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전문성·투명성 갖춘 이사회, 비영리단체의 성공 키워드

공익법인 이사회 운영 방식

공익법인 이사회는 기관의 사업을 들여다보고, 외부의 지원을 끌어오며,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의사 결정 기구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미션과 부합한 전문가들로 이사회가 잘 구성되는 것이 비영리단체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공익법인을 이끌어가고 있는 모금액 상위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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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이사회 운영 및 회의록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기도

기부금 순위 1위(5833억3079만원)이자, 사회복지법인들의 맏형 격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15명 이상 20명 이하의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이사회는 경제·경영계(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이영우 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민사회단체(변도윤 YMCA 이사,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언론계(이병규 문화일보 회장), 학계(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성자 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외 3인), 의료계(이철 하나로 메디컬케어그룹 회장 외 1인) 등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사 19인으로 구성돼 있다.

모금회 이사회는 모금 및 배분 사업 등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홈페이지상엔 연도별 이사진 숫자 변동부터 회의록까지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다만, 회의록에는 ‘원안대로 의결’이란 문구가 전부라 이사회 당일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긴 어려웠다.

한편 한국컴패션은 이사회 때 논의된 모든 내용과 이사회 전후 달라진 사항을 표로 정리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관계자는 “이사회를 열 때 한 번에 의결된 적이 없을 정도로 이사진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회의하며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학교법인 중에는 인천가톨릭학원과 연세대학교가 이사회 운영 전반을 가장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 인천가톨릭학원의 홈페이지엔 이사진의 이름, 경력, 임기까지 공개돼 있으며 이사회 당일 안건별로 이사진의 서명까지 받아 회의록에 담았다.

연세대학교는 이사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서 이북(e-book) 형태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이사회 회의록 분량이 8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구체적인 기록이 눈에 띄었다.

◇각 공익법인 이사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기도

이사회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 곳들도 있다. 한국해비타트의 이사들은 건축위원회, 모금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에서 역할을 분담한다. 마희자(70) 서진공방 대표는 여성위원회 위원장으로, 패션쇼나 음악회, 바자회 등 여성들의 참여도가 높은 후원 행사를 기획·진행한다. 이형재(60) 정림건축 사장은 건축위원회 위원장으로 해비타트에서 진행하는 건축 설계나 전문 기술 부문의 자문을 도맡고 있다.

아이들과미래도 총 11명의 이사진 중 이사장과 상임이사를 제외하고는 이사회 내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돼 있다. 사업, 법률, 법인 운영 및 기금 개발, 홍보 및 마케팅, 해외 사업, 내부 경영 평가 등 6개 역할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아이들과미래의 법인 운영 및 기금 개발은 권오용(61) 현 효성그룹 상임고문이, 해외사업 자문은 장태신(64) 전 그리스 대사가 맡고 있다.

전문성을 가진 이사진은 단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밀알복지재단의 정형석 상임대표는 “법인 초기에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의 조언으로 월간 회계 보고, 외부 감사 제도, 윤리위원회 등 단체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제도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은 이사회뿐 아니라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별도 총회를 두고 있다. 대학생부터 교사, 변호사, 교수, 의사 등 분야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이들이 총회의 정회원으로 활동해, 법인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인다.

◇이사회 취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아

반면 이사회를 취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공익법인들도 있었다. 더나은미래의 취재에 응답하지 않은 26곳의 공익법인은 대부분 이사진의 개인 정보 보호를 거절 이유로 내세웠다.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보가 이사진의 ‘이름’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사진이 개인 정보 공개에 민감하다” “이사회 모두가 조용히 사회에 봉사하고 싶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에 대해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익법인들은 고유목적 사업에 관해 법인세가 감면되는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투명한 공개와 소통은 기본”이라면서 “미국의 공익법인들은 1990년대부터 자발적으로 이사진의 명단부터 연락처까지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더나은미래 특별취재팀=정유진·김경하·주선영·권보람·강미애·오민아 기자]

※상위 100대 공익법인 중 개인 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확인해주지 않았거나, 홈페이지 공시 자료만으로 이사회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법인

(재)서울대학교발전기금, 휴면예금관리재단, (재)성보문화재단, 공탁금관리위원회, (재)홍익회, (사)생명보험협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재)CBS,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 서강대학교, 재단법인플랜한국위원회, 대진대, 재단법인엘지상록재단, (재)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사)아시아협력기구, 충암학원, (재단)마리아수녀회, 재단법인경상대발전기금재단, (재)롯데복지재단, (사)신한미소금융재단, 충남대학교발전기금재단,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학교법인월광학원,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지케이엘 사회공헌재단(CBS는 이사진 이름만 제공, 충남삼성학원은 홈페이지에 이사회 회의록은 공개돼 있으나 명단과 이력은 비공개, 서강대와 (사)생명보험협회는 홈페이지에 이사진 이메일과 사진은 공개돼 있으나 약력·임기는 알 수 없음,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는 순위에서 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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