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성장하는 ‘의류 대여’ 산업… 운송 과정의 탄소는 어쩌나?

의류 운송 때 온실가스 발생
지역 넓어지면 환경 악영향
포장·드라이크리닝도 문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는 ‘의류 대여 서비스’가 환경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환경평가 수행기관 콴티스 인터내셔널(Quantis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2016년 기준 32억9000만t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7%를 차지한다. 의류 대여 서비스는 옷의 사용 횟수를 늘려 자원 낭비를 막고, 옷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 의류 대여 업체 ‘렌트더런웨이’는 설립 10년 만인 2019년에 기업 가치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 시장조사 기업 베러파이드 마켓리서치는 2019년 약 11억달러(약 1조2550억원)이던 전 세계 의류 대여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22억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졌던 의류 대여 서비스에서 운송 과정의 온실가스 발생 문제가 간과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5월 핀란드 LUT대학 연구원은 청바지를 여러 명이 대여해서 입을 경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청바지를 폐기 전까지 평균 200번 착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 뒤, 20명의 고객이 청바지를 10번씩 빌려 입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계산했다. 그 결과 청바지 한 벌이 대여 서비스를 거쳐 폐기될 때까지 약 41㎏의 온실가스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약 7㎏이 대여를 위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핀란드 의류 대여 업체의 모델을 참고해 소비자가 거주지에서 2㎞ 떨어진 사업장에 가서 직접 대여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의류 대여 업체가 장거리 택배 운송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핀란드 연구진은 “운송이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의류 대여 사업이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옷을 적게 사서 오래 입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에선 고려되지 않았으나 포장 폐기물이나 잦은 드라이클리닝도 의류 대여 사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드라이클리닝 할 때 사용되는 유기용제는 대기오염 및 수질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의류 대여는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서 사용하는 모델로, 개념상 환경에 이로운 방향인 건 확실하다”면서도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의류 대여 사업의 환경적 가치를 잃게 된다”고 했다. 그는 “배달 대행 플랫폼 업계가 전기 이륜차 등 친환경 운송 수단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처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구·동 단위 등 동네에서의 공유가 활성화되면 운송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기반 공유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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