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켜놓고 자다 천막 다 태워… 무서워서 불도 못 켜요”

태양광 램프가 절실한 빈민촌 햇볕 안 드는 판자촌 쪽방 대형화재 위험은 물론 사다리 통해 다니다보니 밤에 움직이다 다치기도 “이젠 막내아이가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꼭 촛불을 끄고 잡니다.” 지나 알마리오(38)씨의 말이다. 그녀는 자전거 인력거를 끄는 남편 빅토르(42)씨와 여섯 명의 자녀를 뒀다. 이곳은 필리핀 나보타스시의 빈민촌인 굴라얀 지역. 지나씨의 집안은 대낮임에도 동굴같이 어두웠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나무 사다리는 폭이 넓어 아이들이 오르내리기엔 위험해보였다. 2층엔 외벽이 없이, 나무 기둥 사이로 천막을 이어붙여 놓았다. 집밖에서 보니 2층 나무 기둥 사이로 빨랫줄을 연결해 아이들 빨래가 가득 널려있었다. 유일하게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게 빨랫줄이었다. “남편이 자전거를 끌어 하루 150~200페소를 벌지만, 매일 자전거 주인에게 100페소씩 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별로 없어요.” 1개 8페소(216원 가량)짜리 초를 사서 촛불을 켜는데, 그녀는 이 촛불 때문에 두 번이나 화재를 당했다. 작년 6월 촛불을 켜놓은 채 깜빡 잠이 들어, 플라스틱 촛대와 나무 바닥까지 태웠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밤에 촛불이 쓰려져 2층 천막을 다 태워버렸다고 한다. 이후 잘 때면 절대 촛불을 켜지 않지만, 답답할 때도 많다. 지나씨는 “2층에 자던 막내가 깜깜한 밤에 볼일을 보러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1층 바닥으로 떨어져 팔 한쪽이 3㎝가량 찢어졌다”고 했다. 굴라얀 빈민촌 주민들에게 빛은 생명과 직결된다. 300가구 중 정식으로 전기를 끌어다쓰는 가구는 20가구뿐. 전기 없는 가구 중 보조계량기를 달아 전기를 빌려쓰는 가구가 194가구. 86가구는 아예 전기가

어둡고 가난했던 어촌마을… 주민들의 삶을 밝혀준 ‘요술램프’

하트하트재단의 필리핀 태양광 램프 지원 현장 빈민 지역 뿔로 마을 2년 전 램프 지원 받아 저녁에 공부하게 되자 여학생 4명 대학 진학 야간조업하는 어부도 그물 손질 쉽게 하고 안전하게 항해 다녀 털털털털…. 마을 전체에 굉음이 퍼졌다. 열 배 증폭된 탱크 소리 같았다. 주변이 깜깜하고 조용해서인지 유난히 소리가 컸다. “발전기를 돌리는 소리”라고 했다. 마을 입구의 커다란 식당은 전깃불을 밝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뿐이었다. 골목골목 집집마다 불을 밝히고 있는 건 태양광 램프였다. 구멍가게 입구에도, 가족이 오글오글 모인 집안에도 어김없이 태양광 램프가 보였다. 이곳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4대 빈민 지역 중 하나인 나보타스시 뿔로 마을. 2011년 3월, 하트하트재단은 100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태양광 램프 80개를 지원했다. 3년 차를 맞는 올해, 태양광 램프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태양광 램프 덕에 여대생 4명 탄생 올해 뿔로 마을엔 4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생이라곤 고작 2명뿐이던 가난한 어촌 마을에서 여대생 4명이 한꺼번에 탄생한 것이다. 지난 17일 저녁에 만난 마이라(15·나보타스시립대 교육학)양은 “호롱불(등유 램프)을 쓰는 아이들과 달리, 태양광 램프를 쓰는 아이들은 숙제를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며 “밤마다 2시간 정도 공부했는데, 한 반 46명 중 3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마이라양의 엄마는 2010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마이라양은 “외국에 나가 돈을 벌어 레스토랑을 열고 싶다”며 “가족과 함께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미니 빌라누에바(16·나보타스시립대 교육학)양은 “호롱불 가까이에서 책을 보느라 눈이 많이 아팠는데, 태양광

“자선 넘어 투자의 개념으로… CSR도 전략이다”

CSR 아시아 공동설립자리처드 웰포드 CSR 효과 당장 안보여도 기업에 핵심적 영향 끼쳐 中 CSR 분야 발전 빨라 연도별로 성과 분석하는 차이나 모바일처럼 장기적인 전략 필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난 10년간 아시아에서 급격히 발달해왔다. CSR의 성공사례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단계는 넘어섰다. 다만, 많은 기업에서 어떻게 CSR을 전략으로 만들고 이를 조직 내에 정착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CSR은 기업활동의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전략적 영역이 되어야 한다.” 리처드 웰포드(Richard Welford) ‘CSR 아시아’ 회장이 밝힌 최근의 트렌드다. 웰포드 회장은 아시아에 9개 지점을 둔 CSR 컨설팅 회사인 CSR 아시아 공동설립자 겸 회장이다. 국제무역과 CSR을 20년 이상 연구해온 인물로, 옥스팜·보디숍·나이키·HP·HSBC·디즈니 등 다수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CSR 활동 개발과 전략을 지원했다. 국제무역, 환경보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책 15권과 논문 100편을 발표, CSR 분야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대표 전문가로 불린다. 웰포드 회장은 오는 4월 10일 ‘더나은미래’가 주최하는 ‘해외진출 기업의 글로벌 CSR전략’ 콘퍼런스 참석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늘면서 CS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기업 CSR 활동은 어떤가. “중국에서의 CSR 분야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6억명에 가까운 고객을 소유한 중국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China Mobile)’은 정교한 CSR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반면 CSR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회사들도 있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이런 회사들은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현장에 도움 되는 모금 전문가 배출 시급해

문화예술단체 재원조성·인력양성 공연시설 자립도 31.7% 전체 수입 비중에서 기부·후원금 3.4% 불과 대학·병원에서는 모금전문가 따로 채용 문화예술단체 위한 모금·재원조성 관심 있는 사회지도층 배출돼야 비영리단체, 대학교, 의료법인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모금(fundraising) 컨설팅과 교육이 문화예술 단체에도 확산될 것인가. 지난 2월 26일 서울 대학로에서 이뤄진 ‘문화예술 분야 재원조성과 인력 양성’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정재왈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비케이 안(Bekay Ahn)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 김성규 한미회계법인 대표 등은 “문화예술 단체에도 모금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868개 공연시설의 전체 수입은 2009년 6932억원에서 2011년 928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재정 자립도는 31.7%에 불과했다. 공공 지원금이 같은 기간 3907억원에서 617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반면 외부의 기부·후원금은 349억원에서 317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전체 수입 중 공공 지원금 비중은 66%인 데 반해 자체 수입은 30%, 기부·후원금은 3.4%에 불과하다. 정재왈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공공 지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부나 후원금 등 외부 재원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며 “이미 많은 전문 예술 법인과 단체에서 모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새 정부의 100대 과제 중에도 문화예술단체의 재원조성이 포함돼있는 등 모금 전문인력 양성은 정책 방향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편 500개에 달하는 전문 예술법인·단체의 기부·후원금은 2009년 241억원에서 2011년 379억원으로 3년 연속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기부·후원금의 양극화, 집중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전문 예술법인·단체의 기부금 수입 평균은 9231만원이었는데, 설문에 응답한 411개 중 143개 단체가 기부금이 없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268개 단체

“교육·의료·일자리… 한국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혁신가들 배출”

아쇼카 3개국 리더 대담 글로벌 리더 양성하는 아쇼카 한국 공식 출범 사회혁신가 ‘아쇼카 펠로’ 올해 말까지 3~4명 선발 3년간 교육·생활비 지원 비전 세우고 진화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 요구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빈민을 위한 소액대출은행)의 창립자이자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미국 인문대생들에게 ‘취업하고 싶은 직장’ 1위로 뽑힌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만든 웬디 콥(Wendy Sue Kopp). 이들은 모두 아쇼카(Ashoka)가 선정한 ‘아쇼카 펠로(fellow)’다. 아쇼카는 지난 33년간 70여개국 3000명에 이르는 사회혁신가들을 아쇼카 펠로라는 이름으로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이제 곧 한국에서도 아쇼카 펠로를 만날 수 있다. 지난 5일, ㈔아쇼카 한국이 공식 출범식을 갖고 ‘세상을 바꿀 혁신가’ 찾기에 나섰다. 베벌리 슈월츠(Beverly Schwartz) 아쇼카 글로벌 본부 부회장, 와타나베 나나 ㈔아쇼카 일본 대표,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등 한·미·일 3개국 리더는 ‘더나은미래’와 대담을 통해 아쇼카 한국 출범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편집자 주 사회=아쇼카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되나. 이혜영 대표(이하 이혜영)=아쇼카의 비전은 ‘모든 사람이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가 되는 세상’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사회적기업 등이 많아졌지만, 정작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얘기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문제의 뿌리(원인)부터 제거하자는 게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다. 아쇼카 한국은 앞으로 전 세계의 아쇼카 펠로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국내의 아쇼카 펠로를 찾아 나설 것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3~4명의 아쇼카 펠로를 뽑고, 향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기업의 CSR, 윤리적 책임도 다해야 완성

5년 전,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몇 개월 동안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언론에 짤막하게 보도되었을 때만 해도, ‘소문’의 진원지를 후속 취재할 길이 없어 사건은 묻히는 분위기였습니다. 며칠 후 유흥주점 종업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언론사가 이를 집중보도하면서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로비를 받고, 늑장수사와 수사중단을 지시한 경찰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하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을 비웃는 듯한, 대기업 오너의 삐뚤어진 행태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올해에도 계열사 자금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태광, SK 등 대기업 총수가 구속되는 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외부의 압력이 높아지자, 일부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기업의 진정한 책임은 이윤 창출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고, 일자리를 늘려 고용을 잘하는 것 아니냐” “선진국은 기업 사회공헌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 등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사이 유독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미 조지아대 캐롤 교수는 CSR의 4단계 책임론으로 유명합니다. 1단계는 경제적 책임으로,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해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단계는 법적 책임으로, 공정한 규칙 속에서 법을 준수하며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단계는 윤리적 책임인데, 기업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비자와 종업원, 지역주민,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기준,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단계 자선적 책임은 경영활동과 관계없이 기부나 사회공헌 등을 통해 사회로부터 얻은

[Cover Story] 자원봉사 할 사람 이렇게 많은데… 자원봉사센터에는 사람이 없다

설립 18년째… 제 역할 못하는 자원봉사센터 실태 전국 봉사센터 246개 중 절반 이상이 지자체 직영 정치적 독립성 부족해 지자체 행사 동원되기도 “봉사자 줄었다”는 단체 “봉사할 곳 없다”는 이들 자원봉사자와 기관 간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1. 지난 19일 오후, 전남 순천시청 3층 복도 맨 끝에 위치한 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실에는 단 한 명의 직원이 간단한 전화 응대를 하고 있을 뿐, 남은 8개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봉사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마일리지 통장정리기도 고장나 있었다. 1996년 전남 최초로 설립된 순천시자원봉사센터는 현재 센터장이 공석이다. 직원은 사무국장을 포함해 단두 명뿐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순천시로부터 운영비도 받지 못했다. 자원봉사센터 상근직 직원 7명의 월급이 밀리면서 직원들은 센터를 그만뒀다. 순천시와 갈등을 빚던 자원봉사센터장은 작년 12월 사퇴했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운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곳이 1년 만에 파행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길 순천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4·11 보궐선거에서 조충훈 시장(무소속)이 당선된 이후, 전임 시장이 ‘독립법인’으로 전환한 자원봉사센터가 적법이 아니라며 갑자기 특별감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현 시장이 자원봉사센터를 장악하기 위해 트집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순천시는 “자원봉사센터가 여전히 지자체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산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견이 있었다”며 “독립법인 이사회 또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입장이다. #2.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달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만들면서 목소리를 기부할 ‘자원봉사자’를 뽑았다. 홈페이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입력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면,

[영리에서 비영리로] 기업과 복지현장 잇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국가는 제1섹터, 영리기업은 제2섹터, 비영리는 제3섹터라고 불린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사이에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영리에서 비영리로, 비영리에서 영리로, 두 영역 간의 직업 이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비영리단체의 ‘문제해결형’ 현장 노하우를 배우고, 비영리단체는 기업의 ‘목표달성형’ 역량을 배운다. ‘영리-비영리 크로스오버 시대’가 국내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편집자 주   ◇ 브랜드 마케팅 강화로비영리 위상 높이겠다. 김미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신임 사무총장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항상 ’50대부터는 아동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꿈꿨었거든요. 그 소원을 이루게 돼서 벌써 행복합니다.” 국제아동보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신임 사무총장이 된 김미셸(51)씨는 미국을 대표하는 보석브랜드 ‘티파니앤컴퍼니’ 아태지역 부사장 출신이다. 16세에 미국 시애틀로 이민을 갔고, 워싱턴대학을 거쳐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티파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코디네이터, 한국 지사장, 아시아 지역 총괄 부사장까지 단숨에 오르며 20년간 전문 경영인으로 활약하던 그녀는 지인으로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김 총장은 “한 달 동안 세이브더칠드런의 국내 사업장 30곳을 둘러봤는데, 24시간 대기하면서 아동보호 현장을 누비는 직원들을 보고 놀랐다”며 “영리기업 CEO들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원을 투자하고 고민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직원들 사이에는 절대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데, 세이브더칠드런에선 모두 확고한 비전과 열정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김 총장은 “사람들이 ‘모자 뜨기 캠페인’은 알아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잘 모르더라”면서 “세이브더칠드런에 대한 소개보다 당장의 캠페인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설치하고 고장 난 채 방치… 왜 원조하나요

제가 처음 국제구호개발 현장을 가본 것은 2006년입니다. 월드비전과 함께 케냐 투르카나 지역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보고 난 후 병원 건물 뒤편에서 한참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이는 두 손가락으로 팔을 감싸니, 한 마디가 남을 만큼 앙상했습니다. 케냐에서 또 한 번 놀란 현장은 드넓게 펼쳐진 ‘소람(Sorgho m·옥수수의 일종)’ 농장이었습니다.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월드비전은 이들에게 농사를 가르치고, 지역개발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작년 초, 저는 태양광 전등이 필요한 라오스 현장을 취재 갔다가 다소 민망한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라오스 싸이냐부리의 한 소학교에서 수십 명의 선생님이 점심만찬을 차려놓고 저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저를 안내한 분이 2년 동안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지낼 때 지은 건물이었는데, 코이카가 이 지역의 봉사단 파견을 돌연 없애면서 컴퓨터실은 무용지물이 돼버렸습니다. 그녀는 “너무 미안하다”며 매년 자비를 들여 라오스를 찾아 자체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조하는 나라(공여국)’의 첫발을 내디딘 초보자에 불과합니다. 코이카가 생긴 지 22년 됐지만, ODA 규모가 늘어나고 개발협력과 관련한 관심이 높아진 건 10년도 안 됩니다. ODA 예산이 증가하면서 국내사업을 하던 NPO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국제본부로부터 매뉴얼을 전수받을 수 있는 일부 초대형 NPO를 제외하면, 코이카와 토종 NPO, 기업, 대학, 병원 등 많은 곳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광이든, 수세식 화장실이든, 학교 컴퓨터실이든 지어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라오스에 가보면 중국인들이 뿌려놓은 태양광 패널이 고장 난 채 방치된 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 “한국은 장애인 IT 접근성 후진국… 그만큼 좋아질 가능성 커”

장애인 IT 접근성 보장법 미국서 올해 10월 시행 韓 대기업들 수출 비상 스마트폰 등 IT기기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안이 오는 10월 미국에서 시행된다. 지난 2010년 제정·공표된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The 21st Century Communication&Video Accessibility Act)’이 36개월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아직 아무도 모른다. 지난 4일, 자택에서 만난 이상묵(51)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IP TV 등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이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지난 2010년부터 서울대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 산업기술기반지원센터장으로 재직, IT 분야 등 이공계 진출을 위한 장애인 인력양성프로그램 및 보조공학기기 산업 활성화 연구를 하고 있다. ―’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법’이 시행되는 이유는 뭔가. “미국을 장애인의 천국으로 만든 혁명적인 법안은 1990년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장애인차별금지법(America’s with Disability Act)’이다. 일명 ADA법안이다. ADA법안은 건물, 교통, 고용, 의료, 교육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분야는 활발하지 않아 이 부분이 법안에 담기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 모바일기기도 생기고, 무선랜, 클라우드, SNS도 나오면서 IT 혁명이 일어났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정보통신 서비스에서 차별받는다는 문제가 제기돼 이 법안이 만들어졌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는가. “ADA법도 이렇게 시작했다. ‘상식적 적용(Resonable accomodation)’이라는 게, 무서운 법안이다. ADA법안 시행 당시 정부는 예산 없이, 규제권만 있었다. 장애인이 기업을 상대로 차별받았다고 소송을 하면,

[Cover Story] 국익 앞세운 잇속 채우기… 현장 목소리 귀막은 해외원조

한국형 공적개발원조의 현실 한국ODA에 대한 보고서 책임·목적 강화 등 권고 유상·무상원조 예산 29개 부처·기관이 나눠 효과 낮고 중복도 많아 컨트롤타워 역할 키우고 조각난 원조 통합해 질적으로 향상 시켜야 올해 우리나라의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은 2조411억원이다. 2008년 8900억원 규모였으나, 5년 만에 세 배나 늘었다. 2009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제정됐고, 2010년에는 원조 선진국들만 가입하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이하 개발원조위)에 24번째로 가입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첫 사례인 만큼, 국제사회의 기대도 높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지난달 29일 OECD 개발원조위는 ‘한국 ODA에 대한 동료평가(Peer Review)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첫 평가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명확한 목적과 우선순위를 설정해 개발협력 전략을 세울 것 ▲ODA 정책에 대한 대국민 소통과 투명성, 책임성을 강화할 것 ▲ODA 통합체계를 만들 것 ▲민간분야의 참여를 독려하되, 수혜국 주도의 개발정책을 유지할 것 ▲시민사회를 지원하는 ODA 규모를 늘릴 것 등의 권고를 받았다. ‘한국형 ODA’를 표방하던 정부가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해외 현지에서 활동하는 개발협력NPO 23개 단체 인터뷰를 통해, ‘컨트롤타워 없는 문어발식 한국형 ODA’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 주 “코이카(외교부)에서도 찾아오고 보건의료재단(복지부)에서도 찾아와서 명함을 내밀면 현지 정부나 단체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한다. 한국 정부와 일하려면 기억해야 할 사람도 많고, 부처도 많아서 의사소통에 혼돈을 겪는다. 현지 입장에서는 행정절차도 중복되고, 서류도 중복해서 내야 하기 때문에 낭비다.”(H단체 관계자) “최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두고 적정기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에 많은 정부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투명한 사업평가·재정감사로 전문성과 역량 높여야

비영리단체 앞으로의 과제 국내 복지와 해외원조·개발협력 등을 담당한 한국의 비영리단체(NPO·Non Profit Organization)들의 재정·사업 규모가 정부기관을 초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NPO공동회의가 최근 발간한 ‘2011 개발복지 NPO 총람’에 따르면, NPO들의 예산규모는 1조5900억원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총액 3692억원의 4.3배에 달했다. 이 중 정부가 제공하는 ‘정부보조금’은 14.3%에 불과했고, 일반국민 모금으로 구성된 ‘회비 및 후원금’ 비중이 52.3%였다. NPO들의 전체 사업 및 운영에 투입된 비용 1조6600억원 중 국내사업에 쓰인 돈은 9363억원(56.4%)이고, 해외사업은 4900억원(29.5%)을 차지해 여전히 국내사업 비중이 높았다. 한편 NPO들의 해외사업과 북한사업을 합한 사업비용은 5208억원으로, 2011년 국제협력단(KOICA)의 ODA(공적개발원조) 지원실적 4518억원의 115%에 해당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NPO 기관의 인력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직원 규모는 1만9562명으로, 이 중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직원 및 현지파견 직원은 937명으로 드러났다. 반면 자원봉사자 규모는 총 1253만여명으로, 해외에만 1만3028명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자원봉사자들을 해외로 파견하는 기관은 21개(8.7%)로, 해외 자원봉사자 파견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띠었다. 비영리단체의 ‘빈익빈 부익부’도 강화되고 있었다. 모금액 100억원 이상 단체(11곳)의 모금액은 6409억원으로, 241곳 전체 모금액 8337억원의 76.9%를 차지했다. 조사단체 중 175곳이 모금액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NPO였다. 한편 국내사업의 경우 종합복지사업(30.4%), 아동복지사업(25.4%)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사업은 교육사업(65개 기관, 27.1%) 비중이 가장 높았고, 장학금 지원과 교재비, 학용품 지원 등에 집중돼 있었다. 보건의료사업(60개 기관, 25%)이 그 뒤를 이었다. 일대일 아동결연사업의 경우, 전체 조사 참여기관 해외사업 재정총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대북지원사업의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