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사용하면 주택청약 가산점 주기,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하고 관광생태공원 만들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지난 27일 개최한 ‘청년 기후정책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그린피스는 28일 “청년이 직접 기후정책을 제안해 정치권에 기후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청년 기후정책 해커톤’을 기획했다”며 “정책에는 청년들이 마주한 삶의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밝혔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본선에 진출한 10개 팀이 기후 관련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생계와 주거, 일자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대상은 음식물 쓰레기 감축 정책을 제시한 에코푸디(Eco-Foodie)팀이 차지했다. 영국 런던 정경대 재학 중인 1인 참가자 이한슬씨는 매일 식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자취생으로서의 생계 고민을 정책에 녹였다. 이씨는 카페나 식당에서 팔리지 않은 음식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20% 감소하면 온실가스 177만t을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해당 정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주거 관련 아이디어를 내놓은 팀들의 경합도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친환사이’ 팀은 정부가 청년 주거 대책으로 발표한 청년드림통장과 연계해 청년들의 친환경 활동을 독려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친환경 기업 물품을 구매하거나 친환경 봉사활동을 하면 통장으로 마일리지를 받는 방식이다.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팀명 ‘환친자들’도 텀블러 사용이나 자전거 이용 등 친환경 활동을 하면 주택청약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유엔한국학생협회와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 소속 학생으로 꾸려진 ‘에코드림’ 팀은 정부가 민간 노후 주택을 매입해 그린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 청년들에게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밖에도 기존의 자동차 도로를 점진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로 대체하자는 수송 부문 정책, 노후 석탄발전소를 청년 고용 창출을 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일자리 정책 등이 나왔다.
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청년들 눈높이에서 제시한 기후 정책을 보며 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며 “총선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소모품적인 청년 정치가 아닌, 기후 불평등에 노출된 청년의 삶을 반영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해커톤에서 대상을 차지한 에코푸디팀의 이한슬 씨는 “자취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잘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며 “정치권에서 내놓은 기후변화 정책을 볼 때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청년들을 고려했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는 기후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청년 세대를 고려해 청년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린피스는 청년들이 제시한 기후정책 제안서를 다음 달 중순 주요 정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