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애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뉴욕의 애플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찾은 뉴욕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였다. 대중교통은 물론 키오스크 같은 일상의 영역이 애플페이로 움직인다. 타고 있던 지하철 호선이 갑자기 바뀌거나 연착되는 건 여전하지만.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 리프트의 새로운 대항마로 등장한 테슬라 전기차 레벨까지 앱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가격을 비교하다 지쳐 옐로캡을 잡아도 애플페이 결제는 웰컴. 지하철 여기저기서 버스킹하는 뮤지션을 만날 때마다 뉴욕을 실감하지만 그사이 승강장에서 묻지마 떠밀기 같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도 증가했다. 현지인에게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재확인할 때면 ‘Safe Trip’이라는 인사가 뒤따랐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보다 더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던 할렘 교회의 가스펠은 다음을 기약했다. 그 방향의 지하철에서 탄피를 발견했으니 조심하라는 친구의 조언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아이들과 책 읽는 사람들이 자아내는 평화로운 풍경을 꽤 자주 목격했다. 뉴욕의 독서율이 높은 건 지하철 와이파이가 먹통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가방에 가벼운 페이퍼백 하나 정도는 가뿐히 넣어 다니는 일상이 부럽기만 하다. 화창한 날의 센트럴파크나 길가의 카페에서 종이책을 펼쳐 든 사람을 쉽게 목격하는 것도. 우주 삼라만상이 그러하듯 우리는 관성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 존재다. 조금 무겁고 귀찮더라도 가방의 한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 시간의 빈틈에 접어두었던 페이지를 다시 초대하고, 곁에 두고 틈틈이 들여다보면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은 문장이 쌓인다. 읽고 보는 대상이기 전에 책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두서없는 발걸음으로 오래된 서가 사이를 종횡무진하다 고른 건 ‘지금 여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