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6] “기후대응 안 하면 표 못 준다”…기후유권자 절반 넘어

기후정치바람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발표
국민 62%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는 기후위기”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국민 절반 이상이 ‘기후시민’임을 자처하며, 기후위기를 투표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60% 이상은 기후위기가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 7일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은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함께 진행한 ‘2025년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4482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0.9%가 “기후위기를 고려해 투표한다”고 답했다. 기후정치바람은 지난해부터 해마다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국민 3명 중 1명, 기후와 민주주의 함께 고려해

이번 조사에서는 기후위기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모두 높은 그룹을 ‘기후민주시민’으로 정의했다. ‘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다음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등 6개 문항에 모두 긍정 응답한 이들은 ‘기후시민’으로 분류됐고, 이 비율은 전체의 50.9%에 달했다.

또 ‘정부 지도자는 시민과 협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이 낫다’, ‘서부지방법원 난입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돼야 한다’ 등 6개 문항에 모두 부정 답변한 응답자는 ‘민주시민’으로 분류됐고, 61.3%를 차지했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 ‘기후민주시민’은 36%로 나타났다.

성별·연령별로는 20~50대 여성과 40대 이상 남성에서 기후민주시민 비율이 높았고, 20대 남성(24.7%)은 가장 낮았다. 지역별로는 전남(42.7%), 전북(42.3%), 인천(39.9%) 순으로 기후민주시민 비율이 높았으며, 울산(28.4%)은 가장 낮았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정치는 독재 정치가 아닌 민주주의 정치에서만 가능하기에 민주주의를 신념으로 가진 시민들이 원하는 기후정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7일 집담회에서 기후정치는 독재적 정치가 아니라 민주주의 정치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치바람

기후대응 주체에 대한 평가에서, 기후시민과 비기후시민 모두 “기업이 가장 잘하고 국회가 가장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기후민주시민은 다른 집단에 비해 중앙정부보다 지자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서 대표는 “지자체는 시민 생활과 가까운 영역에서 정보와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 다수는 헌법에 탄소중립 국가 책임을 명시해야 하며, 입법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정책 피해 당사자의 참여 보장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기후대응 방향으로는 ‘정부 규제·투자 확대’가 선호됐고, ‘민간 주도형 투자 확대’는 전체 평균 24.2%였던 데 비해 비민주 기후시민 그룹에서 33.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 “기후가 자산에 영향을 미친다”…체감 높아져

기후재난의 현실적 충격은 국민의 인식을 더욱 끌어올렸다. 전체 응답자의 68.3%는 기후위기가 본인의 금융자산·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2023년 12월 같은 항목의 응답률(51.6%)보다 17%p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산불이나 폭우와 같은 기후 재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62.3%는 차기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고, 63.4%는 2030년 국가 감축목표(NDC)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58.8%)’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이어 원자력 발전 확대(24.8%), 석탄 발전 감축(10.1%) 순이었다.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추진에 대해서는 71.6%가 ‘산업경쟁력 강화에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기후대응 재원 마련에 대한 질문에서도 시민들은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탄소배출량에 비례해 과세하는 탄소세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71.2%에 달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54.8%가 ‘불가피하다’고 답했으며, 그 중 절반은 ‘10% 이내 인상’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휘발유·경유 유류세 인하 조치에 71.4%가 찬성해, 일부 정책 간에 인식 상 충돌도 존재함을 보여줬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7일 집담회에서 이번 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높아진 탄소중립 정책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후정치바람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기후정부 출범을 준비할 정도로 정책 지지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산업·에너지·수송 등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공동체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정치바람은 이달 중 17개 시·도별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역 단위 조사 결과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3차 기후인식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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