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만난 이상백 코이카 기업협력사업실장은 "CTS 선발 경쟁률은 평균 5대1 수준이고, 사업 분야도 보건·교육·수자원·에너지·농촌개발·교통·공공정책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성남=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ODA, 스타트업을 만나다] 스타트업 ‘데스밸리’, 개발협력으로 넘는다

[인터뷰] 이상백 코이카 기업협력사업실장 “개발도상국 지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멈추면 안됩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죠. 동시에 불황으로 투자 혹한기를 맞은 스타트업의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지원할 필요도 습니다. 이렇게 공적개발원조(ODA)와 스타트업 지원을 동시에 하는 게 바로 ‘CTS(혁신적 기술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12일 경기 성남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백 코이카 기업협력사업실장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개도국의 사회문제를 국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CTS는 예비창업가 교육(Seed 0)부터 기술 개발 단계(Seed 1), 사업화 단계(Seed 2) 등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고 개도국에서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코이카 사업이다. 그간 CTS를 통해 에누마, 닷, 트리플래닛 등 여러 소셜벤처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질병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뷰노’와 ‘노을’은 코이카 지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고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코이카는 올해부터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현지 사업 안착을 지원하는 Seed 3를 신설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지원 약정 100건 돌파 -벌써 8년째다. 지금까지 성과에 만족하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7년간 지원 약정 103건을 체결했고, 사업에 돌입한 건수를 따지면 93건이다. 지금까지 CTS 출신 기업들의 외부 투자 유치액은 500억원을 넘고, 일자리 창출 성과는 1000명 정도된다. 지원을 받아 등록한 특허만 200건이 넘는다. 성과가 쌓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CTS를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는 판단이다. 올해 사업 규모를 확장해 더 많은 기업들이 개발협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CTS 출신 기업 중에

[가상발전소가 바꿀 미래] 재생에너지로 ‘질 좋은 전기’ 마음껏 쓰려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전기 공급이 원활한 나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서는 ‘질 좋은 전기’라고 말한다. 해외 어느 나라보다 전기 요금이 저렴하고, 정전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간혹 정전이 발생해도 복구가 빠르다. 이처럼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려면 전력망 주파수가 안정돼야 한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는 일정한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변동이 심한 발전량을 전력망에 연결하면 주파수가 깨진다. 정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로 해결할 수 있다. 가상발전소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하는 풍력·태양광·수력 발전소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전력을 생산·저장하고 거래까지 할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 비영리단체 RMI(Rocky Mountain Institute) 주도로 가상발전소 확대와 정책 수립하기 위해 ‘가상발전소 파트너십’(VP3)이 꾸려졌다. 이번 파트너십에는 구글·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동참했다. 여러 기업들이 전력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가상발전소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력 소비량과 공급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전기공급자 계통제어시스템으로 전송한다. 이 측정값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적절한 발전량과 공급 경로를 설정해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풍력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받던 공단 지역에 발전량이 낮아지면, 한국전력에서 정전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했다. 가상발전소가 도입되면 인근 지역의 남는 전력을 공단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추가 전력 생산 없이 전력망을 유지할 수

세상을 위해 베팅하라

[Cover Story] 대담한 자선 ‘빅벳 필란트로피’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베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빅벳 필란트로피’라고 불리는 새로운 방식의 기부다. 빅벳 필란트로피는 ‘거액의 판돈’을 뜻하는 빅벳(Big Bet)과 ‘기부’를 뜻하는 필란트로피(Philanthropy)가 합쳐진 말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치 베팅하듯이 큰돈을 내놓는 자선 활동을 의미한다. 8조7000억원이라는 큰돈을 투입해 인류의 오랜 숙제였던 ‘소아마비 퇴치’에 성공한 빌 게이츠(Bill Gates)의 기부가 대표적인 ‘빅벳’ 사례다. 한국에서도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을 중심으로 빅벳 필란트로피가 시도되면서 기부 문화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소아마비 종식에 얼마가 필요할까? 소아마비는 폴리오(polio)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으로 열병을 앓고 나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후유증을 남긴다. 백신이 개발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아프리카와 중동 등 저개발국에서는 2000년 이후에도 매년 수천 명의 아이가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2000년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한 뒤 ‘소아마비 종식’을 선언하며 막대한 규모의 지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베팅’을 시작한 것이다. 게이츠재단이 지난 20여 년간 ‘세계소아마비퇴치운동(GPEI)’이라는 단체에 기부한 돈은 62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지원금 덕에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고 백신 보급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전 세계 소아마비 발병은 30건을 기록했다. 사실상 소아마비가 종식된 셈이지만 게이츠는 완전히 뿌리가 뽑힐 때까지 지원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지원을 안정적으로 이어간다면 앞으로 3~4년 안에 소아마비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며 “소아마비는 천연두

자선가들의 연대, 빅벳번들
자선가들의 연대, 빅벳번들

연간 20억달러의 돈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들을 돕는 공동 기금에 기부된다. 이른바 ‘자선가들의 연대’다. 최근 미국에서는 ‘빅벳번들(Big Bet Bundles·BBB)’이라는 이름으로 비영리단체 지원을 위한 공동 기금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빅벳번들은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비슷한 고액 기부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묶어(bundle) 비영리단체에 큰돈을 베팅하듯 기부하는 ‘빅벳’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모금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액 기부를 모으는 것과 다르다. 최소 기부금은 1000만원이다. 빅벳번들은 자산가들이 기부 단체를 선발하기 위한 별도의 팀을 꾸리거나 재단을 설립하지 않고도 원하는 목표에 따른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BB가 주목하는 점은 빅벳 지원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인권 단체다. 이를테면 장학 기부나 백신 개발, 기후변화 대응 기술 등에 기부되는 금액보다 차별 철폐나 인식 개선과 같은 거대한 사회변화를 위한 기부는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지원 분야도 명확하다. ▲인종차별 해소를 목표로 하는 ‘흑인해방공동기금(The Black Liberation Pooled Fund)’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를 뽑기 위한 유권자 운동을 지원하는 ‘건강한민주주의기금(Healthy Democracy Fund)’ ▲부의 불평등에 대한 공공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조세 정책 정비를 요구하는 ‘부자에게 세금을!’ 교육 기금(‘Tax The Ultra-Rich Now!’ Education Fund)’ 등 세 가지다. 모금 목표는 4200만달러(약 530억원)다. 미국의 비영리재단 브리지스판그룹에서 2018년 5억달러 이상 자산가들의 기부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은 매년 재산의 약 1.2%를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후 4년간 이들의 부는 매우 증가했지만 기부 규모는 비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가 지난해 발표한 ‘부(富)의 보고서 2021′에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의 측정 방식을 표준화하고 투자 기업의 임팩트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제주=허재성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기후테크 투자는 아직 틈새시장… 아시아 시장 성장잠재력 무한”

[인터뷰]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 “기후테크 분야는 워낙 펀더멘털이 강하고 친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팬데믹도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어요. 지난 3~4년 동안 기후테크 분야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했거든요. 특히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성장세가 굉장히 빠릅니다. 다만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투자 비율이 전체의 4% 정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은 아시아 지역이 더 크다고 보고 있어요.” 도미닉 멜러 ADB벤처스 공동창립자는 기후테크 투자를 ‘틈새시장’이라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금은 지난 2016년 66억 달러(약 8조원)에서 2021년 537억 달러(약 70조원)로 8배 가량 성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이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투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투자 시장에서는 아직 주류가 아니라고도 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020년 1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ADB벤처스를 설립했다. ADB벤처스 공동창립자인 그를 지난 10월24일 ‘2022 아시아 임팩트 나이츠’ 현장에서 만났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IPO 앞둔 기업까지 맞춤 투자 -ADB벤처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인 ADB에서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기후테크를 다루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 그리고 기후변화 역량이 특히 취약한 계층들이 도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0년 1월 출범 이후 3년째다. 현재까지 총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지금까지 약 40개 기업에 투자했다. 평균 투자 규모는 100만~200만 달러 정도 된다. 한 기업에

지난 8월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피해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산불·지진·태풍… 재난 현장에는 그들이 있다

[적십자의 힘 ‘긴급 구호’] 전국 15지사 전문 인력과주민 자원봉사자가 ‘원 팀’체계적으로 구호활동 나서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구호 단체가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 행정 당국 다음으로 투입되는 대한적십자사다. 올해만 해도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지역의 산불을 비롯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 9월 태풍 힌남노 피해 현장에서 긴급 구호 활동의 선두에 섰다. 이들이 재난 대응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사고 발생 이후 7일까지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 복구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적십자 구호 활동은 전국 15지사에 배치된 재난 대응 전문 인력과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뤄진다. 올해 현장에 투입된 봉사자만 7900명에 이른다. 피해 복구 현장마다 적십자 자원봉사자를 상징하는 ‘노란 조끼’ 부대가 항상 뒤따르는 이유다. 재난 현장에서 누구보다 발 빠르게 적십자사는 재해구호법 제2조 4항에 명시된 법정 구호 지원 기관이다. 일반적인 민간 구호 단체와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재난 대응을 위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재난 대응에 대한 행정과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재난 대처 전문가’들이 재난 대응부터 초기 피해 복구, 사후 관리까지 도맡는다. “기상 특보가 내려지면 지역 지사에 재난 상황실을 항상 꾸립니다. 직원들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하고 대응을 준비하다 보면 사람들이 하나둘 상황실로 오시죠. 생업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태풍이 올라온다거나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연락하기도 전에 상황실에 와서 대기해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시는 분도 꽤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지난 3월 대한적십자사 현지 조사단이 우크라이나·루마니아 국경 지역 이사체아에서 루마니아 적십자사 직원들과 구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세계 적십자들, 지난해 2억명 구했다

인도적 지원 필요한 인구내년엔 3억명 돌파 전망 매년 새로운 재난이 발생하고 앞선 재난은 장기화하면서 국제 구호 기관의 책임과 역할도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세계 인도주의 지원 보고서 2023’을 통해 전 세계에서 인도적 지원을 받아야 할 인구가 올 초 2억7400만명에서 내년에는 3억39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올해는 대형 재난이 유독 많았다. 코로나 대유행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고,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6~9월 넉 달간 연평균 강수량의 2~3배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국토의 3분의 1일이 물에 잠겼다. 이재민 수만 3300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재난 현장을 누비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는 매일같이 구호 요청 전화가 쏟아진다. ICRC 사무실에는 전화가 하루 평균 400건 접수된다.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으로 흩어진 가족을 찾는다는 문의다. ICRC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이산가족 추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국적 구분 없이 군인과 민간인 등 1만5000여 명을 추적하고 있다. 국제 분쟁으로 발생한 이산가족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ICRC에 따르면, 1970년대 발생한 레바논 내전으로 인한 문제도 여전히 해결 중이다. 국내외 긴급 구호 활동을 적십자사 상근 직원으로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각국 적십자사에서는 전체 인력의 90% 이상을 자원봉사자로 구성하고 있다. 전 세계 192국에서 활동하는 적십자 자원봉사자를 모두 합치면 1억명이 넘는다. 특히 미국적십자사(ARC·American Red Cross)는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이 넘는 봉사자들과 함께 구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체 봉사자의 25%가량이 24세 이하 청년이다.

포스코 그룹사 직원들이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수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내부에 쌓인 토사를 제거하고 있다. /포스코
재난시대,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재난, 그 후] 포항제철소 침수 3개월의 기록 포스코, 수해 당시 고객사 473곳 전수조사사고 초기 대응책 마련해 연쇄피해 최소화“기업의 사회적책임 영역 넓힌 사례 평가” ‘철강재’는 거의 모든 산업군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지난 9월 6일 한반도 남동부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자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을 경우 건설·자동차·조선업 등 다른 산업군 연쇄 충격이 불가피했다. 정부는 이번 수해로 포스코가 2조원가량 매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곧바로 제철소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포항제철소 생산 물량을 납품받는 고객사 473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납기 지연으로 문제가 발생할만한 81곳은 직접 방문해 의견을 듣고 일일이 대응책을 내놨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의 손실까지 찾아내 해결한 사례는 글로벌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이번 대응이 재난이 빈번해진 시대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영역을 넓힌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공급망 내 피해 기업 찾아내 대응책 마련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수출해야 할 물량은 밀려 있는데 핵심 소재를 납품해주던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겨 멈춰버렸으니까요.” 지난달 22일 만난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는 석 달 전 힌남노가 포항을 덮친 당시를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위치한 산일전기는 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특수 변압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변압기 생산에 꼭 필요한 ‘전기 강판’을 공급해주던 포항제철소가 수해를 입으면서 이곳에서도 긴급 대책 회의가 열렸다. 납품이 지연될 경우 수십 년간 고객사와 쌓아온 신뢰 관계가

지난 9월15일 포항 죽도시장 수산상인회 관계자들이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현장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포스코
[재난, 그 후] 태풍이 지나가고… 고객사·자매마을도 제철소 복구에 뛰어들었다

87일이 흘렀다. 지난 9월 6일 영남 지방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물에 잠겼던 포항제철소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포항제철소 복구에는 그룹 임직원을 포함해 민·관·군 지원 인력까지 연인원 100만명이 동참했다. 침수 3개월 만에 압연공장 18개 중 7개가 정상화됐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8개 공장을 추가로 재가동해 연내 모든 종류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압연공장은 용광로(고로)의 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에 열과 압력으로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곳이다. 압연라인이 복구된다는 건 정상적으로 완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재난이 발생한 직후, 업계에서는 포항제철소 복구 기간을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예상하기도 했다. 복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협력사와 고객사, 포항 주민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번 태풍으로 제철소에 유입된 흙탕물은 약 620만t 정도. 서울 여의도 지역을 2.1m 높이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복구 작업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건 지하부터 지상까지 차오른 물을 공장 밖으로 빼내는 ‘배수 작업’이었다. 소방청은 소방차 41대와 소방펌프 224대를 투입했다.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2대도 포항제철소에 배치했다. 국내에 단 2대뿐인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분당 최대 7만5000ℓ의 물을 배출할 수 있는 첨단장비로 제철소 주요 침수 지역의 배수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객사의 지원도 잇따랐다. 수해 직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포항으로 수중펌프 53대, 발전기 4대, 고압세척기 2대, 기타 장비 41대 등 복구장비 총 100대를 복구 현장으로 보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침수된 공장들의 조기 복구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수해를 입은 포항제철소에서 한 직원이 설비에 쌓인 흙더미를 씻어내고 있다. /포스코
[재난, 그 후] 공장 침수된 포스코, 중소기업 473곳에 전화 돌렸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수출해야 할 물량은 밀려 있는데 핵심 소재를 납품해주던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겨버렸으니까요.” 지난 22일 경기 안산의 시화공단에서 만난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는 두 달 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친 당시를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산일전기는 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특수변압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지난 10년간 매출 600억원을 유지하다가 올해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늘 정도로 수주 물량이 많았다. 생산 라인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핵심 소재인 ‘전기강판’을 공급해주던 포항제철소가 수해를 입은 것이다. 납품이 지연될 경우 수십년간 쌓아왔던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가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연재해로 발생한 일이라 포스코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며 여러 시나리오를 그려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포스코도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차마 바로 연락을 해볼 수가 없었어요. 일주일 만에 포항에 연락을 했더니 담당자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때 정말 감동했습니다.” 산일전기가 생산하는 변압기의 주소재는 전기강판이다. 전기강판은 규소(Si) 1~5%가 들어간 특수 소재다. 전력 손실이 작고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전동기, 발전기, 변압기 등에 쓰인다. 최근 몇 년 새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전기강판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국내에서 전기강판을 생산하는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박 대표는 “전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 일본, 독일, 중국 정도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라며 “소재를 구하지 못하면 수주 물량을 포기하거나 유럽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28일 서울 중구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2022 커넥트포럼'에서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역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려면 사람, 공간, 산업 뿐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기업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2022 커넥트포럼] ‘지역의 잠재력’ 여성과 청년에서 찾는다

지역 특성에 따라 개발모델·정책 우선순위 달라야“핵심은 지역에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 28일 국내외 소셜 섹터 관계자가 모여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나누고 협력을 모색하는 ‘2022 Connect Forum(이하 커넥트포럼)’이 서울 중구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포럼으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유튜브 ‘나눔채널 공감’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커넥트포럼의 대주제는 ‘지역의 잠재력: How does local potential make an impact?’이다. 지역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요소로는 여성과 청년을 지목했다.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지역 소멸을 막고 공동체를 회복할 방안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과 청년들의 활동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이날 환영사에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지역의 잠재력을 일깨울 때 어떤 성과가 우리 사회에 나오고, 공동체 회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고찰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며 “지역 상생과 사회혁신을 위해 힘쓰는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경험과 아이디어를 통해 우리가 처한 사회문제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 시릴로 세계자원봉사협의회(IAVE) 사무총장은 “지역에서 자신들의 시간, 재능, 에너지를 이용해 주변의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만들고, 공동체의 응집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원봉사자”라며 “공공과 민간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는 지역의 잠재력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경영학회의 중요한 아젠다 중 하나가 지역에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역의 기업과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지역 혁신가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 지금 이 시대의 사명이라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유산기부 후원자 모임 ‘그린레거시클럽’에 이름을 올린 권유진(왼쪽)씨와 김지혜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보험금부터 조의금까지… 이웃 위해 남깁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유산기부]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창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웠을 때 급식비를 지원받았고, 사회에서 도움받은 게 많았거든요. 마음의 빚 같은 게 있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직장이 생기면 이번에는 내가 다른 아이들을 도와야 할 차례 아닐까 생각했어요.” 김지혜(29)씨는 올 초 종신보험금 5000만원의 수익자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으로 변경했다. 그렇게 재단의 유산기부 후원자 모임인 ‘그린레거시클럽(Green Legacy Club)’의 46호 기부자가 됐다. 김씨 이후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유산기부가 잇따르면서 그린레거시클럽은 출범 3년 만에 후원자가 55명으로 늘었다. 김씨는 유산기부를 결심하고 일곱 살 터울 남동생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보험금을 기부하려다 보니까 부모님보다는 동생에게 먼저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속 깊은 친구라 덤덤하게 기부 의지를 그대로 존중해줬다”고 말했다. 기부 사실을 가족 외에는 알리지 않았다. 주변에 권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월급을 모아 여행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삶의 만족을 찾잖아요. 저는 기부를 통해 즐거움을 느껴요. 강요할 수도 권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사람들의 유산기부가 늘고 있다. 그간 자산가들이 고액 현금이나 부동산을 내놓는 방식에서 직장인들이 보유 주식이나 종신보험 수익금, 조의금 등을 기부하는 것으로 형태도 다양해졌다. 소방관인 권유진(34)씨는 지난해 8월 유산기부로 주식 계좌를 통해 1억원의 후원금을 약정했다. 그린레거시클럽 36호 후원자다. 권씨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며 “혹시라도 어떤 사고를 당하면 유산의 일부나마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년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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