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일(목)

비영리단체 ‘해산’ 막고, 하루 만에 ‘3억’ 기부한 시민들 [2024 기부 트렌드 결산①]

2024 기부 트렌드 결산<1>
위기에 응답한 시민들의 기부

2024년은 기부 문화가 책임과 연대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해였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나눔과 협력의 움직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9일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도 전국 곳곳에서 유가족을 위한 구호 물품이 전달되며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연말 특집으로 올해의 기부 트렌드를 돌아보며, 그 안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2일,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추진위원회 홈페이지가 시민들의 기부로 인해 접속 불가 상태에 빠졌다. 남태령에서 경찰이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가로막은 사건이 벌어진 직후, SNS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약자를 돕자는 메시지가 퍼지며 기부 열기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단체에 힘을 보태자”는 글이 퍼지면서, 농민·노동·사회단체 후원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됐다.

◇ “5억 넘게 모였다”… 전태일의료센터 기부 행렬

다음 날인 23일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태일의료센터 홈페이지가 접속 용량 초과로 다운됐다”며 “자정을 넘겨 초기화되면서 복구됐는데 어제 하루에만 2727건, 총 2억7800만 원의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후 23일 밤까지 집계된 모금 건수는 5522건, 금액은 5억7613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의료센터 기부 캠페인 홈페이지 갈무리.

전태일의료센터는 노동자를 위한 전담 병동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을 포함하는 국내 최초의 노동자 병원으로, 지난해 9월 녹색병원이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일하다 다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해 한국 최초의 노동자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전태일의료센터에는 노동자 전담 병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센터 건립에는 총 190억 원이 필요하며, 이 중 50억 원은 ‘전태일벽돌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시민 후원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개인은 10만원, 단체는 100만원 이상 기부하면 추진위원으로 전태일의료센터 ‘기부자의 벽’에 이름이 새겨지고, 전태일의료센터 홈페이지에도 기부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녹색병원의 임상혁 원장은 “일하다 다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다”며 “전태일의료센터는 그런 노동자들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부 행렬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약자를 위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 해산 위기 민생연대, 시민 기부로 재기하다

올해 초에는 재정난으로 해산 위기에 처했던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가 시민들의 후원으로 극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민생연대는 2008년 설립 이후 불법 사채 피해자 3000여 명을 돕는 데 앞장서 왔지만,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올해 1월 해산을 결심했다. 송 사무처장은 월 50~100만 원의 활동비로 버텨오며 피해자들에게 한 번도 돈을 받지 않았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 /연합뉴스

그러나 한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기부가 몰려들었다. 한 달 만에 2만 명이 8억 원을 후원하며, 민생연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현재 민생연대는 대부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한 법안 마련 등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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