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영업정지’ 적극 논의?…가능성 살펴보니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 체계와 과거 영업정지 사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실제로 영업정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이용자와 입점 업체에 추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송파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침해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영업정지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배 부총리는 “민관 합동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해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정위 역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법과 기존 집행 사례를 고려할 때, 쿠팡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가 실제로 부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는 전자상거래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이다. 전자상거래법에 근거해 공정위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려면, 단순히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되는 것을 넘어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개인정보 유출 행위가 사실로 확인돼야 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 정보 도용 등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쿠팡이 소비자 피해 회복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입증돼야 한다.

설령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공정위가 곧바로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는 사업자가 시정조치 명령에도 불구하고 법 위반 행위를 반복하거나, 시정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부과할 수 있다. 시정조치만으로 소비자 피해 방지가 어렵거나, 피해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쿠팡의 경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직 시정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시정조치만으로 소비자 피해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먼저 내려져야 영업정지 논의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시정조치로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실제로 영업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자상거래법은 영업정지가 오히려 소비자와 시장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이용하는 수많은 소비자와 쿠팡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영업정지보다는 과징금 부과가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정위가 영업정지를 부과한 사례를 살펴보면, 대형 플랫폼에 대해 전면 영업정지가 내려진 전례는 사실상 없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경우는 대부분 소규모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반복적이고 고의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였다.

공정위는 2023년 소비자의 환불 요구를 무시하고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허위 공지를 게시한 티움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영업정지 135일 처분을 내렸다. 티움커뮤니케이션은 2020년 10월부터 의류를 판매하면서 배송 지연을 이유로 소비자 105명의 환불 요구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지난 2월에는 한국은거래소에 대해 영업정지 135일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은거래소는 환불을 거부한 데 이어 시정조치 권고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법적 구조와 집행 관행을 감안하면, 쿠팡 사안에서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가 실제로 부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요건 충족 여부가 불분명한 데다, 쿠팡 영업정지는 단일 기업에 대한 제재를 넘어 다수 소비자와 입점 판매자에게 미칠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와 강도 높은 시정명령이 보다 현실적인 제재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에 영업정지 명령을 부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도 “민관 합동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 요건 충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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