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시민 2000여명, 업사이클링 아트로 ‘환경 예술가’ 되다

사회적기업 위누 ‘아트업 페스티벌’
예술가·시민 함께하는 사회참여예술 폐플라스틱으로 예술 작품 제작

알록달록한 색깔의 페트병 꽃나무, 버려진 우산살과 천으로 만든 나비와 플라스틱 사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 뒤편에 펼쳐진 ‘별천지’를 본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연히 가족 봄 소풍을 나왔다가 페트병으로 만든 정원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숲 같기도 하고요. 이번 주말에 집에서 딸아이랑 같이 페트병 꽃이라도 만들어보려고요.”(김은형·39)

사회적 메시지가, 사람들의 참여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DDP에서 열린 제4회 ‘아트업 페스티벌’은 사회참여예술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증명했다. 사회적기업 ‘위누’ 주최로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30시간 동안 100여명의 예술가가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드는 축제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첫해 부서진 장난감, 이듬해 폐가전제품과 버려진 천에 이어 올해는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선정했다.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성동 도시관리공단과 RM화성이 페트병 1만 개를, 삼성카드가 폐카드 2만장을 제공했다.

지난 10일 개최된‘아트업 페스티벌’에 참여한 팝아티스트 찰스장이 2000명의 시민과 함께한 공공아트‘해피 투 게더(Happy together)’에 폐카드로 만든 그림을 붙이고 있다. /위누 제공
지난 10일 개최된‘아트업 페스티벌’에 참여한 팝아티스트 찰스장이 2000명의 시민과 함께한 공공아트‘해피 투 게더(Happy together)’에 폐카드로 만든 그림을 붙이고 있다. /위누 제공

◇예술가, 작업실 밖에서 사회적 역할에 눈뜨다

축제 내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관객을 이끌었던 비영리단체 ‘친구네옥상’은 아트업 페스티벌을 통해 난생처음 자신들의 작품에 폐자원을 활용했다. 한관희(37) 대표가 기획한 업사이클링 퍼레이드 ‘황금영혼’은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뒤 깨어난 영혼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찾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거리극이다. 배우들이 쓰는 인형탈을 청소기, 헤어 드라이기, 믹서, 카세트플레이어 등 박살 난 폐가전 제품으로 단 나흘 만에 만들었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저희에게 작품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까지 생각하게 했어요. 황금영혼이 인간의 과오를 이야기하는 작품인 만큼 비싸고 화려한 재료 대신 폐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고, 관객들도 더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팝아티스트 찰스장(39)은 이번 아트업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2000여명의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가 제작한 원목 조형에, 시민들이 환경을 주제로 꾸민 폐카드를 붙여 만드는 미술 작품이다. 프로 작가로 활동해온 지난 10년간, 개인 작업실에 홀로 앉아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는 것이 가장 익숙했던 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탁 트인 야외를 작업실 삼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과 제작 과정을 함께했다.

찰스장은 “시민의 참여가 필요한 공공캠페인일수록 예술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책이 될 수 있다”며 “예술을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면 마음에 훨씬 강렬한 기억으로 남고, 이 기억은 자연스레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찰스장 작가와 시민들이 이번 아트업페스티벌을 통해 만든 작품은 북서울시립미술관에 연중 전시될 예정이다.

◇허물어진 ‘예술의 장벽’

사회참여예술은 주제와 소재를 사회적 영역으로 넓힐 뿐만 아니라 예술의 주체를 대중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아트업 페스티벌에서 버려진 장난감으로 나이 든 미키마우스를 표현해 대상을 받은 황진규(37) 작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등학교 미디어디자인 교사로 아트업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다. 생활 속 폐품과 죽은 나무의 이미지를 결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치겠다는 포부도 생겼다.

폐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의 작품 활동은 교육 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종이 계란판을 활용한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그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는 제자 몇은 주말을 틈타 직접 그의 부스를 찾기도 했다.

“우리가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모든 것이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생업을 가진 사람이 예술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지만, 제 활동을 통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축제를 주최한 위누의 허미호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 예술이 단지 아름다운 것이 아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임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권보람 기자

강미애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