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정책팀장
[사회혁신발언대] 청년과 농촌, 생명의 순환 고리를 잇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이라는 단어와 청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농촌은 식물과 동물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곳이자 풍요로운 삶의 보금자리로서 생명력이 가득한 장소이다. 청년은 몸과 마음이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의 사람으로 절정에 달한 생명력을 품은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생명력을 내포하고 있어 공통점이 많은 두 단어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는 농촌과 청년이 가까이 있는 광경이 오히려 낯설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5년간 약 1만3000명의 사람이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산촌과 어촌을 포함해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렇게 농촌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수는 2019년까지 약 46만3000 명에 이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중 약 50%가 40세 미만이라는 것이다. 인구감소로 농촌 소멸의 우려가 종종 거론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긍정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에 만족하고 말 것인가? 우리의 청년들이 농촌에서 온몸으로 부딪혀 가며 일궈낸 삶의 양식은 기성세대가 농촌에서 삶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리는 모습과 다른 부분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촌으로 간 30대 이하 청년층의 수는 2019년 기준으로 약 22만4000명이다. 이들 중 약 8만2000명은 동반 가족이고, 나머지 약 14만2000명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촌에서 살며 일을 하는 청년의 숫자가 약 14만2000명인 셈인데, 이들 중 농업 종사는 0.9%, 어업 종사는 0.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청년도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사회혁신발언대] 자원봉사의 변화적응적 도전

전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펼친 지난 두 해 동안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현장 또한 치열하고 준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불신과 배제가 아닌 연대와 협력의 힘임을 실증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자원봉사자들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거리감으로, 개인의 고립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어 우리 사회에 안전한 온기를 보강하였다. 그리고 이제 ‘자원봉사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변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필요한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그동안 새롭고 다양한 비대면의 활동과 개인의 참여를 촉진하는 접근방식이 개발되었으며 비대면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대면봉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자원봉사현장을 다시 정비하고, 안전한 활동현장을 지키기 위한 준비는 누구랄 것 없이 우리 모두의 과업이 되었다. 지난 7월, 촛불재단 자원봉사 콘퍼런스에서는 불확실성과 도전으로 가득한 현재 상황에 맞서 ‘영감얻기’ ‘배우기’ ‘행동하기’(Inspire, Learn, Act)로 자원봉사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제안을 하였다. 격변하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돌봄을 요구하는 곳은 많아지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넓어지기 마련이다. 국경의 구분 없이 시민의 자원봉사활동을 격려하고, 차세대의 시민의식을 높이는 주요한 통로로서 자원봉사를 일상화해야 할 이유다. 바이러스 시기를 거치면서 더욱더 곤경에 빠진 사회적 약자 돌봄활동, 벌어진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한 학습지원활동, 지역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시민참여로 해결하기 위한 안녕캠페인의 활성화, 보다 근본적인 기후위기 대응 등이 중요한 과제로 자원봉사시민 앞에 있다. 위드 코로나 시기, 자원봉사의 전환을 도모하며 두 가지의 접근방법을 제안하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아시아 국가의 ESG

얼마전 싱가포르의 테마섹재단이 미팅 요청을 해왔다. 이 재단은 2018년말 기준 자산총액 250조원에 달하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Temasek)이 2007년 4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싱가포르의 공익재단은 어떤 경영 전략을 갖고 있을지 기대하며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남을 가졌다. 대화를 나누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테마섹재단의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미래와 혁신에 투자하고, 미래세대 리더를 육성하며, 전 지구적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았다. 공감과 반가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ESG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의 ESG 열풍을 설명하며 싱가포르에서도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가지는지 물어보았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SG가 유독 한국에서만 과도하게 관심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친김에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의 ESG 동향에 대해 조사해봤다.   우선 중국 정부는 2018년 ‘상장기업 관리규정’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투자자 관점에서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이 2020년 9월 UN총회에서 ‘30-60 목표’(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제시하면서 ESG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SG와 사회책임(CSR)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상장기업에게 ESG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2020년 1000여개의 A주(상하이, 선전) 상장기업이 ESG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의 370여개사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자체적인 ESG 평가체계가 있지만 유럽, 미국의 ESG 평가 지표와는 차이가 있다. 중국의 주요 ESG 평가 기관은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지배구조’의 실패가 금융위기를 낳았다

약 2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임직원이 2만명에 이르고 매출액은 1110억 달러가 넘었고 6년 연속 포춘지가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엔론(Enron Corporation)이 2001년 12월 파산했다. 엔론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한 회계부정으로 기업의 부실한 재정상태를 치밀하게 감춤으로써 투자자와 사회에 큰 손실을 끼치게 되었다. 엔론 사태 7개월 후 미국의 또 다른 거대 통신기업인 월드컴(MCI WorldCom)이 분식회계와 사기 영업을 반복하다 결국 파산했다. 그리고 2008년 9월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다. 당시 신용과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상품이 금융기관의 부실관리와 실적에만 관심을 갖던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부적절하게 판매되면서 리먼 브라더스는 물론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09년 8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가족 4명이 탄 렉서스 브랜드 차량이 시속 200km 정도로 달리다 가드레일에 추돌하여 탑승자 모두가 사망한 사건이 생겼다. 당시 도요타 일부 모델에서 급발진 및 액셀러레이터 이상반응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회사는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매트와 페달 불량의 원인이 밝혀지자 도요타는 부랴부랴 대규모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일명 ‘페달 게이트’로 알려진 도요타의 리콜 사태로 세계 자동차 판매량 1~2위를 다투던 도요타의 신용은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도요타는 페달을 생산한 미국업체가 문제라며 협력업체에 문제의 원인을 전가하려다가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 결함을 알고 있었음에도 8년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농식품 꾸러미를 풀며

얼마 전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서 수십 명의 참가자와 함께 농업과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농업만큼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산업도 드물 것이다. 그 긴 역사만큼이나 경로의존성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점점 가속화되는 변화의 시대에서 농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농업의 미래에 대한 뜨거운 논의는 온실가스, 식량안보, 글로벌 밸류체인, 디지털과 청년 등의 다양한 주제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농업과 에너지 전문가가 함께하는 세션은 백미였다. 농업은 친환경에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현대의 농업은 실제로는 탄소중립이라는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농업에서도 당장 2030년까지의 탄소 감축 목표량을 달성하기에도 벅차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으로 이어졌다. 탄소배출이나 토양, 해양 오염원의 발생지로서 농업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생육환경 변화와 생산량 확보 등이 더 이슈가 되리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특히 농업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0~50%에 달한다. 따라서 면세유 등을 폐지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 비용을 지출해야 하거나 농가 소득이 줄어들게 되기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두 함께했기에 가능한 토론이었다. 지난주에는 강원도 춘천에서 탄소중립 대응방안과 ESG전략을 논하는 지역발전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서 강원도는 2040년까지 넷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강원도 내 기업들이 모두 RE100 인증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적 기조를 발표했다. 산림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강원도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여건이다. 하지만 동시에 강원도는 신규

[사회혁신발언대] 농촌의 희망, 청년여성 농업인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식품체계의 변화가 요구되는 전환의 시대에는 농업·농촌으로 청년 여성을 부르고 있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만 19~35세 미만이다. 농식품부가 정책 대상으로 삼는 청년은 만 19~39세 미만으로 조금 더 폭넓다. 실제 농촌마을 현장에 가보면 청년은 50대까지 포괄하고 있다. 통계로 따지면 농촌의 청년인구는 전체 농가인구의 약 9%인 20만2000명(여성 8만9000명)이고,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청년은 6만6000명 중 2만2000명이다. 청년여성농업인은 절대적으로 희소하다. 이러한 희소성은 청년여성들에게 기회이기도 하지만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간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의 초기 정착을 위한 청년정착지원금(3년, 100만원 내외)과 정착 이후 기반조성을 위한 청년후계농 제도, 농지임대나 보금자리 주택, 청년농업인 창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청년여성들에게 녹녹하지 않다. 청년여성농업인들의 좌충우돌 정착기를 들어보면 의견은 공통적이다. 마을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고, 여성이기 때문에 정책지원 과정에서도 농사의 지속성에 대한 의심을 받는다. 심지어 정책지원을 받아도 땅이나 집을 구할 때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피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나홀로 귀촌한 여성청년들은 사회의 패배자로 의심받거나 결혼하면 지역을 떠날 사람 또는 중매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주거에 대한 안전 역시 이들에게는 큰 고민이다. 또한 결혼, 자녀양육 등 생애주기에 따른 생활여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청년여성농업인은 농촌을 선택하는 계기도 다양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 또한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들은 농산물을 음식과 연계하거나, 공예나 예술로 만들기도 하고, 농민의 삶 그 자체를 컨텐츠로 보급하기도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험난한’ 탄소 중립의 길

지난달 18일,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을 심의, 의결했다. 2차 회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의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상향하는 것이었다. 당장 해외에 있는 탄소 중립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 단체의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 정부의 과감한 결정에 기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들이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아주 복잡한 반응들을 듣고 있던 나는 선뜻 ‘나도 즐겁다’란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칼럼을 통해 반복해서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탄소 중립은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가 공격적으로 탄소를 배출해왔던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극적이고 고통스러운 변화를 겪어야만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차피 고통스러울 것이라면 최대한 자원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때그때 임시 처방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의 탄소 중립을 위해 가장 뜨거운 화두인 수소 관련 정책들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으로 전기분해를 통해 추출한 ‘그린수소’를 사용해야만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202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6%에 불과하다. 또한 국토 면적이 좁고, 평지가 적으며, 인구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특성상 재생에너지 시설을 추가로 확충할 여지가 많지 않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비율이 최상위권인 국가들은 대부분 지형 조건의 영향으로 수력발전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다(노르웨이 93.4%, 브라질 64.4% 등). 그렇다면 한국에서 현재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CEO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방송인 유재석과 조세호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퀴즈를 내는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약 1년 전 이 프로그램에서 직장인들의 삶을 다룬 ‘미생’편이 방영된 적이 있다. 신입사원부터, 대리, 부장, 대표 등 다양한 직급의 직장인들이 출연해 회사생활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으며 많은 공감을 받았다. 각 출연자는 회사에서 많이 쓰는 말을 꼽기도 했다. 사원은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대리는 ‘넵’ ‘감사합니다’ ‘해 볼게요’라는 말을 선택했다. 팀장과 부장은 ‘확인했니?’ ‘의견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대표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라’는 말과 ‘오너십’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각 기업의 경영진은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가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CEO들은 어떤 단어를 많이 사용했을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답이 있다. 윤지혜, 이종화는 지난 8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긴 CEO 인사말을 분석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2013년부터 3년 단위로 조사한 결과, 새롭게 등장한 단어로 2013년에는 공유, 원칙, 생산, 만족, 국민 등이 나타났고, 2016년에는 기회, 인류, 윤리경영, 우수, 따뜻 등의 이슈 키워드가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는 디지털, 지속가능성, 파트너, 전기, 수소 등이 보고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이 사회공헌뿐 아니라 환경, 기후변화, 지배구조, 상생적 협력 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CEO들의 관심은 사회적 흐름과 요구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 5월 자본시장연구원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주요 기업 6500개사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우주강국 환호에 가려진 탄소배출

얼마 전, 한 커피 브랜드에서 일회용 컵 사용 절감이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담아 진행한 굿즈 마케팅이 연일 이슈였다. 지난주에는 정부에서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향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표하며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린워싱, 택소노미, ESG 등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리스크에 대한 단어는 연일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 주제가 되었다. 환경운동의 영역에서 그린워싱은 198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하는 등 그 역사가 오래된 표현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잠잠했으나 이제는 폭발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는 ESG에서도 일찌감치 환경요소를 가장 먼저 내세워왔다. 고객들 역시 가격이 비싸더라도 친환경 상품이라면 기꺼이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진다. 특히 기업의 목적을 사회의 개선으로 보는 등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들이 경제 활동의 주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 행동주의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무엇이 친환경인 척하며 포장하는 행위인지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왔다. 애매모호한 주장이나 부적절한 인증라벨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특별히 환경적이지 않지만 다른 제품보다 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그린워싱에 대한 사례나 정부나 시민사회단체에서 발표한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은 해를 거듭하며 계속 언급됐다. 금융시장에는 예상치 못한 변화로 자산가치가 하락하여 부채로 전환되거나 상각해야 하는 자산을 일컫는 좌초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에너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기존의 석탄 발전소를 매각하는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고탄소 자산들은 좌초자산이라는 평가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들도 이어진다. 친환경이기에 금융시장과 고객들로부터 선택받지만, 그것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이라면 한순간에 좌초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간의 그린워싱이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CSR 전략과 ESG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과 ESG의 본질은 같다. 기업이 법적, 윤리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기업을 둘러싼 사회 및 이해관계자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CSR이라면, 이를 측정하는 지표가 바로 ESG다. ESG가 주목받기 이전부터 CSR 가이드라인은 이미 존재했다.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 2006년 농구화 제조사 앤드원의 바트 훌라한이 설립한 B-Lab에서 좋은 기업으로 인증하는 B-Corp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ESG는 이러한 기존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친환경 경영, 사회 책임 경영, 올바른 지배구조의 투명경영 등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반의 거대기업의 무형적 비재무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기업의 평판, 브랜드, 인적자본, CEO의 역량 등 기업의 무형적 가치는 재무적 가치와 같은 글로벌 표준이 부족했다. 기업의 재무적 가치는 제품과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로서 매출, 영업이익 등 글로벌 표준화된 회계기준과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연간보고서 형태로 의무 공시되는데, 비재무적 가치는 체계적인 측정 및 공시 시스템이 부족했다. 따라서 블랙록이나 모건스탠리, 연기금과 같은 거대 금융자본과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환경, 노동인권, 안전보건, 공급망 관리, 지역사회 관계 등 비재무적 가치가 측정 가능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 확대와 기관투자자의 필요성이 코로나19·기후위기와 맞물리면서 CSR과 지속가능경영의 측정 지표인 ESG 브랜드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미래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나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종사자가 늘어날 직업은 뭘까.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The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관련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1위는 풍력발전 기술자, 2위는 숙련 간호사, 3위는 태양광 설치 기술자, 4위는 통계학자, 5위는 물리치료 보조사였다. 다음 순위로는 정보 보안 애널리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가정 및 개인 간호 보조사, 의료 및 건강 서비스 매니저, 의사 보조사 등이 언급되었다. 에너지 분야, 데이터 및 보안 분야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헬스케어 분야가 10위권에서 무려 네 자리나 차지한 점이 퍽 놀라웠다. 기후위기로 인류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자동화와 디지털화 덕분에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동시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노동 수요가 창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특히 가정 및 개인 간호 서비스 종사자가 2030년까지 10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아갈 거라며 걱정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여전히 많고 심지어 새로운 직업도 다수 생길 거란 전망에 조금 희망적인 마음을 갖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미래의 직업, 일자리, 노동을 이야기할 때 개인이 마주하는 진짜 문제는 일자리 수 감소가 아니다. 기존의 일과 새로운 일 사이의 ‘기술 격차(Skill Gap)’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동안은 내가 보유한 기술과 최신 기술 사이의 갭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메워야 하는 갭은 점점 넓어진다. 맥킨지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한수정의 커피 한 잔] 일하는 사람들의 커피

90년대 초반, 대학생 농촌활동을 위해 충남의 한 지역에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농민과 학생이 연대한다’라는 모호한 말보다는 넓은 밭에 가지런하게 심겨진 푸른 먹거리들을 구경하는 것이 그렇게 좋았다. 밭을 보면 그 댁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듯 반듯하게 정리된 들판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한번은 농민회 아저씨가 학생들 고생한다며 간식을 들자고 청했다. 집에 계신 아주머니께 전화를 한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읍내 다방 마담이 커피 보온병과 커피잔을 가지고 나타났다. 뾰족한 힐을 신고 논두렁 길을 걸어왔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병에서 커피 프림 등을 한 숟갈 뜨면서 아저씨, 아주머니와도 친하게 이야기했다. 여러 잔의 커피를 사람 수에 딱 맞게 만들더니 “아저씨, 나 지금 바빠서, 저기 배달 좀 갈게. 학생들 좀 있다가 봐” 한다. 대학생들이 이렇게 시골에 나타나면 귀한 손님 대접한다고 아저씨들은 안 하던 일을 벌이신다. “맛있지유?” 아저씨가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물으시는데, 여자 종업원이 따라 주는 커피를 어린 여자인 내가 손님이 되어 먹는 것이 편할 리 없다. 1987년 커피 수입자유화 조치로 원두커피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인스턴트 커피는 여러 활로를 모색하고 있었다. 커피 매장은 ‘카페’와 ‘다방’으로 나뉘어 각각 원두와 인스턴트 커피를 팔았다. 다방들은 고급 이미지의 원두커피에 상대할 힘을 얻기 위해 ‘음악다방’이나 ‘티켓다방’으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방의 등장은 음악다방의 운명도 위태롭게 했다. 티켓다방은 점점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났다. 시골에서도 이런 현상은 있었는데, 서로 다 아는 지역사회에서 티켓을 ‘세게’ 팔 수는 없고, 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