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6일(월)
[재난, 그 후] 태풍이 지나가고… 고객사·자매마을도 제철소 복구에 뛰어들었다

87일이 흘렀다. 지난 9월 6일 영남 지방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물에 잠겼던 포항제철소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포항제철소 복구에는 그룹 임직원을 포함해 민·관·군 지원 인력까지 연인원 100만명이 동참했다.

침수 3개월 만에 압연공장 18개 중 7개가 정상화됐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8개 공장을 추가로 재가동해 연내 모든 종류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압연공장은 용광로(고로)의 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에 열과 압력으로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곳이다. 압연라인이 복구된다는 건 정상적으로 완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광양제철소 협력사인 두양전력 직원들이 물에 잠겼던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유압 펌프를 수리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협력사인 두양전력 직원들이 물에 잠겼던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유압 펌프를 수리하고 있다. /포스코

재난이 발생한 직후, 업계에서는 포항제철소 복구 기간을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예상하기도 했다. 복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협력사와 고객사, 포항 주민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번 태풍으로 제철소에 유입된 흙탕물은 약 620만t 정도. 서울 여의도 지역을 2.1m 높이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복구 작업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건 지하부터 지상까지 차오른 물을 공장 밖으로 빼내는 ‘배수 작업’이었다. 소방청은 소방차 41대와 소방펌프 224대를 투입했다.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2대도 포항제철소에 배치했다. 국내에 단 2대뿐인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분당 최대 7만5000ℓ의 물을 배출할 수 있는 첨단장비로 제철소 주요 침수 지역의 배수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객사의 지원도 잇따랐다. 수해 직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포항으로 수중펌프 53대, 발전기 4대, 고압세척기 2대, 기타 장비 41대 등 복구장비 총 100대를 복구 현장으로 보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침수된 공장들의 조기 복구를 위해서는 펌프가 가장 절실했고, 펌프 동력을 위한 발전기도 꼭 필요했던 상황이었다”라며 “핵심 복구장비를 재난 초기에 지원받을 수 있어 제철소를 조기에 정상화하는 데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는 수해로 제품 재질을 테스트하는 ‘인장시험기’ 8대가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당했다. 국내에서 인장시험기를 정비할 수 있는 전문 엔지니어는 단 한 명뿐이라 연간 스케줄이 이미 꽉 찬 상황이었다. 소식을 들은 동국제강은 자사의 인장시험기 설비수리를 연기하고 포항제철소에 엔지니어를 양보했다. 동국제강은 “큰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를 돕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15일 포항 죽도시장 수산상인회 관계자들이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현장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포스코
지난 9월15일 포항 죽도시장 수산상인회 관계자들이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현장을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포스코

배수 작업이 완료된 뒤 ‘설비 건조 작업’이 이뤄졌다. 물에 닿은 설비를 말리기 위해 인근 농가에서는 ‘고추 건조기’까지 지원했다. 수해 초반 정전으로 작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펌프와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이 타고 다니던 전기자동차까지 동원됐다. 포항, 광양, 평택 등 포스코 자매마을 주민들은 직접 빚은 송편, 햅쌀, 생수 등 각종 식음료를 제철소로 보내왔다. 포항 남구 대이동 상인회, 죽도시장 수산상인회 등 지역민들도 제철소 복구작업 지원을 위해 식사와 부식을 지원했다.

추석을 앞두고 수해를 입은 제철소 직원들을 위해 경기 평택 월곡 1동 주민들은 송편 600인분을 만들어 전달했다. 쌀 300kg도 함께 보냈다. 마을 대표인 김진성 통장은 “포항제철소 피해 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라고 했다.

자매마을인 전남 광양 본정마을 이장 고동석씨는 “마을에 태풍피해가 발생하거나 매년 매실, 감 등 과실 수확철이 되면 포스코에서 제일 먼저 일손을 지원해줬다”면서 “이번 수해 소식을 듣고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 빠른 시간 내 복구가 되기를 주민 모두가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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