 활동 시작 “나이 마흔셋에 천사 만났죠”   CEO 네트워크 활용해 기아대책·기업 연결 역할 ‘최경주 자선 골프대회’도 열어   학교 후원 ‘마중물 전략’ 적용 “동료 교수들 먼저 설득하고 200계좌 단숨에 달성”     ◇14년째 이어진 재능 기부… 한 NGO에 헌신한 ‘나눔’ 정신   ―30대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 부임해 CEO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던, 소위 ‘잘나가던’ 교수님이 어떻게 비영리단체에 재능 나눔을 하게 됐나. “하하. 인연이 안 생길 뻔했다. 2004년, 다니던 교회 목사님 부탁으로 기아대책 신옥철 간사란 분을 만났다. 그분이 찾아와, 수천 명이 참여하는 ‘한톨자선달리기’라는 행사를 하는데, 후원해주기로 한 기업이 갑자기 펑크를 냈다고 했다. 행사가 2주 후인데, 5000만원을 당장 후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기부하려면 절차가 있는데, 갑자기 어떻게 5000만원을 후원받나. ‘기업 프로세스를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면피는 해야겠으니, 아는 기업 CEO들에게 대충 이메일을 써서 보냈다. 당연히 후원이 안 됐다. 그러곤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 간사님이 또 전화를 해왔다. ‘우리 간사들에게 경영 특강을 좀 해주세요’ 하더라. 미안한 맘이 좀 있었는데, 그건 쉬우니까 오케이했다.” ―그 특강에서 마음이 움직인 것인가. “강의실이 완벽하게 꾸며진 대기업만 보다가, 그곳 지하실에 갔더니 엉망진창이더라. 먼지가 가득하고, 프로젝터도 너무 낡았고, 벽에 스크린도 없었다. 이전까지 가본 곳 중 가장 열악했다. 그런데 그곳에 간사들이 빼곡히 들어앉아서 집중하는데…. 눈을 보면 영혼을 알 수 있지 않나. 이렇게 맑고 선한 눈을 한꺼번에 많이 본 적이 없었다. 가슴에 뭔가가

[Cover Story] 50대인 나도 유산 기부…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을까요? ①

[Cover Story] 1억원 유산 기부… ‘헤리티지클럽’ 4호 회원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잘나가던 교수님’에서 NGO 재능 나눔가로   100세 시대에 아직 6부 능선도 오르지 않았는데,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김영걸(58·사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다. 그는 최근 1억원을 유산 기부, 기아대책 ‘헤리티지클럽(유산 기부자들의 모임)’ 4호가 됐다. ’50대에 웬 유산 기부?’라고 의아해하는 이들을 위해 직접 인터뷰에 나섰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CRM(고객 관계 관리) 전문가인 그가 언론에 고액 기부자로 나서는 건 처음이다. 14년째 NGO에 재능 기부를 해오며, 기부 전도사가 된 그를 지난 11일 서울 홍릉동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만났다.(그는 최근 보직이 바뀌었다며 ‘카이스트 발전재단 상임이사 김영걸’이라는 명함을 내밀었다.)     ―이미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 회원인데, 왜 ‘헤리티지 클럽’에도 가입했나. “클럽 중독은 아니다.(웃음) 필란트로피 클럽은 1년 반 만에 회원수 50명을 넘기며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다. 근데 헤리티지 클럽은 1년 넘도록 3명밖에 안 되더라. 아직 우리나라 문화에서 확산이 어려운 기부 방식인 것 같았다. 형제들한테도 권했더니 ‘아직 창창한데, 왜 벌써 죽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꺼려하더라. 유산 기부에 대한 인식이 둘 중 하나다. ‘젊은 나이에 괜히 나중 일로 폼 잡는 거 아니냐’는 인식, ‘괜히 기부했다가 사고라도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이다. 활성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헤리티지 클럽 1호’가 돌아가신 어머니(故 설순희 여사)였는데, 어머니 1주기에 맞춰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 ―유산 기부 하면

새로운 기업이 온다···한국의 비콥(B-Corp) 이끄는 정은성 현대종합금속 사장 인터뷰

좋은 기업, 좋은 사회 ‘비코퍼레이션(B-Corporation)’  정은성 한국비콥위원장(현대종합금속 사장) 인터뷰    CEO 명패는 없었다.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크기의 책상만 놓여있었다. 위치는 더 열악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가장 바깥쪽, 그곳이 ‘대표의 자리’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에버영코리아’에서 만난 정은성 한국비콥위원장(현대종합금속 사장, 에버영코리아 대표)은 “대표 자리로 마련돼있던 공간을 회의실로 바꿨다”면서 “대표를 비롯해 에버영코리아의 모든 직원들은 똑같은 크기의 공간에서, 똑같은 책상과 의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작부터 말문이 막혔다.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통치사료비서관, ㈔세로토닌문화 공동대표를 지낸 그는 현재 450명의 시니어를 고용한 사회적기업 ‘에버영코리아’ 대표와 현대종합금속 사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최근, 또다른 직함을 하나 더 맡게 됐으니 바로 ′한국비콥위원회 위원장’이다.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들며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고민해온 그가 ′고심 끝에 맡은 역할’이라고 했다. 정은성 위원장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오래가는 시대가 왔다”며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냈다.   ◇ 새로운 기업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비콥(B-Corp)’ 최근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비콥 인증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로, 2007년 시작됐다. 현재 50개국에 걸쳐 2000여개 기업이 참여했고, 미국은 30개가 넘는 주에서 비콥을 법제화했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Ben&Jerry’s), 세계 최대의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 친환경 의류제품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Patagonia), 국내 최대 카셰어링 기업 쏘카(Socar) 모두 비콥 인증을 받았다. 정은성 위원장은 한국에서도 이러한 비콥 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⑤] 미세먼지 손해배상하라…韓·中 정부에 최초로 소송 제기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⑤]   韓·中 정부에 최초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 환경 이슈 중심에서 사회를 바꾸는 남자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인터뷰    “이 사건 만큼은 커져야함. (Star****)” “난 우리 정부가 직접 중국에 항의하는 줄 알았다, 젠장. 항상 이 나라는 국민이 셀프로 모든 국가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나라. 정부는 왜 월급 받나 몰라. (tomb****)” “저도 이 소송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judi****)”  지난 5일 식목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기사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기사에 큼직하게 실린 사진 속엔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장을 접수하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환경운동의 ‘대부(代父)’ 최열(68) 환경재단 대표였다. 피고는 ‘대한민국과 중화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세먼지에 대한 피해를 한국 및 중국 정부에 묻는 최초의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최 대표는 안경재 변호사,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곽현 우원식 국회의원 수석보좌관, 기관지염·폐렴 등을 앓는 주부 3명 등 총 7명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명당 300만원씩 총 2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였다. 한국의 환경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변화의 중심에서 세상을 바꿔가는 최 대표에게 미세먼지 해법을 물었다. ◇ 韓·中 정부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최초 제기,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최 대표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하는 중요한 정보이자,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무려 1만 리터(ℓ)입니다. 20리터 생수통 500개의 양이죠. 무게로 따지면 약 13킬로(㎏)의 공기를 매일 마십니다. 음식이 없어도 물만 있다면 한 달은 살 수 있지만, 공기는 달라요. 코와

시각장애인 일러스트레이터 ‘미긍주혜’, 희망을 그리다

뇌병변·시각장애 딛고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로 걸림돌을 디딤돌로···‘미긍주혜’의 희망 메시지   “뺨을 스치던 바람까지 생생해요. 그날 만난 친구는 제가 사라지는 꿈을 꿨다고 했어요. 집을 바로 앞에 두고 큰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그 이후 기억이 사라졌어요.” 의상디자이너를 꿈꾸던 여대생이 25살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차량에 치여 8미터를 날았다.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5%라고 했다. 뇌사상태였다.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한 지 26일째 되던 날, 그녀는 깨어났다. 그리곤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격 뇌 손상으로 인한 시각장애도 나타났다. 모든 사물이 5도 기울어진 상태로 겹쳐보였다. “처음엔 입술만 꼬물꼬물 거렸대요. 엄마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3살’이라고 답했대요. 목소리도, 지능도 전부 아기에 머물렀어요. 사람들이 절 보면서 울던 게 기억나요. 하루에 약을 한 주먹씩 다섯 번 먹었는데, 싫어도 열심히 삼켰어요. 아기는 세상을 ‘긍정’하잖아요. 약을 잘 먹으면 주변에서 박수치며 칭찬해주니 마냥 좋아서 웃었다네요. 여기저기 인공뼈와 철심을 박았어요. 수차례 수술을 받고 1년 반 후 퇴원했어요. 서서히 본래 나이의 지능으로 회복되고 나니, 현실이 참 끔찍했습니다.”     강주혜(37) 작가는 검은색 백팩에 가득 담은 작품들을 하나 둘 꺼내들었다. 볼펜으로 그린 일러스트 속엔 14년 전 사고 당일부터, 병원을 퇴원하던 날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며 꺼내든 작품 속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모든 상이 2개로 맺히는 그녀가 달을 보고 직접 그린 일러스트였다. 그림 옆엔 짧은 시가 적혀있었다.  강씨는 ‘미긍(美肯·아름다운 긍정)’이란 필명으로

[기부 그 후] 부족하고 서툴지만 발달장애인 스스로 가꾼 텃밭

-꿈더하기지원센터의 텃밭 가꾸기 프로젝트   “우리가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궜어요!”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꿈더하기지원센터(이하 꿈더하기) 프로그램실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발달장애 친구들이 직접 기른 무와 배추, 고추 등을 수확해 김장을 한 것이지요. 30여 명의 발달장애 친구들과 부모님 그리고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지역 주민이 함께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해 가을엔 영등포구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장터에 나가 수확한 농산물들을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그날 일일 장사꾼으로 변신한 김가희(19∙가명) 양은 어깨가 으쓱합니다. “우리가 키운 상추와 고추를 사 가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어요. 앞으로도 직접 기른 채소를 시장에서 팔고 싶어요.”     ◇ 텃밭 가꾸기로 흥미 더하고 꿈은 쑥쑥   꿈더하기지원센터는 2013년 설립됐습니다. 이곳에는 발달장애, 지적장애, 경계성장애 등이 있는 친구들이 와서 사회화 교육, 심리 치유, 직업 훈련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합니다. 바리스타 및 제빵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만든 빵과 커피는 꿈더하기 베이커리와 카페에서 팔리지요. 지역민들 사이에선 맛이 아주 좋다고 소문이 났답니다. 지난해 여름, 봄에 심었던 씨앗이 싹을 틔었다. 새싹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꿈더하기 친구들. ⓒ꿈더하기지원센터 그러던 어느 날, 채민정(46) 꿈더하기지원센터 센터장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직접 텃밭을 가꾸고 관리하면 친구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15년 채 센터장은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을 모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텃밭을 가꿔봅시다!” 2015년 텃밭 가꾸기 시행 첫 해에는 서울고용노동청 지원으로 농작물을 무사히 길러냈습니다. 친구들은 씨앗, 묘목 등을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②] 장애인에게 경제교육을 한다고요?

우리 기관☞JA코리아 은 그동안 저소득 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농산어촌 마을 소재 학교, 분교, 보육원, 청소년 교도소, 북한 이탈 청소년, 베트남과 필리핀과 같은 다문화 가족의 어린이들 그리고 작년부터는 미혼모들에게도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소외 계층의 청소년들을 접할 때마다 색다른 어려움을 접한다.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을 제외하고라도,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예컨대 교육을 받을 동안 그들의 아이를 돌보아 줄 도우미가 절실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여 하나둘씩 우리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회 혹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그들을 볼 때 정말 가슴 벅차다. 2016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경제교육을 시작했다. 그것도 지체장애인보다도 오히려 발달장애인 쪽이 훨씬 많았다. 어렵게 평가지표도 만들고 나도 직접 현장답사를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 “일상생활도 어려운데 경제교육이 잘 될까?” 시작이 반이라 벌써 한 학기가 지나고 평가회도 가졌다. 전국에서 20명 가까운 장애인 시설 및 기관에서 직접 교재를 가지고 8시간 이상을 직접 가르친 결과를 서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잘 진행되었던 점, 문제점들 그리고 개선점들을 논의하는 가운데 한 담당 선생님께서 그동안 어려운 점을 말씀하시면서 울음을 터뜨리셨다. 출발부터 어려우셨다고 하신다. 기관으로부터, 학부모로부터 매우 부정적 시선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으신 것이다. 하지만 한 번도 주위 집중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서서히 변화했으며 돈, 상품, 은행, 마트 등 기초적 경제생활에 최소한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어떤 친구들은 직접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②] 미세먼지, 국내 원인도 50%…캠페인으로 정부를 움직이는 NGO ‘그린피스’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②]    미세먼지, 국내 원인도 50%  중국 공장, 동쪽 연안으로 이동했다는 건 ‘루머’  시민의 목소리가 정부를 움직인다    2013년,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전쟁을 선포했다.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석탄 발전소의 문을 닫겠다는 것. 2년 뒤,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30% 줄었고, 초미세먼지는 6% 개선됐다. 지난해엔 향후 3년간 신규 석탄 광산을 허가하지 않겠다고도 발표했다. 중국의 대대적인 변화 뒤엔 한 국제환경단체가 있었다. 2008년 중국 내 대기오염 문제를 처음으로 지적하고, 중국 내 단체들이 대기오염 캠페인에 동참하도록 만든 NGO, ‘그린피스(Greenpeace)다. 그린피스 베이징 사무소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및 경제적 피해를 추산하는 보고서를 내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질 개선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해 10월엔, 강력한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만리장성에 레이저를 투사한 것.  중국 정부를 향해 석탄 사용을 줄여 대기질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이었다. 중국 현지 NGO들도 대기오염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후 중국은 베이징 일대 석탄발전소 4곳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중국 전역에 103개 석탄화력발전소를 신규 건설한다는 계획도 전면 철회했다.  그린피스의 미세먼지와의 전쟁은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초미세먼지는 중국발이라 할 수 있는게 없다’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3년째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세먼지, 중국과 ‘담판 짓기’ 외에 우리 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은 없을까.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기후에너지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손민우(30) 캠페이너와 김혜린(31)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단호하게 “아니”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기 중으로 초미세먼지를 팡팡 뿜어내고 있을 석탄 발전소, 그것부터 줄이지 않고서는 깨끗한 공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