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4일(일)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생태계에도 분해자가 필요하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내용을 떠올려보자. 환경이란 생물과 생물이 살아가는데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뜻하며, 생태계는 생물이 다른 생물이나 비생물적 환경요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생물은 양분을 얻는 방법에 따라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구분할 수 있다. 생산자는 풀과 나무처럼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드는 생물이고, 소비자는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해 다른 생물을 먹이로 살아가는 동물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곰팡이나 세균처럼 다른 생물의 사체나 배설물을 분해하여 살아가는 생물을 분해자라고 부른다. 지구라는 거대한 자연 생태계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분해자가 각각의 역할을 하며 생태계 시스템을 유지시키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오스카 벤터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이 등재한 연구논문 결과에 따르면, 지구상 완벽한 생태계가 남아 있는 지역은 전체 육지 면적의 2.8~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7.1% 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 파괴가 이미 시작되었고, 이 중 68%는 인간에 의해 생태계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되지 않은 약 2.9%는 기원후 1500년 당시 살았던 모든 생명체가 그대로 살고 있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2.9%중 약 11%정도만 자연보호구역에 속해있어, 앞으로 생태계 파괴가 지속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앞서 언급한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의 개발행위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이 생태계의 복잡하고 긴밀한 역학관계 사슬을 끊기 시작했다.

생태계는 자연계에만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경제 생태계에도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제 생태계는 생산자와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분배하는 기업은 생산자의 역할을, 기업이 생산한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있다. 경영학에서 다루는 내용도 생산자인 기업과 소비자인 사람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생태계는 언제부터인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라는 대명제하에 돈이 사람보다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고, 인간은 자본축적의 도구가 되었다. 기업도 단기적 재무가치 극대화를 위해 불법과 편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이 중요해지면서 겉으로는 고객과 시장을 위하고, 임직원과 협력회사를 우선하고, 지역사회에 이로운 조직이 되겠다고 하지만, 기업의 현실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을 찾기 어렵다. 기업이라는 생산자는 한정된 자연자본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 것까지 생산하고 있고, 소비자 또한 구매한 것을 완벽히 소화하지 않고 배설하고 있다. 이러한 예로, 세계식량기구(FAO)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생산하는 9400억 달러의 식품 중 30% 이상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과, 사용되는 비료와, 가축을 키우는 과정에 투입되는 사료와 농경지의 양도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양도 상당하다.

그러고 보니 경제 생태계에서는 분해자가 보이지 않는다. 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외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을 처리하는 분해자가 있어야 순환된다. 분해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들어낸 유기물을 분해하여 무기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무기물로 분해되면 다시 생산자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생태계는 분해자가 없어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선형경제 형태만 띄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경제 생태계는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어느 기업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드는지가 경쟁력의 척도였다. 이를 위해 효율성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만 있다 보니 순환의 고리가 단절되었고, 더 이상 순환되지 않으니 지속가능성 또한 불가능하게 되었다. 시간차만 있을 뿐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면 경제 생태계에서 분해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자연 생태계에서 분해자의 속성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체나 배설물을 분해하여 다시 생산자에게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경제 생태계의 분해자는 기업과 소비자가 야기한 문제를 분해, 즉 해결하여 다시 생산자의 앞 단으로 순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순환경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 재사용 등을 통해 선형경제 패턴을 순환경제로 바꾸는 경제모델이 점차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고물상이라고 불리던 재활용품 수거업체를 통한 순환모형과 빈 병을 가져오면 보증금을 반환하는 제도 등 순환경제 모형이 있었다. 지금은 많은 기업이 폐기 이후를 고려한 제품개발과 재질변경, 수거정책 변경 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버리지는 것이 없도록 하는 자원 선순환 체계(Closed loop) 공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생산자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더 이상 분해자의 기능을 하는 주체가 없으면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여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인간의 환경파괴와 지나친 천연자원 사용으로 인해 이미 지구는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음을 인정하고 소비생활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 함께 분해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가 유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남이 먼저 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하는 용기, 지혜 그리고 정의로움이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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