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6일(월)
[재난, 그 후] 자연재해 피해까지… 영역 넓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범위와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그간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밸류 체인 과정에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왔다. 최근에는 기업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재난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해결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석 달 전 태풍 ‘힌남노’로 수해를 입은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 중에도 고객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기업이 고객사의 피해까지 책임지려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포스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배송업체 페덱스(FedEx)는 세계 배송망을 활용해 재난 피해 현장으로 대용량 물자를 신속하게 전달한다. /페덱스
미국의 배송업체 페덱스(FedEx)는 세계 배송망을 활용해 재난 피해 현장으로 대용량 물자를 신속하게 전달한다. /페덱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 발생건수와 피해규모는 커지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소(UNDRR)에 따르면, 2001~2020년 사이 연간 평균 350~500건의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다. UNDRR은 2030년 연간 재난발생 건수가 560건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루 평균 1.5건의 재난이 발생하는 셈이다.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에 한정되지 않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FedEx)는 비영리 조직을 통해 피해 지역 복구를 지원한다. 배송업 특성을 살려 대용량 물자를 신속하게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구호단체 다이렉트릴리프(Direct Relief), 국제의료봉사단 등 여러 비영리 단체와 협업해 피해 지역에 필요한 물자를 파악하고, 식료품·의약품 등 주요 구호물품을 피해 지역에 전달하는 식이다. 일례로 지난 2020년 1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가량 떨어진 탈 화산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을 때 페덱스는 지역주민이 화산 분출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품을 즉시 배송했다. 구호물품에는 마스크 23만 2245개, 장갑 2만500개, 고글 112개 등이 포함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9월 미 북동부를 집어삼킨 허리케인 ‘아이다(Ida)’ 피해복구에 나섰다. 테슬라는 현지 NGO, 지역사회와 함께 미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지역에 ‘파워월(Powerwall)’을 설치해 전력을 공급했다. 파워월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 일상 혹은 비상 상황에서 예비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가정용 배터리다. 테슬라는 지역 내 식품 유통 센터·소방서·대피소 등에 지휘 본부를 세우고 파워월을 설치해 자원봉사자와 피해복구 작업자 1000여 명을 지원했다.

한국 기업들도 재난이 발생하면 바빠진다. 기업들은 업의 특성을 살려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지난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원 삼척까지 번지면서 열흘 만에 서울시 면적(6만520ha)의 41.2%에 달하는 땅을 태웠다. 정부는 산불 진화와 인명구조에 집중했고, 기업은 이재민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 삼성은 산불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5일) 성금 20억원과 구호키트를 지원했다. 또 임직원 봉사단과 의료진을 현장에 파견했다. LG는 계열사별로 생필품(LG생활건강), 이동서비스센터(LG전자), 이동기지국(LG유플러스) 등을 지원해 이재민의 불편을 해소했다.

지난달 23일 침수 피해 복구가 완료된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지난달 23일 침수 피해 복구가 완료된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는 침수 피해 대응에 나섰다. 국내 철강 생산량의 약 24%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가 수해로 가동을 멈추자 철강재를 납품받는 고객사들도 동요했다. 이에 포스코는 자사의 어려움에도 우선으로 고객사를 지원했다. 고객사 473곳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대응계획을 시행해 수급불안을 해소했다.

재정난을 겪는 고객사에는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등 유동성 지원책도 마련했다. 포스코는 철강ESG상생펀드, 상생협력특별펀드 등의 재원 1707억원을 활용해 현재까지 수해로 경영난을 겪는 22개사에 377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수행하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의 최운영 대리는 “고객사 직원들이 음료수 수십 상자를 화물차에 싣고 와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뿐이라 죄송하다’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났다”면서 “포스코의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인 만큼, 앞으로도 고객사들이 힘들거나 곤란에 처했을 때 물심양면 도울 것”이라고 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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