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디올·샤넬·프라다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염소를 학대하는 농장에서 캐시미어를 공급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의 캐시미어 공장 12곳, 가축 사육장 7곳, 도축장 4곳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한 결과를 1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프라다·버버리·막스마라 등을 고객사로 하는 세계적인 원단사 라니피치오 콜롬보(Lanificio Colombo)의 캐시미어 공급업체와 몽골 캐시미어 브랜드 칸보그드(Khanbogd Cashmere)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작업장 노동자들은 염소의 다리와 뿔을 끈으로 묶고 결박한 채 날카로운 금속 빗으로 털을 뜯었다. 빗질하는 과정에서 염소의 살이 파이기도 했다. 털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염소 성체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망치로 머리를 때리거나 목을 칼로 그어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새끼 염소는 진통제 없이 거세하기도 했다. 몸에 지방이 거의 없는 염소는 모피가 필요하지만, 빗질로 털을 잃은 경우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해 얼어 죽는 경우도 많았다.
캐시미어는 인도 카슈미르 지방의 염소나 티베트산 염소의 속털을 사용해 짠 고급 모직물이다. 염소 한 마리는 매년 평균 240g의 털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며 보온성이 좋은 캐시미어는 희소성이 높아 주로 고급 의류 옷감으로 쓰인다.
문제는 동물 학대를 한 공급업체들이 모두 ‘지속가능성’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칸보그드의 한국 공식 총판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칸보그드 캐시미어는 몽골의 원사 80%를 가공하는 최대 규모의 회사로, 친환경·최고급·지속가능한 고퀄리티 제품을 만듭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볼 수 있다. 라니피치오 콜롬보의 공급업체는 자사가 ‘지속가능섬유연합(SFA·Sustainable Fiber Alliance)’의 회원이라는 것을 내세운다.
제이슨 베이커 PETA 수석 부대표는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 라벨 뒤에 감춰진 잔혹한 학대 행위를 알 수 없다”며 “고가의 패션 브랜드들은 염소 학대 행위를 못 본체하는 기만행위를 중단하고 동물 친화적인 비건 캐시미어로의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