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벤처필란트로피네트워크(AVPN) 한국대표부는 구글에서 자선활동과 사회혁신을 담당하는 ‘구글닷오알지(Google.org)’의 지원을 받아 100만 달러(약 12억원) 규모의 ‘디지털혁신기금(Digital Transformation Fund)’을 조성했다. 기금을 통해 디지털혁신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할 비영리단체 5곳을 선발, 기관당 최소 1억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VPN은 아시아 최대 임팩트투자자·사회혁신기관 네트워크다. 다양한 국가와 시장 간 긴밀한 연계를 바탕으로 총 18개 국가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선 사업 기회 발굴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이종현 AVPN한국대표부 총괄대표는 “디지털혁신기금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구직자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디지털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관별 큰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 지원이면 상당한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한국의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이들의 경제 회복과 미래성장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기금은 AVPN과 MYSC가 함께 운영하고 구직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에 사용될 예정이다.”
-혁신기술을 지원 대상자를 구직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으로 정한 이유는?
“코로나19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삶의 방식을 디지털로 바꿔놨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지만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구직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가속화는 전통 소상공인 영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지만, 현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15.4%에 불과하다. 구직자들도 디지털 기초역량 부족으로 노동시장 진입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노멀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에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은 더욱 중요하다.”
-‘디지털혁신’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참 어렵게 느껴진다.
“디지털혁신은 기관과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좀 더 수월하게 고객, 직원, 그리고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 검색&AI 부사장인 요시 매티애스(Yossi Matias)의 말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지난 2020년에 진행된 ‘구글 인공지능(AI) 임팩트 챌린지 서밋’에서 “혁신에 필요한 것은 문제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선정된 기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속가능한 발전과 디지털 혁신기술을 통해 구직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분들께 선한 영향력을 혁신적으로 전파하길 희망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생각하나?
“먼저 디지털 솔루션 교육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구직자에게 디지털 기술 교육을 제공해서 구직의 어려움을 낮추고, 디지털 경제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비영리기관을 발굴하는 게 이번 기금이 마련된 이유다.”
-지원 자격은 어떻게 되나?
“기금 운영기관을 선정할 때 법인 등록 자선단체와 비영리기관이 기금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췄는지 가장 중요하게 본다. 국내외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단일 기관만 지원 가능하다. 컨소시엄은 지원할 수 없다.”
–심사 기준도 까다로운 편인가?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면 된다. 운영모델이나 기관의 재무타당성, 재무적 지속가능성, 선정한 주요 수혜자와 대상 분야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노력, 그 정도와 지속성을 확대하기 위한 기금 사용방식, 수익금 사용 계획 등을 준비하면 된다.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가운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분들에게 디지털 솔루션으로 지속적인 영업이 가능케 하는 기관이 유리하다.”
-운영기관을 비영리기관으로 제한한 이유가 있나?
“비영리기관의 목적 자체가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금 마련의 취지와도 가장 부합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조직의 활동과 운영이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기 때문에 외부 조직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혁신활동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비영리기관만의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실천력도 강점이다. 특히 비영리기관 자체적으로 디지털전환에 준비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운영비나 인건비에 대한 제한도 풀어뒀다. 지원 자격에 단일 기관으로 한정했지만, 지원금으로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여 활동하는 것은 가능하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5G와 A(AI·인공지능), B(Blockchain·블록체인), C(Cloud·클라우드), D(Data·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최신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 이 혁명은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혁신기금은 AI를 포함한 디지털혁신 기술로 긍정적인 임팩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공헌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ESG라는 관점에서 디지털기술을 통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며, AVPN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경제·환경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