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기후테크로 공기 중 탄소 잡고, 깨끗한 물도 만든다”

[인터뷰] ‘캡쳐6’ 에단 코헨-콜 대표, 박형건 부대표

한국산업은행 과장을 거쳐 녹색기후기금(GCF) 부국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까지.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한국인이 최근 미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캡쳐6(Capture6)’에 합류했다. 박형건 캡쳐6 부대표는 “한국산업은행과 GCF에서 기후 부문에 투자하는 역할을 했는데 마음 한편에는 직접 운전대에 앉아 사업을 진행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올해로 설립 3년차를 맞은 캡쳐6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와 뉴질랜드 로토루아에 사무실을 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탄소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AC는 대기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흔히 대형 팬에 공기를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낸다.

캡쳐6의 DAC 기술은 조금 독특하다. 대형 팬 대신 해수담수화장치나 수처리시설에서 나온 농축수를 활용한다. 지난달 18일 더나은미래는 캡쳐6의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듣기 위해 에단 코헨-콜 대표와 박형건 부대표를 화상회의로 만났다. 인터뷰 시작 전, 두 사람은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박형건(왼쪽) 캡쳐6(Capture6) 부대표와 에단 코헨-콜 대표. /캡쳐6
박형건(왼쪽) 캡쳐6(Capture6) 부대표와 에단 코헨-콜 대표. /캡쳐6

공기 중 탄소, 연간 최대 20억t 제거 가능

-재밌는 대화 중이었던 것 같다.

코헨-콜=요즘 사업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다니느라 사무실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레오(박형건 부사장의 영어이름)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다. 근황을 얘기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캡쳐6의 DAC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코헨-콜=탄소 포집 공정은 크게 ▲수처리 ▲전기분해 ▲탄소직접공기포집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해수담수화·수처리 시설에서 나오는 농축수를 정제한다. 그 과정에서 물과 염화나트륨(소금)이 분리된다. 분리된 소금을 전기분해하면 염소, 수소가 추출되면서 수산화나트륨 용액이 만들어진다. 수산화나트륨은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어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한다. 탄소와 수산화나트륨이 결합하면 고체 형태의 탄산나트륨이 생성되고, 이는 지하에 영구 저장되거나 다양한 산업 부문에 활용된다. 소금이 분리되면서 정제된 농축수는 농업용수, 식수 등 사용가능한 청정 수자원으로 재활용된다.

박형건=수처리, 전기분해, 탄소 포집 각각의 공정은 상업적으로 검증된 상태다. 또 관련 기술 연구·개발도 많이 이뤄졌다. 각각의 기술을 하나의 공정으로 통합해 연소나 복잡한 가공 없이도 효과적으로 탄소를 잡아낸다.

-개발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발견에 가깝다.

코헨-콜=원천 기술부터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류에게는 시간이 없다. 기후위기는 이미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당장 대량의 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각 공정을 합치고 상업화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 DAC 기술의 낮은 효율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에 비해 포집할 수 있는 탄소농도, 탄소량이 현저히 적다는 비판이다.

코헨-콜=수처리시설에 캡쳐6의 DAC 설비를 적용하면, 취수용량 1㎥당 연간 4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일반적인 담수화시설이 하루 평균 5만~10만㎥의 담수를 관리한다. 계산해보면, 하나의 시설이 연간 최소 30만~1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모든 담수화시설로 범위를 넓히면 연간 20억t의 탄소를 포집하는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7960만t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 모든 담수화시설에 캡쳐6 설비를 부착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연간 탄소배출량 3배 이상을 제거할 수 있다.

캡쳐6가 개발한 탄소직접공기포집(DAC) 설비. 수처리시설에 탄소 포집 장치를 모듈처럼 붙일 수 있어 다른 DAC 시설과 달리 인프라 건립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캡쳐6
캡쳐6가 개발한 탄소직접공기포집(DAC) 설비. 수처리시설에 탄소 포집 장치를 모듈처럼 붙일 수 있어 다른 DAC 시설과 달리 인프라 건립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캡쳐6

2025년, 본격적으로 상용화 단계 진입

-탄소 포집 설비를 가동하는데 과도한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나?

박형건=기본적으로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만 추출하기 위해선 약 900도에 달하는 열을 가해야 한다. 이때 대량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탄소가 배출된다. 하지만 캡쳐6는 열을 가하지 않고 염수에서 소금만 추출해 화학반응으로 탄소를 포집하기 때문에 별도로 배출되는 탄소량이 많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하다.

박형건=우선 수처리시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캡쳐6는 폐기된 농축수에서 소금을 추출한 후 깨끗해진 물을 다시 수처리시설에 공급한다. 수처리시설은 활용 가능한 수자원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수입을 증대할 수 있어 캡쳐6에 수수료를 준다.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없는 기업들에는 1t당 500~1000달러(약 67만~134만원) 수준으로 ‘탄소제거권(Carbon Dioxide Removal Credit)’을 판매한다. 이 밖에도 탄소 포집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염소·리튬·수소 등 다양한 부산물을 산업 시설에 팔아 수익을 낸다.

-현재 어느 정도까지 상용화된 건지?

코헨-콜=실증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파일럿 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미국·한국·뉴질랜드·아랍에미리트·인도·이스라엘 내 담수화·수처리시설 보유 기업과도 MOU를 맺고 실증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2025년 상업화된 시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형건=지난달 19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처리 기업 부강테크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부강테크와 함께 국내 기술·사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창업 3년째인데 투자 유치 규모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코헨-콜=지난달 10일 한국의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로부터 투자받았다.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캡쳐6의 사업 모델을 매력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 또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기후테크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봤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은 600만달러(약 80억3500만원) 정도 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코헨-콜=연간 이산화탄소 10억t을 포집하는 게 목표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박형건=팀원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한국과 공동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한국은 탄소중립 이행을 약속한 국가로서 DAC같은 탄소 포집 기술을 반드시 상용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캡쳐6와의 협업 기회가 생기면 어떤 역할이든 함께 하고 싶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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