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 개발자 메리 고든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 헤아리는 ‘공감’ 알려주고 싶어”

미상_사진_공감의뿌리_메리고든_2010캐나다에 사는 9살, 데이비드는 자폐아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적이 없다. 반 아이들에게 데이비드는 좀 이상한 아이, 함께 놀기에는 꺼려지는 아이였다.

어느 날, 데이비드 교실에 아기와 아기 엄마, ‘공감의 뿌리’ 전문 강사가 찾아왔다. ‘공감의 뿌리’는 유치원·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1년간 아기의 성장과 부모와의 소통을 경험하며 ‘공감’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친구 사이엔 따돌리면 안 된다는 교훈적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아기의 성격, 감정, 아기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함께 느끼고 나누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반 아이들은 조금씩 느끼게 됐다. 따돌림을 당하면 얼마나 괴롭고 슬플지를. 그 후 한 해 동안 데이비드는 생일 파티에 세 번 초대됐다.

이 ‘공감의 뿌리’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메리 고든이다. 1996년 개발, 2000년 교육 재단을 만들었다. 그녀는 2002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가에게 주어지는 ‘아쇼카 펠로(Ashoka Fellow)’로 선정됐고, 2008년에는 아쇼카의 ‘체인지메이커 상(Changemakers Award)’도 받았다.

‘공감의 전문가’답게 직접 만나 본 메리 고든은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었다. 목소리에도 따뜻함이 넘쳤다.

“유치원 교사로 처음 교실에 들어섰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겠다는 열정이 넘쳤던 때죠. 그런데 처음 교실에 들어선 날 모든 열정이 무너졌어요. 불과 대여섯 살인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떤 아이는 인기 있는 스타가 되고, 어떤 아이는 패자로 낙인 찍혀 따돌림을 당해요.”

그녀는 그때부터 ‘공감의 뿌리’ 프로그램을 구상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입장이 되어줄 수 있는 ‘공감’이 세계시민이 되는 첫 걸음이니까요.”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강사와 함께 신경과학, 성격, 애착, 감성능력, 진실한 대화, 사회적 포용에 대해 토론하고 나눈다. 한 달에 한 번은 생후 2~4개월 된 아기가 부모와 함께 교실에 찾아온다. 아이들은 아기의 발달과정과 부모와의 소통에 참여하면서 감성과 소통, 관계에 대해 체득한다.

메리 고든은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라서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은 도와주기, 받아들이기, 나누기 등의 친사회적 행동이 각각 78%, 74%, 71% 증가했다. 따돌림과 같은 공격적 행동은 39% 감소했다. 메리 고든은 “공감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면, 주변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적극적으로 돕고 해결하고자 하는 변화 창조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에도 공감과 나눔의 교육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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