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사회적기업이 ‘성 평등’을 달성할 수 있을까

[더나은미래x영국문화원]글로벌 사회적기업 트렌드 읽기

UN SDG(지속가능개발목표)  성 평등 목표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성 평등이 왜 필요한지 의심을 품고있다면, 영국문화원의 새로운 보고서 ‘활동가에서 기업가까지 : 여권 신장에 대한 사회적기업의 역할(Activist to entrepreneur : the role of social enterprise in supporting women’s empowerment)’ 를 읽으면 그 논란이 없어질 것이다. 

전 세계 소녀들과 성인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가난과 폭력, 학대를 겪을 위험이 더 크다. 영양실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제대로 된 교육을 누릴 기회는 더 적다. 여성이 사업을 경영하거나 리더의 위치에 있는 경우도 더욱 드물다. 실제 여성의 임금 수준은 남성의 평균 75%다. 35억 명이 넘는 여성들이 가난하게 살며, 하루에 1.9달러(원화 약 2140원)도 채 벌지 못하는 것이 현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지 20만 년이 지난 오늘날, 참으로 믿기 힘든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영국문화원 보고서는 이 우울한 통계 가운데 한 줄기 실낱같은 희망을 확인했다. 사회적기업의 활동이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성 평등을 이루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영국문화원의 폴라 우드먼(Paula Woodman) 사회적기업 수석 고문은 이 보고서를 3년 전에 처음 고안해냈다. 그녀는 세계 각국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여성이 주류 기업보다 사회적 기업에서 좀 더 두드러진다는 명확한(oft-touted) 통계를 두고 발언해왔다. 

사실 꽤 절망을 느꼈죠 – 아직 여성이 사회적기업에서 리더 역할을 더 많이 맡고 있다고 말하기는 부족해요. 우리는 그 뒤에 숨은 맥락 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성 평등을 다루거나, 다루지 않는 모든 방식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영국문화원의 보고서 ‘활동가에서 기업가까지’의 표지 ⓒ영국문화원

대표 연구자인 소셜 임팩트 컨설팅(Social Impact Consulting)의 마크 리처드슨(Mark Richardson)은 “연구자료를 일부 들여다보면 사회적기업도 여전히 성 평등에 대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의 섹터로서, 사회적기업은 일반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성적 불평등을 반영해요. 예를 들어, 여성들은 리더의 위치에 보다 ‘덜’ 있어요. 대규모 기관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죠.” 

연구가 끝난 지금, 그는 사회적기업이 성 평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리처드슨은 “사회적기업은 여성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정말 강력한 힘(a really powerful force)’이며 이 힘은 아직도 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성 평등은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193개국이 서명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2030년까지 성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볼 것이라면, 쓸 수 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죠.

보고서는 인도, 파키스탄, 브라질, 미국, 그리고 영국 등 5개국의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경험을 들여다보고 있다. 진행과 구성에만 6개월이 걸린 설문조사와 표본집단을 통해 수집한 1140개의 응답으로, 우리는 사회적기업이 UN 지속가능개발목표 5번 항목인 ‘성 평등’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기업이 성 평등을 어떻게 돕는가?

 

보고서는 사회적기업이 기업의 수혜자, 기업가, 직원들, 그리고 사회 규범에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 여성 권리에 있어 괄목할만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 자세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전문성 개발 ▲ 고용 창출 ▲ 여성 경제력 신장 ▲ 공동체 내 여성 발언권 신장

다소 놀라울 테지만, 여성 사회적 기업가들은 수익을 벌기 위해서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에 이끌린 것은 아니다. 설문에 응답한 거의 모든 여성들이, 사회적 기업에 들어오게 된 최초의 동기가 ‘사회적, 또는 환경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혹은 ‘그들의 공동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두 번째 동기 부여 요소는 근무의 유연성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25%가 이를 꼽았다. 여성은 여전히 자신의 아이와 부모를 돌보는 데 있어 우선적인 양육자이며, 여성에게 일이란 이 의무들 사이 어딘가에 끼워 맞춰야 하는 무엇임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여성들이 사회적 기업가가 되는가?

 

5개국의 각기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들여다봤을 때, 여성 사회적기업가들이 몇 개 유형으로 깔끔히 나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유형화를 위해, 보고서는 정식 사회적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구분해 분석했다.

정식 사회적 기업의 경우, 브라질, 인도, 피카스탄의 창립자들은 평균 정도의 교육 수준을 갖추고, 순탄한 생활 배경을 가진 편이었다. 반면에 흔히 소규모 사회적 활동(micro social enterpreneurship)이라 불리는 마을 단위의 비공식 사회적 활동은 그중 소수만이 NGO나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들 소규모 사회적 활동의 일들이 보다 형식을 갖추도록 돕고, 그 일로부터 수익을 얻을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은 바로, 사업 지원이나 자금 지원(funding)이었다.

 

사회적 기업은 어떤 일을 하는가?

 

영국문화원 보고서는 교육, 건강, 전문성 개발, 캠페인, 창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기업들의 놀라운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사회적 기업가들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 제동을 거는 일들을 한다. 여기서 소개되는 두 기업이 우먼 인 컨스트럭션(Women in Construction. 공사장의 여인들)과 블랙 걸스 코드(Black Girls Code)다. 우먼 인 컨스트럭션은 여성들을 전형적으로 남성 지배적이었던 산업에 종사하도록 훈련시키는 브라질의 사회적기업이다. 블랙 걸스 코드는 더 많은 여성들을 STEM 산업(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에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재밌는 것은 여성 인권 단체들의 행보다. 대다수 단체들이 그들의 자금책으로서 사회적기업을 동원하고 있다. 약 3곳 중 한 곳의 여성 인권 단체들이 주 수익원으로서 수익 증대를 들고 있다.

 

여성이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데 있어 무엇이 걸림돌인가?

 

여성이 사회적 기업의 활동 전반을 책임지고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들은 다음과 같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더 많은 시간 소요 ▲재정 접근성이 떨어짐 ▲여성 역할 모델(role model) 부족 ▲선입견과 차별

주류 기업들에 비추어 봤을 때, 여성 사회적 기업가들은 같은 지위의 남성들은 물론이고 영리기관의 동료들보다 더 적은 연봉을 받는다. 재정적 안정도 여성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는 심각한 걱정거리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 중 37%는 사회적기업의 창업 과정에서 빚이나 재정 불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브라질의 경우 무려 63%). 편견이나 차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46%의 여성들이 자신의 성별이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며 마주하는 걸림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성이 사회적 기업에서 리더를 맡게 하려면?

 

사회적기업이 여성에게 제공하는 여러 이점들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특히 결론 부분에서는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지지하는 이해 관계자들을 향해 여러 조언들을 던지고 있다. 행정기관에게는 아이 양육서비스를 지금보다 더 원활하게 공급할 것,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사회적 기업의 활동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권고하는 식이다.

이 견해를 지지하는 자들 중 하나가 파이프 소셜(Pipe Social)의 창립자인 캐롤리나 아라나(Carolina Aranha)다. 파이프 소셜은 브라질의 웹 플랫폼으로, 소셜 벤처와 사회적 투자가를 연결하기 위해 기업들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은 매우 다양한 지리적 환경을 가진 나라다. 그녀가 사는 상파울루처럼 20만의 인구를 가진 밀집 지역이 있는가 하면, 대도시로부터 떨어진 작은 지방의 도시들도 있다. 아라나는 사업 체계나 기업 일반적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의 활동을 신장시킬 열쇠는 ‘교육’에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브라질에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몇 십 년간 일해왔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자신이 회사를 차리거나,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매우 창의적이고 유연하죠. 그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적응하고 조정할 방법을 알고 있어요. 과거에 일어났던 정치적인 위기나 불안정성 때문이죠. 반면에 정교한 재정 경영이나 투자처를 찾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편입니다.”

ⓒEmily Roetzel

우드먼은 사회적기업 내에서 “젠더 렌즈(gender lens. 성별에 대한 감수성)를 주류화하는 것”이 더 많은 여성들을 사회적 기업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우리가 여성이 가난에 처할 확률이 더 높고 더 많은 문제들에 직면해있음을 알고있다면, 사회 기반 시설과 관련된 기관들이 이런 젠더를 착용해야만 하는 강력한 논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우드먼은 또 능력 배양 프로그램을 거친 여성의 수, 투자를 받는 여성의 수, 혹은 투자패널에 참여한 여성의 수 등에 대해 분명한 목표를 세울 것도 제안한다.

연구자 대표인 리차드슨은 결국 이 보고서의 핵심은 사회적기업이 성 평등을 달성할 가능성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비추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우리는 이 보고서가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여성 단체들, 중간지원조직, 정부기관들, 그리고 자금 제공자들 간의 합작해 성 평등 이슈를 다루도록 자극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기업을 여성이 가질 수 있고 가져야만 하는 권리에 대한 등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UN 지속가능개발목표가 목표로 잡은 2030년이 불과 13년 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충고를 수용하고 서둘러 행동으로 옮기길 바라본다.

 

 

※ 위 기사는 영국 언론 ‘파이어니어스 포스트(Pioneers Post)’에 발간된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원 저자 : Lee Man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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