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4일(일)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10년 후에도 식량을 생산할 수 있으려면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맑은 가을하늘과 천연색 단풍이 무르익어가는 정선의 고랭지 밭에서는 수십 명의 일꾼이 일사불란하게 천궁(川芎)을 수확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온 계절노동자들은 해발 900m에서 맞는 서늘한 기후가 익숙지 않은 듯 두꺼운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분주히 움직이던 일꾼들은 순식간에 수확 작업을 끝내고 다른 밭으로 옮겨갔다. 이제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마을 주민들끼리 품앗이하는 걸 보는 게 오히려 생경하다. 농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65세 이상 농업인구는 70%에 이르고 39세 이하는 5% 정도에 불과하다. 2020년 농업경영체의 수는 개인과 단체를 합쳐 107만6000명이다. 2010년 167만9000명에 비해 36% 감소했다. 신규 취농자 수는 5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중 76%는 자영농이다. 특이한 건 고용 취농자의 비율이 10년 만에 1.6배가 증가했고, 대부분 40대 이하라는 점이다. 농업법인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장으로서 농업을 택하는 비율이 늘었다.

일본과 한국이 비슷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일본의 농경지 면적은 434만ha로 우리나라 156만ha의 2.8배에 이른다. 그런데 취농인구는 거의 비슷한 130만명 수준이다. 일본은 고용 취농자가 늘어나자 농업경영자를 위한 안내서를 제작하고, 대학생과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농업 적성판별이나 취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귀농을 위한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농업용 로봇 및 자율주행 농기계를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자동조향장치를 갖춘 농기계 판매 대수는 2013년 190대에서 2018년에는 1900대로 5년 만에 10배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2018년부터 일본의 독자 GPS인 ‘미치비키’ 운영을 시작하면서 수 센티미터의 위치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 농기계의 확산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일본 농림수산성은 올해 초 자율주행 농기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경지정리 안내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센서가 장애물로 인식할 수 있는 구조물 제거, 무인 농기계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진입로 확장과 지중 배수시설, 그리고 대구획 경지정리를 통한 직선 구간 확대 등을 추진하기 위한 상세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공위성과 자율주행 농기계, 그리고 농업 기반 정비까지 일본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대비한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 

농업인구 부족은 한국과 일본만 가지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남미 노동자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농업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유럽 역시 농업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독일은 농업에서 고용노동의 비중이 가족 노동보다 더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사를 위해 고용한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의 이탈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40세 미만의 농업인구는 일본보다 더 낮은 1%대에 불과하다. 노동력 부족은 식량 생산에 가장 큰 난제로 부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용 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 등 첨단농업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일본의 스마트농업 기업 ‘레그민’은 농약 살포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올해 선보였다. 농민들은 로봇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농약살포작업을 면적 10ha당 2200엔에 구매할 수 있다. 로봇에 맡게 경지가 잘 정리된 지역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농작업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율주행 농기계와 로봇의 도입이 확산하면 농가의 경작면적은 더 커지고 생산비는 더 낮아지게 된다. 반면에 데이터 기반 농업이 가능해지면서 농산물 품질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스마트팜 혁신 밸리와 영농정착 지원사업 등 청년농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거시적인 지표들은 무인 농기계가 활용될 미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작은 전투에서는 승리하고 있지만, 농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전쟁에서는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현재가 승리하면 미래는 오지 않는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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