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월)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식량위기로 다시 본 농업의 미래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은 선진국형 산업이다.”

이미 농장주의 평균연령이 67세인 늙어가는 농업을 보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농업을 산업이라기보다 지켜야 할 유산이라고 느끼는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국토의 대부분은 농촌이고, 국민 대부분은 농민의 후손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온 분들에게서 농촌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도 엿봅니다.

1950년대 2000만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현재 5100만명으로 정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경지는 한때 240만 헥타르까지 늘어났지만 지금은 156만 헥타르로 줄었습니다. 국민들이 토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넘쳐나는 데 농경지는 줄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 2000kcal를 겨우 먹었지만 요즘은 3000kcal 이상을 먹습니다. 잔칫날이나 구경했던 고기도 요즘은 1인당 연간 54kg을 먹습니다. 수산물 소비량 70kg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맛있는 과일을 사시사철 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총 부가가치생산액의 1.8%만 차지하고 있는 농업이 만들어 온 성과입니다.

그런데 우리 농업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농업 인구 중 40세 이하 청년의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농촌에는 청년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개도국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는 이미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곡물자급률은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정부에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자 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는 갑자기 식량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유럽의 빵 공장이라 불리는 식량 수출 대국 사이의 전쟁은 전 세계에 물가 불안을 촉발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밀 가격은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밀을 수입하던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식량위기는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식량가격 불안으로 촉발되었던 2010년대 민중봉기가 재현될까 벌써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식량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게 아니라는 걸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농산물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로 유가가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었고, 세계에서 가장 농업 생산성이 높은 미국 중서부에 최악의 가뭄이 겹치면서 악화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의 곡창지대마저 전쟁으로 마비된 것입니다. 다행히도 호주에서 연이은 대풍작과 인도 농업의 생산성 증가 덕분에 세계 식량공급 부족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식품가격이 인상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과연 식량위기로부터 안전할까요? 안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 식량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의 식량생산을 늘리자고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변화된 기후와 취약해진 농촌의 역량으로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농촌에 청년들이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인프라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농촌의 붕괴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농촌의 낭만이 그립겠지만 미래의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농촌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 세대의 몫입니다. 농업과 농촌을 추억 속에 가두어 둬서는 우리의 식량안보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시대 이전 대비 불과 1.1도가 상승한 기후로도 이미 세계 농업은 불안정해졌습니다. 10년 후면 1.5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 역시 정해진 미래입니다.

이제는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율주행 농기계들이 다닐 수 있게 경지를 새롭게 정리하고 기상이변 속에서도 꾸준한 농업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을 혁신해야 합니다. 농경지의 물공급망을 현대화하고 스마트농업을 위한 디지털 통신망을 농촌 구석구석까지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의 디지털 농업기술이 세계의 식량 생산 현장을 누비는 상상을 해봅니다. 농업은 청년들이 충분히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미래산업입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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