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패션기업 ‘인디텍스(Inditex)’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0%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패션업계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인디텍스는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마시모두띠·오이쇼 등을 보유한 패션 그룹이다. 지난해 연매출 41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시가총액 1000억달러(약 126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인디텍스의 시총 규모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나이키, 디올에 이어 전 세계 의류업체 중 네 번째로 크다.
영국의 순환경제 연구기관인 엘렌맥아더재단(EMF)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의류 1000억벌 이상이 판매되고, 이 중 73%가 소각·매립된다. 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섬유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10%(2020년 기준)로 추정된다. 전 세계 수질 오염의 20%는 의류 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최근 의류폐기물이 유발하는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패션 업계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인디텍스는 11일(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3 정기총회(Annual General Meeting)’에서 204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실천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세부 목표에는 ▲소재 ▲생태계 ▲공급망 ▲자원순환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2030년까지 모든 인디텍스 브랜드 제품에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한 섬유 소재만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인디텍스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섬유의 약 50%는 차세대 섬유(25%)거나 유기농 또는 재생농업을 통해 생산(25%)될 예정이다. 기존의 재활용 공정을 통해 제작되는 섬유가 전체의 40%, 친환경 인증 단체가 지정한 기준에 따라 개발한 환경친화적 섬유인 ‘선호 섬유(preferred fiber)’가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또 인디텍스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새롭게 구축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500만ha 지역의 생태계를 복원할 계획이라 밝혔다. 생물다양성 보존 활동의 일환으로 국제보호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에 생태계 재생 기금 1500만 유로(약 213억원)를 지원했다. 세계자연기금(WWF)과도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1000만 유로(약 142억원)를 전달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사회·환경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도 세웠다. 인디텍스는 2025년까지 공급망 내 300만명의 직원을 임금·다양성·건강·안전을 보장하는 ‘직원 중심 전략(Workers at the Centre)’에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디텍스의 공급업체들과 협력해 물과 에너지 사용, 화학 제품 관리에 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환경 변화 프로그램(Environmental Transformation Programme)’을 실시한다.
이 밖에도 현재 자원순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국에서 운영 중인 자사 플랫폼 ‘자라 프리온드(Zara Pre-Owned)’를 올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으로 확장한다. 자라 프리온드에서는 제품 수선, 고객 간 제품 거래, 헌 옷 기부가 가능하다.
오스카 가르시아 마세이라스 인디텍스 글로벌 CEO는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지속가능성 목표는 인디텍스가 수익성과 책임 있는 성장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 세운 것”이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그룹의 오랜 헌신과 새로운 목표가 패션 업계의 지속가능한 움직임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