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함께하는 기업 사회공헌이 뜬다] 작은 사회공헌이 힘 합치면 더 큰 물줄기를 이룹니다

지역 아동센터 돕기에 성심병원은 건강검진
농협은 먹거리를 제공 고려개발·국토연구원은 페인팅·풍선아트 지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서쪽으로 130㎞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칼룬보르에는 ‘생태산업단지’가 있다. 이곳에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력발전소와 인슐린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등이 있지만, 폐기물이나 오수는 외부로 배출되지 않는다. 제약공장, 정유공장, 석고보드공장, 석탄화력발전소 등 네 공장이 ‘친환경’이란 키워드로 ‘협력’했기 때문이다. 4개 공장에는 연결 파이프가 설치돼, 한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 다른 공장의 원자재로 활용된다. 정유업체의 탈황가스는 화력발전소 연료가 되고, 화력발전소의 황산칼슘은 석고보드 공장 원료로 쓰인다. 제약공장의 슬러지(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는 인근 농장에서 비료로 사용하고, 화력발전소의 증기열은 제약공장에서 인슐린을 제조하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인근 양어장·농장·중소 공장도 함께 참여해 1980년대 완성된 칼룬보르 ‘생태산업단지’는 9000만달러 투자로 매년 7.5만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해, 총 2억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내고 있다.

2009년 7월, P&G는 밀레니엄·메리어트·래디슨·앰버시 스위트 등 신시내티에 위치한 지역 호텔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호텔로부터 제공받은 수건·침구류 등을 자사 세제로 세탁한 후 소외계층에게 제공하는 ‘미션 소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덴마크의 ‘생태산업단지’처럼, P&G의 프로젝트처럼, 공통 키워드를 가진 기업들이 협력하는 CSR 사례가 늘고 있다.

 다음, 다음세대재단, NHN, 해피빈재단은‘소셜이노베이션캠프’를 통해 기업 사회공헌의 협력 사례를 낳았다. / 경기도 양평의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새싹꿈터’는 아동의 꿈을 후원하기 위해 23개 기업이 함께 마련한 교육문화 복합공간이다.

다음, 다음세대재단, NHN, 해피빈재단은‘소셜이노베이션캠프’를 통해 기업 사회공헌의 협력 사례를 낳았다. / 경기도 양평의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새싹꿈터’는 아동의 꿈을 후원하기 위해 23개 기업이 함께 마련한 교육문화 복합공간이다.

◇비즈니스는 경쟁해도 CSR은 협력한다

NHN과 Daum(다음), 해피빈재단과 다음세대재단이 함께 기획·진행한 ‘소셜이노베이션 캠프’는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경쟁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뭉친 대표 사례다. 2008년 영국에서 시작된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시민들로부터 공모받고, 웹 기획자와 개발자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한시간 동안 웹서비스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하는 행사다. 지난 2010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소셜이노베이션캠프’는 올해로 벌써 3번째 캠프를 앞두고 있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이사는 “NHN, 해피빈재단과 평소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을 분리하자’는 의견이 쉽게 합치됐다”면서 “기업들끼리 서로 사회공헌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희망제작소는 두 기업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보도자료나 홈페이지 배너에 기업명을 명기할 때도 순서를 정해 골고루 배치하는 등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방 이사는 “사회공헌 활동을 협력하는 중에 상호 간의 이해가 높아진다”면서 “남들이 안 하는 것만 하려는 ‘차별화’ 전략만 고민하지 말고, 대상이 같거나 아이디어가 같으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지역사회 살리는 ‘함께하는 사회공헌’

2007년 5월,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10개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198명을 위한 ‘미니올림픽’을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건강검진을, 농협안양시지부는 먹거리를, 고려개발(주)과 국토연구원은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아트를 준비했다. 이 ‘미니올림픽’을 시작으로 분기마다 계속된 10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6년째 지속되고 있다. 강현구 (사)안양시자원봉사센터 팀장은 “더 많은 이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기업 연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제안서를 들고 특성이 다른 기업을 찾아다녔다”며 “덕분에 미용·의료·웨딩·사진·건축 등 자원봉사 기획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10개 기업이 끈끈하게 협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성호 한림대의료원 총무팀 주임은 “조직도 없는 수평관계”를 꼽았다. “다른 기업 모임은 회장이나 임원단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많이들 싸운다더군요. 저희는 연령과 직책에 상관없이 모두 봉사자 신분이에요. 덕분에 회의 때도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나오고, 기업들끼리 자발적으로 정기모임을 가지며 돈독해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 기업이 함께하니 비용 부담은 10분의 1로 줄고, 인력 확보는 수월해졌다. 강현구 팀장은 “6년 동안 협력한 기업 중에 사회공헌팀을 새로 만들거나, 회사 내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개설된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관리공사와 예탁결제원도 지난해 11월, 사회공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14년까지 부산으로 본사 이전을 해야 하는 두 공기관은 부산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함께 구상하고 있다. 장지현 자산관리공사 과장은 “매월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함께 진행하는데, 같은 직무나 본부별로 배치해 두 기업 간의 공감대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특성을 살려서 예탁결제원은 금융관리 교육을, 자산관리공사는 신용관리 교육을 함께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CSR ‘상생 플랫폼’으로 사회를 바꾼다

“전국의 약 3900개 지역아동센터 아이 10만명에게 꿈과 기회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KT가 가진 IT 외에도 건강, 식품, 교육 등 다양한 자원을 가진 기업의 협력이 필요했어요. 아동사랑네트워크 ‘드림투게더’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2010년 말부터 이종일 KT CSR팀 과장은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기 시작했다. 전화를 걸어도 보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KT를 비롯해 KBS, 대명그룹, 매일유업, 비룡소, 정철영어 TV, 하나투어 등 21개 기업이 ‘드림투게더’의 회원사가 됐다. 지난 5월 7일에는 경기도 양평의 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새싹꿈터’를 열었다.

고정된 장소가 생기자 기업들의 나눔은 더욱 활발해졌다. 캐논코리아는 사진 교육을, 하나투어는 여행 특강을 나누고, 한국 가이던스는 심리검사 프로그램을, 매일유업은 아이들에게 우유를 제공하는 등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알찬 교육캠프가 이어진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자원봉사와 유명인의 재능 기부도 이뤄지고 있다. ‘드림투게더’는 기업과 지역아동센터의 결연도 진행하고 있다. 전국 약 3900개의 지역아동센터 중 벌써 약 1000곳이 결연 기업을 만났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기업 사회공헌의 새로운 물결은 ‘협력’에 있다”면서 “기업도 사회도 함께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고, 대상의 신체적·사회심리적·정서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통합적인 CSR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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