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일)

2023년 전세계에서 기후 소송 230건 이상 제기됐다

스위스, 미국 등에서 국가 책임 묻는 기후 소송 승소
기업 대상 소송은 ‘클라이밋 워싱’이 다수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최소 230여건의 기후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확대되고 화석 연료 인프라 신규 건설이 줄어든 영향으로 2022년(270건)보다 줄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국가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기후 소송 수. /‘기후변화 소송 경향: 2024 스냅샷’ 보고서 갈무리

런던정치경제대(LSE) 산하 그랜덤 기후변화 및 환경 연구소(The 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는 27일 해당 내용을 담은 보고서, ‘기후변화 소송 경향 : 2024 스냅샷’(Global trends in climate change litigation : 2024 snapshot)을 공개했다. 그랜덤 연구소는 2017년부터 매년 전 세계 기후 소송 경향과 주요 사례를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확인된 기후 소송은 최소 50여개국의 2666건(2023년 233건)이다. 이 중 70%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약 이후 제기됐다. 국가별 소송 건수에선 미국(최소 1745건)이 가장 많았고, 영국과 브라질, 독일이 뒤를 이었다. 파나마와 포르투갈은 작년 처음으로 기후 소송에 제기됐다.

보고서 분석 대상 기간(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에는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사례도 나왔다. 2024년 4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스위스 정부가 기후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게 ‘인권 침해’라고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3년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 또한 주의 화석연료 정책이 청소년의 환경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청소년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후대응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의 수 변화. /‘기후변화 소송 경향: 2024 스냅샷’ 보고서 갈무리

기업 대상 기후 소송은 2015년부터 2024년 5월까지 230여건 제기됐다. 이 중 140건 이상(2023년 47건)이 ‘클라이밋 워싱(Climate washing,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기후 위기를 고려한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었다.

특히 뱅가드 인베스트먼트는 ‘윤리적인 고려를 한다(Ethically Conscious)’는 내용을 이름에 넣은 금융상품을 홍보했다가 실제 투자 집행 내용과 다르다며 2023년 소송을 당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이에 대해 올해 3월 “피고가 대중을 오도할 수 있는 행위에 관여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과징금 규모 심리는 오는 8월에 열린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오염자 부담’(polluter pays) 소송도 전 세계에서 30건 진행 중이다. 또 보고서는 앞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나 이사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기후 변화 대응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도 있었다. ▲기후 리스크를 재무적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것을 문제 삼는 ‘ESG 반발 소송’ ▲인권을 근거로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의 영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의로운 전환 소송’ ▲NGO나 주주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소송 등이다. 작년에 제기된 233건의 기후 소송 중 50건이 이에 속한다.

한편 향후 기후 소송과 관련해 보고서는 ▲재난 후 복구 노력에 대한 법적 분쟁 증가 ▲에코사이드(ecocide, 생태학살)를 범죄로 다루고 형법 측면에서 접근하는 관점 부상 ▲기후 소송과 환경·권리 소송의 시너지 효과 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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