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영리단체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동물보호 활동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의 동물 구조·입양 등은 일시 중단됐고, 캠페인·집회 활동도 차질을 빚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동자연)는 ‘코로나19 감염병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모든 구성원에게 배포하고, 지난 25일부터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손씻기, 마스크 착용, 의류·신발·차량·시설 소독 등을 의무화하고 경기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의 경우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등 감염병 대응 수준을 강화했다.
외부 활동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동물 구조·입양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정책 토론회나 자원봉사 등 행사도 당분간 진행하지 않는다. 동물 구조·입양 관련 상담도 전화나 온라인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보호 중인 동물들의 안전 확보다. 만약 센터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30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는 시설을 폐쇄해야 하는데, 동물을 옮길 마땅한 장소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동물 복지에 일시적으로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셈이다.
동자연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별도의 매뉴얼을 만들어 둔 상태다. 내부 인원 가운데 자가격리할 상황이 발생하면 동물보호를 위한 최소 인력 5명이 센터 내부에서 자가격리하면서 보호 동물을 돌볼 계획이다. 센터 폐쇄를 대비한 임시보호자도 모집하고 있다. 협력 병원과 활동가를 통한 임시보호만으로는 보호 중인 동물을 다 감당할 수 없어서다.
조희경 동자연 대표는 “하반신 마비로 자가 배변을 할 수 없는 동물의 경우 보호자가 없으면 신장에 이상이 생겨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며 “동물들의 안전을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최근 경기 파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카라는 오는 4월 29일 개관을 목표로 파주 법원읍 금곡리에 종합동물보호소인 더봄센터를 건립하고 있는데, 근처에 거주하는 65세 여성 A씨가 지난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카라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자체 보호소와 위탁 시설에 분산된 200여 마리의 개·고양이를 오는 3월 2일 더봄센터로 이송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더봄센터 개관 준비를 돕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더봄센터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더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러 시설에 나뉘어 있던 보호동물들을 더봄센터로 이송해 안전하게 보호할 계획이었는데, 일정이 늦춰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캠페인·모금 활동 중단에 따른 재정 악화도 문제다. 전 이사는 “재정이 열악한 동물단체로서는 캠페인·모금 활동의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물 보호와 관련한 국제협력도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오는 3월 중순에 충남 홍성군의 한 개농장에서 동물 구조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현재 ‘연기’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나라 HSI코리아 활동가는 “HSI의 경우 외국의 전문인력이 들어와서 동물 구조를 진행한다”며 “구조 인력들이 한국에 왔다가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입국 자체에 대한 위험부담도 있어서 구조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안전한 상황에서 구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와 입양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동물들이 이 상황의 최대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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