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수영복 당당하게 입고 싶어요”
정신지체 2급 엄마가 네살 때 끓는 주전자 던져…
당장 수술 안 받으면 성장 멈출 위기에 처해
14살 정우(가명)는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첫 장면은 항상 아빠와 함께다.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사장 위를 아빠와 함께 걷는다. 멋진 수영복을 입고 푸른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수영도 한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정우에게는 꿈과 다른 현실이 펼쳐진다. 하반신 전체를 파고든 깊은 화상 자국. 중1 또래 친구들보다 한뼘이나 작은 키. 정우는 ‘꿈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정우가 깊은 화상을 입게 된 건 10년 전이다. 2001년 6월, 정신지체 2급인 엄마는 당시 4살이던 정우에게 펄펄 끓는 주전자를 던졌다. 뜨겁게 달궈진 주전자는 정우의 허벅지 위로 떨어졌고, 끓는 물이 하반신 전체를 덮었다. 병원에 입원했지만 화상 치료는 마취도 할 수 없는 탓에, 4살 아이는 치료 때마다 정신을 잃었다.
병원 생활보다 더 끔찍했던 것은 엄마의 존재였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들의 양팔과 한쪽 다리를 부러뜨렸다. 대퇴골(허벅지 속에 있는 뼈) 분쇄골절이었다. 어린이 성장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는 대퇴골이 부러지고 화상 자국이 갑옷처럼 피부를 조이면서 아이는 키가 더디 자라기 시작했다.
아이의 뼈가 부러지는 사건 이후로 엄마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빠 역시 정신지체 2급 장애인으로, 아이를 홀로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우는 사고 이후 10년 동안 천안의 한 육아원에서 살고 있다. 간호조무사 선생님과 원장님의 따뜻한 도움으로 차츰 웃음을 찾아갔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정서불안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수업 중에 교실 안을 돌아다니거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친구의 물건을 몰래 훔쳐오기도 했다.
전형적인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였다. 증상이 심해져 2006년 12월부터 4개월간, 2007년 2월부터 또 4개월간 아동병원에 입원해 ADHD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았다. 지난 3월엔 지적장애 3급(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50~70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단계)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정우는 현재 2차 수술이 시급한 상태다. 화상을 당한 이후 살 속으로 파고든 상처 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 키가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치료를 받지 못한 정우는 걸을 때마다 상처 부위가 따끔거려 친구들처럼 맘껏 뛸 수가 없다. 팔꿈치와 하반신 전체를 덮은 화상 자국 때문에 여름에도 반팔, 반바지를 입을 수가 없다.
정우는 “멋진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나가 당당하게 수영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매일 아침,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부여에서 막노동을 하며 명절 때마다 과자를 사들고 아이를 찾는다. 주위에서 ‘장애인 아빠’라고 놀려도 정우는 언제나 아빠가 자랑스럽다. “보고 싶을 때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요. 신기하게도 아빠랑 통화할 때면 아픈 것이 사라져요.”
정우의 작은 꿈은 이웃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도움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날만을 꿈꾸며 오늘도 정우는 하루를 산다.
※굿네이버스(1599-0300, www.gni.kr)를 통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정우와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