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장애인 삶의 개선 위한 체험과 고민… 창의적·감성적인 융합형 인재 길러낸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기술예술 융합 교육 현장

아이들은 스스로 고안한 설계도(위 사진)를 바탕으로 휠체어 모형(아래)을 제작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고안한 설계도(위 사진)를 바탕으로 휠체어 모형(아래)을 제작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면 전에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휠체어를 타고 앞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방향도 제대로 잡을 수 없었고요.” 예린이의 발표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8일 평택의 송북초등학교에서는 특이한 수업이 열렸다.’편리한 휠체어 구상해보기’ 수업이다.

아이들이 전날 체험했던 목발 체험, 휠체어 체험, 안대 체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곧이어 서영선 선생님은 휠체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휠체어의 바퀴는 큰 게 좋을까요, 작은 게 좋을까요. 바퀴가 앞에 있을 때와 뒤에 있을 때 어떤 차이가 생길까요?”휠체어를 예로 든 질문이지만 물리의 역학에 관련된 문제들이 숨어 있다.

“일단 바퀴는 큰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야 한번 돌려도 멀리 나갈 수 있고, 바퀴가 작으면 바퀴를 밀기 위해 손을 뻗어야 하는데 힘들 것 같아.” 영준이의 얘기에 기석이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길에는 경사가 있잖아.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더 쉽고 안전하게 움직이려면 다른 구상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영준이가 앉은 자세에서 의자를 뒤로 젖혀 몇차례 흔들며 시뮬레이션을 하더니 말을 받았다.

“뒤에 보조바퀴를 달아야 할 것 같은데 바퀴 폭이 좁으면 불안할 것 같고 넓어야 할 것 같아. 그러면 경사면을 올라가더라도 더 안전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주고받는 아이들의 상상에는 끝이 없다. 급기야 바퀴의 재질에 대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온다.

“바퀴가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면 충격도 덜하고 계단 같은 곳도 올라갈 수 있을 텐데.” 다른 모둠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휠체어가 계단을 올라갈 수 있도록 무한궤도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물론 밤에 다녀도 위험하지 않게 앞과 뒤에 야광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장애인의 삶에서 시작했던 수업은 과학과 기술,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디자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과학과 예술, 공학이 ‘장애인의 삶 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하나로 융합되고 있는 이 수업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 중인 과학기술예술 융합(STEAM) 교육의 현장 모습이다. 서영선 선생님은 이 수업의 취지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문제 상황, 창의적 설계, 감성적 체험이 만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 보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입니다.” 교과 간의 융합은 물론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수업 과정에서 아이들은 머리를 맞댔다. 타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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