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아동학대 대응 ‘컨트롤타워’ 필요… 쉼터 등 공공인프라도 강화해야”

부모 학대로 숨진 고(故) 정인양의 두 번째 생일인 지난 10일 경기 양평 묘원에 생일축하 선물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아동보호팀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예산과 인력 문제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22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공동으로 ‘아동보호 국가시스템은 잘 작동되고 있는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김병욱 의원과 같은 당 유의동·김미애·배준영·정희용 의원이 함께했고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장 등 아동 분야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류정희 센터장은 “‘아동학대 전문요원’과 ‘보호 전문요원’ 두 축을 갖고 공적 보호체계 재구조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한계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요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며 업무의 연속성을 지니지 못하는 점 ▲지자체에 배치됐다는 전문요원들의 현황 파악이 미비한 점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인해 아동학대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정부 차원의 아동학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동학대가 다부처 연계 사업인만큼 이를 일원화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정희 센터장은 “아동학대 사례의 10건 중 7건 꼴로 사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서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아동학대와 연관된 부처들에서 파편화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전문요원들에 대해서는 근로 조건으로 인해 아동학대 사례 관리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보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희 센터장은 “안전요원들이 수시로 교체되는 만큼 아동보호팀에 있으면서도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보조하는 차원에서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학대 아동 관리를 위한 쉼터와 장기시설 등 공공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공혜정 대표는 “정부는 105개까지 쉼터를 확충해서 만 2세 이하 위기 아동을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학대 피해 아동 쉼터의 정원은 7명”이라며 “정부가 보호할 수 있는 인원은 73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이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학대 피해 아동 판정은 3만건에 이르고 재학대 비율은 약 11.3%로 3500명인데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포항시 아동보호팀장은 “일시적으로 머무는 쉼터도 모자라지만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시절도 부족하다”면서 “보호시설을 만들자고 하는데 사회복지시설 신축은 안 된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정인이 사건의 전과 후가 다르다는 점을 정부 차원에서 분명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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