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후원은 누군가의 인생 바꾸는 기적 같은 일, 내 이야기처럼”

구호기관 도움 받았던 아이가월드비전 맡게 된 건 ‘운명’ 같아 꾸준히 기부금 보내온 美 어머니이젠 네가 ‘기적’ 선물하라는 것 화살은 혼자서 날아갈 수 없다. 화살을 힘껏 쏘아 올려줄 활이 필요하다. 지난달 24일 만난 조명환(65) 월드비전 회장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에 나오는 활과 화살 이야기를 했다. “세상의 모든 어른을 향해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들은 활, 아이들은 화살. 그대들의 아이가 살아있는 화살이 되어 미래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하라. 저도 그런 활이 되려 합니다.” 어린 시절 조명환 회장은 가냘프고 초라한 화살이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서울에서 가장 빈민촌이던 금호동 달동네 판잣집에서 태어났다. 젊은 실향민 부부의 아이로 태어난 그가 딱해 보였는지 주변에서 도움받을 곳을 알아봐 줬다. 구호기관 직원이 집으로 찾아와 갓 태어난 그를 확인하고 미국인 후원자를 연결해줬다. 후원자는 매달 한국어로 번역된 편지 한 통과 15달러를 보내왔다. 가난한 가족의 한 달 생활비였다. 구호기관의 도움으로 자란 아이가 한국 월드비전의 수장(首長)이 됐다. 조명환 회장은 “운명이 이끈 자리”라고 했다. “올해 1월 취임하고 6개월이 흘렀어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제가 여기에 온 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난하고 공부도 못했던 제가 꿈을 꿀 수 있었던 건 후원 덕분이었죠. 그 활이 저를 당겨 여기로 보냈나 봐요.” 운명이 이끌다 조명환 회장은 세계적인 에이즈 전문가다. 건국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쳤고 바이오 관련 벤처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경험도 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가난한 에이즈

[진실의 방] ‘김갑생할머니김’의 ESG 경영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이다!’ 페이스북을 하다가 누군가 올려놓은 유튜브 영상에 눈길이 멈췄다. 어느 기업 담당자가 자기 회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연사를 칭찬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대체로 ‘최고’라는 반응이었다.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댓글도 있었다. 영상을 클릭했다. ’2021 P4G 서울 정상회의’라는 글자가 화면에 떠올랐다. 5월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 행사는 한국 정부가 최초로 개최하는 기후환경 분야 정상회의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스티브 잡스의 PT와 견줄 만하다는 그 영상은 P4G 사전 행사로 진행한 강연인 듯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이 P4G 사전 행사에서 강연을 했기 때문에 기대가 됐다. 이번엔 누굴까. ‘김갑생할머니김’의 이호창 미래전략실 본부장이 발표 무대로 뛰어올랐다. 시가총액 500조원, 코스피 1위 기업인 김갑생할머니김은 그동안 APEC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평양냉면 옆에도 김갑생할머니김이 있었다. 이호창 본부장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업이 자사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를 갖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 이것이 바로 ESG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친환경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빛 김 포장지를 활용해 ‘딱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호창 본부장은 ‘김갑생 김딱지’를 통해 그 옛날 골목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인터뷰]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10년 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빈곤 아동’ 문제에 집중하던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기후변화’ 이슈를 다루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재단은 최근 ‘기후변화체감ing’라는 영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만난 이제훈(8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재단의 목표라고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이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없애고 개선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 캠페인도 그중 하나다. “우리가 기후변화 캠페인을 한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린이재단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야지 왜 그런 일을 하느냐, 환경 단체가 할 일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지금 아이들의 행복과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라고요.” 기후변화와 초저출생 ―아이들을 가장 위협하는 게 ‘기후변화’라는 얘기네요.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코로나19와 기록적 폭우.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 있어요. 기후변화는 아이들의 생존권은 물론 발달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20년 후의 세상은 생지옥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챙기는 것도 재단이 할 일이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재단의 캐치프레이즈예요. 뻔한 말이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잘못되면 나라가 잘못됩니다. 아이들을 돕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에요. 현재가 따로 있고 미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연결돼 있어요.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미래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미래가 ‘기후변화’입니다. 캠페인을 통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이들에게 휠체어 아닌 ‘이동권’을 만들어줍니다

[이상한 사장님]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습니까?” 심재신(45) 토도웍스 대표가 자주 듣는 질문이다. 아동 전용 휠체어인 ‘토도아이’를 만들었을 때도 이런 질문 여러 번 받았다. 지난해 출시된 토도아이는 동력보조장치(파워어시스트)를 장착한 수동 휠체어다. 팔걸이에 달린 조종간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네다섯살 아이도 힘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휠체어를 굴릴 수 있다. 중요하고 필요한 물건이지만 만드는 회사 입장에선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휠체어를 타는 6~13세 국내 아동의 수는 대략 2000~2500여 명. 시장 자체가 작다. 휠체어 가격을 너무 낮게 잡았다는 것도 문제다. 대당 150만원. 기존 아동 휠체어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2000여 명 아이들을 상대로 돈을 남길 생각은 없습니다.” 세간의 질문에 대한 심재신 대표의 답은 단호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급’하기 위해 휠체어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경제적인 이유죠. 대부분의 복지 선진국들은 아픈 아이들에게 휠체어를 무료로 지급하는데 한국은 지원이 거의 없어요. 제도에 눌리고 돈에 눌립니다.” 지난달 12일 경기 시흥에 있는 토도웍스 본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고 예쁜 휠체어’를 만드는 사장님을 만났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휠체어를 장기간 타고 다닌 아이들은 척추측만증과 같은 ‘2차 장애’를 얻게 됩니다. 아이들이 몸에 꼭 맞는 휠체어를 타면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토도아이 휠체어를 만들었어요. 매출이요? 국내 시장만 보면 답이 없습니다. 돈은 해외로 수출해서 벌어야죠.” 특별한 의뢰인 2016년 설립된 토도웍스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소셜벤처다. 장애

[진실의 방] 최재천과의 대화

최재천 교수님 말이야, 참 멋진 사람인 것 같아. 인터뷰를 마치고 택시를 기다리면서 후배에게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후배는 구체적으로 어떤 면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글쎄, 일단은 재밌잖아. 1953년 강원도 강릉 출생. 최재천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따고 하버드대에서 행동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전임강사와 미시간대 조교수를 거쳐 1994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2006년부터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통섭’ ‘호모 심비우스’ 등 수십 권의 책을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과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스타 과학자다.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한마디로 누구나 인정하는 이 시대의 석학이다. 최재천 교수에게 질문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태학’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석학은 잠시 고민하더니 ‘흡혈박쥐’ 이야기를 들려줬다. 흡혈박쥐 하면 동물의 몸에 구멍을 뚫어 피를 쭉쭉 빨아먹는 섬뜩한 장면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동물의 피부를 긁어 상처를 낸 뒤 피를 살살 핥아먹는 다소 비굴한 모습이라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이조차도 얻지 못한 박쥐들이다. 며칠만 흡혈하지 못해도 굶어 죽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배를 채운 박쥐들이 동굴로 돌아와서는 쫄쫄 굶고 있는 친구 박쥐에게 제 피를 토해 나눠주는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석학은 말했다. ‘지구상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고. 나누고 되갚는 연대를 통해 흡혈박쥐 집단이 살아남은 것처럼 코로나 시대의

“미래세대 리더 연결하고 지원하는 ‘플랫폼’ 만든다”

[인터뷰] 권오규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 “지난 2년간 재단 이사장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우리가 하는 공익사업을 통해 인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였습니다. 악기를 처음 만져본 초등학생이 몇 년 뒤 오케스트라 무대에 오르고, 경연에 참여한 청년들이 매년 더 수준 높은 사회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걸 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지난 26일 만난 권오규(69)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은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며 웃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지난 2007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사재 85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개인 재단이다. 2018년 12월 취임한 권오규 이사장은 지난해 말 연임하며 3년 더 재단을 이끌게 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재단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명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세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며 “기존에도 장학 사업 등을 통해 인재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인재들이 지식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 방식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회문제 해결의 장(場)을 마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세상을 바꿔나가는 ‘인재’들을 우리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만나게 하는 거죠. ‘공간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년 혁신가들이 모여서 일도 하고 아이디어도 나누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 생각이에요. 재단 직원들과 함께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중입니다(웃음).”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설립 이후 ‘미래인재 육성’ ‘문화예술 진흥’ ‘소외계층 지원’ 등 크게 세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목적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매년 200억~220억원 규모로, 이 중 미래인재 육성 사업비가 40%에 이른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시작한 ‘현대차 정몽구 글로벌 장학’ 사업이다. 권 이사장은

“세상이 어려워도 NGO는 멈추면 안 됩니다”

[신년 특별 인터뷰] 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 30년 전 토종 NGO 굿네이버스 설립아동학대 예방 사업 국내 최초 진행 작년 코로나로 모금 시장 ‘양극화’큰 단체가 작은 단체의 성장 도와비영리 생태계 힘 기르는 게 꿈 “여섯 살 남자 아이가 거기 있었어요.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습니다. 계모에게 학대를 당한 작은 몸이 멍으로 뒤덮여 성한 곳이 없었어요.” 이일하(74) 굿네이버스 이사장은 20년도 더 된 일을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일명 ‘정훈이(가명) 사건’. 우리나라 아동학대 실태를 세상에 알린 비극적인 사건이다. 1998년 2월, 방송사 시사 프로 PD가 굿네이버스 사무실에 찾아와 아동학대 사례를 구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아동학대라는 단어조차 낯선 시절이었다. 부모가 자녀를 때려도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훈육 정도로 생각하는 게 예사였다. 1996년 NGO(비영리민간단체) 최초로 ‘신고 시스템’을 갖춘 아동학대상담센터를 개설해 운영하던 굿네이버스는 PD에게 역으로 제안을 했다. 상담 중인 아이들의 사례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건 부적절하니, 방송 자막으로 신고 번호를 띄우고 제보를 받아보자고 했다. 효과가 있었다. 자막이 나간 뒤 곧바로 여러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가장 위급해 보이는 곳으로 굿네이버스 아동학대 담당자와 방송사 PD, 촬영기자, 경찰 등이 함께 출동했다. 그곳에 정훈이가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아이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더 잔혹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보를 받았을 때 분명히 그 집에 남매가 있다고 했는데, 누나가 없는 거예요. 모른다고 잡아떼던 부모가 추궁에 못 이겨 결국 실토를 했습니다. 학대 과정에서 아이가 사망해 마당에 묻었다고 하더군요. 마당을 파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더나은미래 ×현대차정몽구재단 특별기획]학자 6인이 보내는 신년 메시지 삶이 너무 많이 흔들렸다. 예측은 빗나가고 기대는 무너지고 계획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무서운 경험을 거듭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 무엇이 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그럴듯한 전망을 내놓는 일들이 이토록 공허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보다 근본적인 것, 어떤 일이 닥쳐도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절실하다. 또다시 예측이 빗나가고 기대가 무너지고 계획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도 더는 우리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바이러스와 함께 시작된 2021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특별한 신년 기획을 준비했다. 최재천(생태학), 장대익(과학철학), 박미랑(범죄학), 오혜연(전산학), 허태균(심리학), 정석(도시공학) 등 서로 다른 분야를 탐구하는 6인의 교수를 차례로 만나 코로나 이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물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학자들은 놀랍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공통 키워드는 ‘연결’이었다. 누군가는 생존 전략으로서의 연결을 말했고, 누군가는 양극화와 불균형을 바로잡는 연결에 대해 설명했다. 6인의 메시지를 지면에 담아 전한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뜻밖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절묘하게 떠올랐다. 여기에는 좋은 의미, 나쁜 의미 모두 담겼다. 감염은 물리적 연결을 통해 이뤄지고, 이로 발생한 위기는 연결을 통한 연대와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류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면,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면, 감염병을 겪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힘은 연결을

일상의 변화를 만듭니다

슬기로운 비영리 생활 무직 청년들을 모아 ‘회사 놀이’를 하는 사람들, 여성 인권 NGO를 운영하는 뷰티 유튜버, 꽃을 가꾸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수상한 정원사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상한 비영리’가 나타났다. 전통적인 비영리단체들을 떠올려보면 금세 비교가 된다. 숭고한 정신, 대단한 사명감. 그런 게 뭔지 이들은 잘 모른다. “좋은 일 합시다” 하고 호소하거나 선동하는 법도 없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 손!”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풀어내는 방식부터 기존 비영리단체들과는 딴판이다. 인권, 환경, 여성, 아동,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만 거대담론은 잘 다루지 않는다. 제도나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는 주변과 이웃의 일상을 소소하게 바꾸는 일에 관심이 있다. 일종의 ‘생활밀착형 비영리단체’라 할 수 있다. 이런 단체들을 공식적으로 ‘비영리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공익활동을 하는 신생 비영리단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청년 무직자들에게 소속감을 채워주고자 ‘니트생활자’라는 단체를 만든 박은미·전성신 대표. 구독자 70만명을 가진 유튜버로서 다양한 여성 인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WNC’의 김혜원 대표. 식물을 키우고 밭을 가는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 회복을 꾀하는 ‘마인드풀가드너스’의 김민주·김현아 대표. 지난 23~24일 비영리스타트업 3팀 대표들을 각각 인터뷰했다. 백수가 어때서 “여섯 번째 직장을 그만두면서 생각했어요. 다시는 조직 생활을 안 하고 싶다고요. 이유 없는 퇴사는 없잖아요. 회사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불공정 계약으로 쫓겨나듯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사회에서는 그저 취업할 의욕마저 사라진 부정적

[비영리스타트업] ②구독자 70만 뷰티 유튜버 “여성 인권 NGO 설립했어요”

[인터뷰]김혜원 WNC 대표 직업이 두 개에, 이름도 두 개다. 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유튜버 ‘에바(EVA)’. 그리고 여성 인권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 단체 WNC 대표 ‘김혜원’. 대학 신입생이던 2015년 유튜브를 시작한 그는 화장품 리뷰 영상과 브이로그(일상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구독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18년, 느닷없이 비영리 단체 WNC를 설립했다. WNC는 ‘Why Not, Why Can’t?(왜 안 돼? 왜 못 해?)의 줄임말이다. 가로막힌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회를 열고, 데이트 폭력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비혼 여성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유튜버 에바로도 여전히 활약 중이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에바가 아닌 김혜원을 인터뷰했다. 그는 “대단한 정의감이나 사명감으로 비영리 단체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3학년 때 교양수업으로 ‘여성학’ 강의를 들었던 게 계기가 됐어요. 제 채널 구독자 대부분이 10대~20대 여성이거든요. 여성과 관련해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있고 갈등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한 수업이었어요.” 강의 듣는 내내 충격의 연속이었다.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차별과 고정관념들에 대해 낱낱이 알게 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여성 인권 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좀 어려웠어요.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대학생’이 낄 자리는 아니라는 느낌이었죠. 기껏해야 기부하는 정도? 내가 어떤 단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내가 뭘 얻느냐도 중요하잖아요. 기존 단체들의 활동에서는 그런 게 없었어요.”

발달장애인 ‘고용’하려고 비누를 만듭니다

[Cover Story] 착한 비누로 60억 매출, 노순호 ‘동구밭’ 대표 직원의 절발이 ‘발달장애인’ 천연 성분 고체 비누로 3년 만에 매출 60억원 달성 내년 목표 ‘보수적으로’ 100억 가장 중요한 건 망하지 않는 것 발달장애인 직원을 고용해 천연 고체 비누를 생산하는 ‘동구밭’은 전형적인 사회적기업이다. 비누를 만들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비누를 만드는 회사다. 동구밭에 관한 반가운 소문을 들었다. 매출 50억원을 달성했다는 소식이었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경기도 하남에 큰 공장을 샀다, 대기업들의 납품 요청이 줄을 잇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노순호(29) 동구밭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이냐 물었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다 맞는데 하나는 틀렸다”고 말했다. “50억이 아니라 60억 찍을 것 같아요.” 2015년 1월 설립된 동구밭은 원래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도시 농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한 건 2017년. 비누를 만든 지 3년 만에 매출 60억원을 달성한 셈이다. 일반 기업에선 상식적인 일일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에선 보기 드문 성장 곡선이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겠다는 약속도 잘 지켜지고 있다. 전체 직원 53명 가운데 절반이 발달장애인 직원이다. 지금까지 입사한 발달장애인 중 중도 퇴사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지난 10일 노순호 대표를 만났다. 농축과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된 동그랗고 단단한 비누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만약 동구밭이 망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경쟁에 밀려서? 품질이 떨어져서? 아니에요. 발달장애인 문제에 더는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그 시점이 바로 우리의 내리막길일 겁니다.

[진실의 방] 장혜영만 저주를 피했다

‘행운의 편지’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다.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로는 행운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운 내용이다. 편지를 그대로 베껴 쓴 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행운이 찾아오지만, 그러지 않으면 엄청난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이자 협박이다. 국정감사 기간, 국회로 행운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청소년들. 수신인은 제21대 국회의원들이었다. 영국이 시작점으로 표기된 ‘원조’ 행운의 편지와 달리, 이번 편지의 출발지는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모국인 ‘스웨덴’으로 설정돼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이 편지는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구를 8바퀴 돌았으며, 35일 안에 당신 곁을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당신은 그 기간 안에 편지 말미에 적힌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저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기획한 ‘행운의 편지 캠페인’이다.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기후위기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게 편지의 주된 내용이다. 저주를 피할 방법은 두 가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임기 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 피켓에 적어 사진으로 찍어 보내고, 받은 편지를 주변 의원 3명에게 전달해야 한다.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래 유권자인 청소년들의 불안과 절박함을 모른 척한 대가로 다선(多選)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의원직에서 내려온 뒤에는 ‘기후 역적’으로 역사 교과서에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소년들은 이 행운의 편지를 국회의원 15명에게 보냈다. 기후위기와 관련 있는 산업통상위·환경노동위·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과 각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