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식량·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기후변화, 양극화 등 사회문제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모든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을까.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하는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1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로 개최됐다. ‘기회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여섯 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경영학 ▲심리학 ▲고전문학 ▲농업경제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학자가 전하는 통찰을 공유한다. |
‘식량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코로나19,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식량 수급망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3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50%. 사료 곡물까지 포함하면 20%로 내려앉는다. 식량안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식량위기 속에서 우리는 안심할 수 있는 걸까. 국내 농업에 다른 기회는 없을까.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2부 첫 연사로 무대에 섰다. 그는 “오늘날 농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 단계에서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에 올해는 세 가지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NFT, 우주항공기술 그리고 ‘푸드테크’ 분야다. 첨단 기술로 농업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가능성도 실제로 증명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생산능력은 이미 사람 농부를 뛰어넘었다. 중국 기업 텐센트가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과 연 ‘제1회 세계농업AI대회’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많은 오이를 재배하며 우승했다. 2회 대회의 작물은 토마토. 온실에서 6개월간 토마토를 길렀다. 이때도 인공지능이 1~5위를 모조리 차지했다. 사람은 꼴찌였다.
민 교수는 “이처럼 4차 산업기술이 농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농업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파워게임도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농업은 규모가 작아서 경쟁력이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 농업의 위기를 단순히 위기로만 보는 관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소비 패턴은 한국 농업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10인 1색, 즉 10명의 소비자의 취향이 거의 유사했다. 미국처럼 대규모로 생산하는 농가들이 유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명의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이 제각각이다. 또 각자의 취향도 계속 바뀌어 간다. 민 교수는 “1인 10색의 소비 패턴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소농’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소규모 농가가 많다”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디지털 강소농’이 된다면 한국 농업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농업이 기회를 잡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도 제시됐다. 첫 번째는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이다. 그는 “최근 스마트팜 유리 온실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소농이 이를 도입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소농가에서도 (부담 없이) 들일 수 있는 한국형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재’다. IT 분야 인재들이 농식품 분야로 들어오지 않아 이 분야의 IT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민 교수는 세 번째로 “농업의 가공, 유통 등 모든 밸류체인, 해외시장까지 내다보면서 종자, 농기계 같은 농업의 전후방 산업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파란 정신’을 강조했다. “젊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블루오션, 새로운 시장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농업 시장에 파란을 일으켜보면 좋겠습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