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국내 공적 금융기관, 석유·LNG사업에 141조원 지원”

141조2000억원. 지난 10년 동안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석유·액화천연가스(LNG)에 투자한 금액이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3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적 금융기관의 석유·천연가스 관련 투자처와 투자금액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는 2011~2020년 해외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투입된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액 내역을 분석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조사 대상 기관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3곳이다.

GS EPS가 충남 당진에 설립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4호기. 화석연료인 석유와 천연가스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다. 두 원료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을 합치면 석탄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GS EPS 제공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석탄에서 나오는 양과 비슷하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중 석탄의 배출 비율은 40.3%, 석유는 33.8%, 천연가스는 20.6%였다. 석유와 천연가스 수치를 더하면 총배출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비중도 유사하다. 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50%가 석탄 연소로 인해 발생했다. 석유는 28.5%, 가스는 18.2%를 차지했다. 석유와 가스를 합치면 41.2%에 달한다.

2011~2020년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석유와 천연가스에 금융지원한 규모는 총 141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석탄에는 11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자금 지원은 석탄 투자금의 13배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유조선·LNG선·해양플랜트 건조 등 조선산업 지원액이 63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 부문별로는 상류(자원개발)에 35조7000억원, 중류(운반)에 55조4000억원, 하류(최종 생산품)에 50조원이 투입됐다.

공적 금융기관 3곳은 해외 사업에 참여 중인 국내 기업과 금융사에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금융지원을 제공했다. 보고서는 “공적 금융제공은 사실상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라며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은 시장에서 해당 사업의 타당성과 안정성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국내 건설사와 조선사가 석유·천연가스 관련 사업을 계속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산업의 구조적 위험을 키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관점에서도 석유·천연가스에 대한 공적 금융제공은 문제 소지가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 변화 문제가 불거질수록) 화석연료에 대한 시장의 외면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현시점에서 석유·천연가스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좌초자산’ 위험이 크다”고 했다. 지난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에서 “석유·천연가스 수요가 각각 75%, 55% 감소할 것”이라며 “2021년부터 신규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영국수출금융(UKEF)을 통한 화석연료 사업의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투자은행(EIB)과 스웨덴 수출신용공사도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 지원을 서서히 끊을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17일 세계은행 등 다자간개발은행(MDB)이 화석연료 채굴·운송·발전 등 전체 밸류 체인에 투자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적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와 관련된 사업에 금융 제공을 중단할 것 기후과학에서 제시하는 감축경로에 부합하도록 구체적인 기한을 정하고, 기존 화석연료 투자를 회수할 것 공적 금융 지원을 받는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 기관의 탄소 배출량과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해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제언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