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자선가들의 연대, 빅벳번들

자선가들의 연대, 빅벳번들

연간 20억달러의 돈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들을 돕는 공동 기금에 기부된다. 이른바 ‘자선가들의 연대’다. 최근 미국에서는 ‘빅벳번들(Big Bet Bundles·BBB)’이라는 이름으로 비영리단체 지원을 위한 공동 기금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빅벳번들은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비슷한 고액 기부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묶어(bundle) 비영리단체에 큰돈을 베팅하듯 기부하는 ‘빅벳’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모금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소액 기부를 모으는 것과 다르다. 최소 기부금은 1000만원이다. 빅벳번들은 자산가들이 기부 단체를 선발하기 위한 별도의 팀을 꾸리거나 재단을 설립하지 않고도 원하는 목표에 따른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BB가 주목하는 점은 빅벳 지원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인권 단체다. 이를테면 장학 기부나 백신 개발, 기후변화 대응 기술 등에 기부되는 금액보다 차별 철폐나 인식 개선과 같은 거대한 사회변화를 위한 기부는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지원 분야도 명확하다. ▲인종차별 해소를 목표로 하는 ‘흑인해방공동기금(The Black Liberation Pooled Fund)’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를 뽑기 위한 유권자 운동을 지원하는 ‘건강한민주주의기금(Healthy Democracy Fund)’ ▲부의 불평등에 대한 공공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조세 정책 정비를 요구하는 ‘부자에게 세금을!’ 교육 기금(‘Tax The Ultra-Rich Now!’ Education Fund)’ 등 세 가지다. 모금 목표는 4200만달러(약 530억원)다.

미국의 비영리재단 브리지스판그룹에서 2018년 5억달러 이상 자산가들의 기부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은 매년 재산의 약 1.2%를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후 4년간 이들의 부는 매우 증가했지만 기부 규모는 비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가 지난해 발표한 ‘부(富)의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전 세계 3000만달러 이상 자산가의 수는 61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9% 증가했다. 앨리슨 파월 브리지스판그룹 파트너는 “공식적인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지난 4년간 기부 증가율은 자산의 증가 속도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오히려 최근 경기 침체로 자산가들이 기부 대신 현금을 보유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빅벳번들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위기자선활동(Crisis Charitable Commitment·CCC)’이 주도하고 있다. CCC는 기부금을 모으고 기금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기부금이 어느 단체에 어떤 명목으로 쓰였는지는 추적하지 않는다. 앨런 데이비스 CCC 의장은 “백만장자로부터 고액을 기부받는 대학, 병원, 대형 기관들보다 작은 규모의 자선 단체에 더 많은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캠페인”이라며 “캠페인의 목표는 기부를 주저하는 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기부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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