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기부 트렌드 결산<3·끝>
기부신탁,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자리 잡다
기부신탁이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0월 말 기부신탁 상품 ‘기브유트러스트(Give you Trust)’를 출시하며, 국내 대형 비영리법인(NPO) 6곳과 동시 협약을 맺었다. 금융사가 다수의 NPO와 공동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NPO들은 “이번 협약으로 기부 문화의 확산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부신탁은 기부자가 자산을 특정 기관에 맡겨 운용하며, 원금과 수익을 공익적 용도로 활용하는 제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이 신탁에 기부금을 넣고 만기 시 공익법인으로 원금을 전달하는 기존 형태는 동일하다”면서도 “가입 기간 중 발생한 투자 이익은 고객이 자유롭게 인출해 개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최초 가입 시 기부금 영수증 발급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상품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정은 월드비전 ESG사회공헌본부 고액후원팀 책임매니저는 “고객이 기부금으로 세액공제를 받고, 일정 기간 후에 공익법인에 기부 자금을 이전할 수 있는 구조가 기부자와 공익법인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선 유의해야 할 조건이 있다. 최소 가입금은 1억원으로, 현금 기부만 가능하다. 계약 기간 도중에 취소나 수정은 불가하다.
삼성증권의 기부신탁 출시는 고객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2년 전 한 고객이 “계약 만기 시 기부할 수 있고, 가입 기간 동안 운용 수익도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삼성증권은 이후 기부신탁 상품 출시를 위해 국세청 유권해석과 법적 검토를 거쳤으며, 상품 설계에만 1년 반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은 금융과 기부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게 됐다.
삼성증권은 기부신탁 활성화를 위해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밀알복지재단, 월드비전, 초록우산, 컴패션 등 국내 대표 공익법인 6곳과 협약을 맺었다. 공익법인들은 기부신탁 상품을 후원자들에게 소개하며, 후원자들이 계획적인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삼성증권은 고객들에게 6개 공익법인의 활동을 소개해, 고객의 관심 분야에 맞는 법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고영주 기아대책 계획기부팀 팀장은 “6개 비영리단체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기부 문화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후원자들이 노후 계획과 맞춘 기부를 실현하는 데 기부신탁이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영증권도 지난 3일 세이브더칠드런과 기부신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기부신탁은 사회봉사와 기부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