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혼자 방치된 아동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혼자 방치된 아동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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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돌봄 공백 실태

외부접촉 줄어들자 온라인 콘텐츠 의존
경제적 어려움 심화로 결식 아동 많아져
올해 3~5월, 아동 학대 신고 건수 감소
코로나로 현장 조사 어려움… 신고 중요

코로나19가 아동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학교나 돌봄센터가 제한적으로 문을 열면서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홀로 방치되고, 끼니마저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취약 계층의 경우 돌봄 공백의 그늘은 상대적으로 더 짙다.

지난 9월 14일 인천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등생 형제가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고, 동생은 사고 발생 37일 만에 사망했다. 보호자인 엄마는 외출 중이었다. 사건 발생일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었다. 돌봄 공백으로 인한 불안과 양육 스트레스가 아동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자료=굿네이버스 ‘2020 아동 재난 대응 실태 조사’

초등 고학년생 15% ‘나 홀로 아동’

굿네이버스가 코로나 발생 전후 아동의 상황을 비교 분석한 ’2020 아동 재난 대응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전국 아동 3375명과 보호자 33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평일 5일 내내 보호자 없이 지냈다고 응답한 아동의 비율이 ▲미취학 0.5% ▲초등 저학년생 4.5% ▲초등 고학년생 15.5% ▲중학생 22.7% ▲고등학생 29.1% 등으로 나타났다. 아동 연령이 높을수록 보호자 없이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다.

보호자 없이 지낸 날의 증감을 묻는 문항에서는 코로나 이후에 증가했다는 응답이 68.1%로 절반을 넘었고, 코로나 전후와 비슷하다는 응답은 25.6%, 코로나 이후 감소했다는 응답은 6.3%였다. 인천 지역의 한 중등교사는 “코로나 초반에는 보호자들이 재택근무나 육아휴직 등을 이용해 아이들을 돌볼 여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직장에 나가고 있다”면서 “학부모 면담에서도 돌봄 공백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는 아이들의 식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세끼 모두 챙겨 먹는 아동의 비율은 35.9%로 나타났다. 2년 전 같은 문항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인 50.1%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식사를 거른 아동은 ‘입맛이 없어서(31.1%)’ ‘늦게 일어나서(20.8%)’ 등을 이유로 들었다. ‘식사를 챙겨주지 않아서(7.6%)’라고 답한 아동도 있었다. 2년 전 같은 답을 선택한 아동이 1.3%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배가량으로 증가한 수치다.

경남에서 근무하는 한 초등교사는 “학생 수가 100명 미만인 작은 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출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단축 수업이나 격일 등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식사를 챙겨줄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 올 2학기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장기화는 아동의 일상 활동도 바꿨다. 아동보호 현장 전문가들은 “외부와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아이들이 친구와 어울리는 대신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면서 “비대면 교육 전환에도 학습 시간은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황은 이번 연구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코로나 전후 아동의 일상 활동을 비교했다. 미취학 아동은 성인과 함께 놀이활동한 비율이 16.2%에서 13.6%로 줄었다. TV·유튜브 시청 비율은 18.0%에서 24.2%로 늘었다. 초등 고학년생의 경우, 친구와의 놀이활동이 9.3%에서 1.5%로 급감했고, 정규 수업 외 학습은 24.1%에서 16.6%로 줄었다. 반면 TV·유튜브 시청 비율은 6.0%에서 12.5%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장희선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 장기화로 가정에서의 돌봄 필요 수준은 높아졌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거나 평일 내내 보호자가 함께할 수 없는 돌봄 공백 상황과 맞물려 나 홀로 방임 아동과 결식 아동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자료=굿네이버스 ‘2020 아동 재난 대응 실태 조사’

자료=굿네이버스 ‘2020 아동 재난 대응 실태 조사’
자료=굿네이버스 ‘2020 아동 재난 대응 실태 조사’

비대면 사회, 아동 학대 발굴 어려워져

아동보호 현장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이 아동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재학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은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학교, 학원, 센터 등에서 공부하고 놀던 아이들이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 내 갈등 상황이 함께 증가했다”면서 “특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지속적인 학대 사례보다는 보호자의 스트레스로 인한 일회성 학대로 접수된 신규 케이스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아동 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만6651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17년 3만923건, 2019년 3만8380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신고 건수가 오히려 줄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아동 학대 발굴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신재학 팀장은 “아동 학대 관리는 교직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 등 신고 의무자나 이웃 주민들의 신고에서 시작된다”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도 신고가 접수돼야 경찰과 전담 공무원이 현장 조사를 통해 아동 학대 여부를 가릴 수 있는데, 코로나로 신고 의무자가 아동을 만날 기회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분기까지 경기 지역의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7000건 수준인데 지난해보다 1000건이나 줄어든 수치”라며 “신고 건수 감소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신고 독려와 상담원들의 현장 점검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지적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동 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2만59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12건 줄었다. 특히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3~5월에만 전년 대비 약 3300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는 경남 창녕 9세 여아 탈출 사건, 천안 9세 남아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고 건수가 반짝 상승했지만, 이내 7월부터 다시 줄었다. 남 의원은 “아동 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신고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식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암수범죄(暗數犯罪)’라고도 불리는 아동 학대가 더욱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주변 이웃의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코로나로 인해 아동들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사례관리 중인 가정에 대한 전수점검을 강화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방문을 꺼리는 보호자들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서다. 현장 관계자들은 “일부 보호자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상담을 피하는데 올해는 방역 문제가 더해져 애를 먹었다”고 했다. 강제 집행 권한이 없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들은 가정 방문을 꺼리는 보호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이를 위해 올해는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으로 구성된 ‘코로나 키트’를 전달하면서 상담을 진행하는 아이디어를 현장에 도입하기도 했다.

우국희 서울은평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1팀장은 “학대 피해 가정에 굿네이버스에서 개발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제공해 재학대 예방과 가족 기능 회복을 돕고 있다”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유관 기관의 지원을 받도록 연계해주고,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찾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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