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 워라밸은 그저 ‘노야근’이나 ‘칼퇴근’의 의미가 아니다. MZ세대가 워라밸을 중시하게 된 데는 한 회사에 자신의 미래를 걸 수 없다고 믿는 불확실성 속에서 퇴근 이후 언제든 다른 직장과 직업으로 옮길 수 있는 실력과 브랜드를 쌓으며 스스로 안전망을 만들려는 욕구가 숨겨져 있다. 또한 이들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인정받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려는 욕구가 강한 세대이기도 하다. 즉 MZ세대에게 워라밸은 수면 위로 드러난 필요 또는 조건일 뿐이지,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내가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믿는 일을 통해 스스로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인 셈이다.
대표나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꽤 반가운 소리일지 모른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의미를 찾고 내 일의 가치와 영향력을 충분히 느낄 수만 있다면 더욱더 높은 몰입도를 갖게 될 테니까. 이런 배경에서 실제로 ‘채용-입사-교육-성장-퇴사’로 이어지는 구성원의 생애주기(Employee Life Cycle)를 고려한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다시 설계하는 조직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소셜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이라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면 어떨까? 우리 조직의 핵심 인력이자 중추인 MZ세대 구성원의 다수가 곧 일하면서 육아도 하는 엄마·아빠가 된다. 이들이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때 즉,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환경의 핵심에는 구성원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제도와 문화가 있다.
위커넥트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1000여 명의 재직자와 휴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회사 내에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생활 균형 지원 제도가 있고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 수준이 높다고 느낄수록 구성원의 조직 몰입도가 높고, 조직과 구성원의 갈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이 만족하는 일-생활 균형 지원 제도와 문화를 갖춘 조직들은 크게 5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경영진이 일-생활 균형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감을 갖고 기꺼이 지원하고자 노력한다. 둘째,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일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셋째, 명확한 책임과 충분한 권한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하게 일할 수 있다. 넷째, 동료들은 협력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상사는 구성원의 의미 있는 성장을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임신·출산, 양육·교육, 가족 돌봄 등 구성원의 생애주기에 따른 실질적인 니즈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노력한다.
이 조직들이 구성원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착한 회사’라서가 아니다. 매우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진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탁월한 인재가 찾는 매력적인 조직의 모습 또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가 과거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면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며 동시에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퍼플칼라가 오늘날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것처럼 조직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그런 배경에서 위커넥트는 지난해 진행한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올 2월 ‘퍼플컬처, 새로운 조직의 탄생: MZ세대의 일터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행하고, MZ세대 엄마·아빠가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고 싶은 대표와 경영진에게 ‘퍼플컬처 6(six factors for purple culture)’를 제안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Perspective of Work and Life Balance(일-생활 균형 관점을 견지하라).
―Understanding of Flexibility(유연성을 이해하라).
―Result-driven Performance Management(결과 중심의 성과 관리 방식을 도입하라).
―Practice of Fairness(공정성을 실천하라).
―Learn Inclusiveness(포용을 학습하라).
―Employee Experience based on Psychological Safety(심리적 안전감을 기반으로 직원 경험을 쌓아라).
너무 많은 키워드로 머리가 아프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이제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와 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단순히 워라밸로 치부하기보다는 탁월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