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자세히 오래 봐야 예쁜 곳,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인터뷰]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는 “‘아프리카 옹호 전문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아프리카 인식개선에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창현 사진작가

“아프리카에서 1분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대개 가난이나 질병으로 사람이 죽어간다는 대답을 해요. 정말 열악한 지역에서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인식이 익숙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우선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성동구 아프리카인사이트 사무실에서 만난 허성용(37) 대표는 “단순 구제와 교육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식 개선을 바탕으로 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허 대표는 지난 2008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NGO 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탄자니아와 세네갈에서 약 4년간 국제자원 활동을 했다. 이후에도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아프리카를 향한 단기적인 원조와 편향된 인식이 현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을 바라보는 국제 사화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의 국제 협력을 실천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지난 2013년 설립됐다. 햇수로 9년째 아프리카 인식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서울 왕십리광장 일대에서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Seoul Africa Festival)’을 주최해 약 5만명의 시민에게 아프리카의 문화예술을 알렸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고유 언어 ‘스와힐리어’ 교육을 진행하는 ‘아프리카클래스’, 직접 초·중·고 학교현장에 방문해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아보는 ‘우분투(Ubuntu) 세계시민교육’ 등 교육 강연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분투 세계시민교육은 80차례 넘게 진행될 만큼 호응이 좋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거나 블로그와 같은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교육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우분투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할 때, 아이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보는 시간이 있어요. 편지 내용을 보면 교육을 들은 친구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아프리카를 도와줘야 하는 나라가 아닌 다양한 문화를 가진 곳으로 인식하고 있죠. 이렇게 올바른 시각을 지닌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아프리카인사이트의 노력에도 국내에는 여전히 아프리카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4년 전 한 정치인이 ‘미개하다’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며 아프리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허 대표는 단체 이름으로 해당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인식 변화는 단기간에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꾸준하고 반복적인 교육과 이를 반영한 정책 변화가 함께 뒷받침돼야 성숙한 인식개선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인식개선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허 대표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국제개발 협력사업이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외부인들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도움을 주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1단계로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목이 마른 사람들에게 우물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죠. 2단계는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이 두 가지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지인의 역량을 증진시키고 내부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삶을 통한 국제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절차와 방법으로 아프리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프리카의 청년리더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꼽는다. 지난 2015년부터는 케냐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아프리카 YES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정보 공유와 유대감 형성을 위해 ‘재한아프리카인연합회(Africa Voices In Korea)’ 커뮤니티를 주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와 같이 설립하고 사무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건 아니에요. 다만 작은 변화를 소개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아프리카인사이트의 의미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흘러 누군가가 ‘10년 전부터 아프리카 인식개선 이야기를 하는 NGO가 있었대’ ‘지금도 그 얘기를 한대’라고 말하는 날이 오겠죠? 결국 저희의 메시지가 하나의 임팩트로 세상에 알려질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최유리 청년기자(청세담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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