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④]
“석탄화력발전소의 외부 효과를 내부화해야합니다.”
김주진(37) ㈔기후솔루션 대표는 “석탄이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 주범인 대기오염 최대 배출원으로 지목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굴뚝 원격감시 체계로 관리되는 56개 사업장 중 최다 대기오염 배출 사업장 1~5위가 모두 석탄발전소다. 하지만 환경부가 전국 사업장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대기배출부과금’ 총액은 겨우 70억~80억원 수준. 이또한 ‘총량규제’가 아니라, ‘농도규제’에 그친다.
2015년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사업장 배출량(kg/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로 1년에 1144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에만 3명꼴이다. 교통사고로 1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수억원을 배상하는데, 석탄화력발전의 외부효과에 대한 책임 수준은 형편없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사망원인통계 2013년 자료에 의하면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 설치된 충남 지역에서 날아오는 서풍을 맞는 충북 지역은 폐렴과 폐암 사망률 수치에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전국 평균대비 2배 가까이 나타났다. 김 대표는 “정부가 환경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일으키는 부정적인 사회적 비용을 먼저 내부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9월, 변호사,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탄소시장 전문가 등 에너지나 환경 분야 실무경력자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다. 현재는 전문가들이 일종의 프로보노 형식으로, 환경 분야 정책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실과 조배숙 의원실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공적금융(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지원 현황’ 자료를 분석해 공개하기도 했다. ㈔기후솔루션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한전 발전자회사의 신규 석탄화력 13기 건설을 위해 발행된 사채 1조 8547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돈’으로 ‘국민 건강’을 해치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과 녹색기후기금 이행기구인 산업은행 차원에서는 석탄화력발전 투자가 전면 재검토돼야한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적 금융기관이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나 대출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부터 주법 제185조에 의해 석탄회사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및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의 석탄화력회사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 것.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약 360조원을 운용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기금이다. 또한 2017년 7월 1일까지 석탄화력회사에 대한 기존 투자도 회수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연기금(Norway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도 직간접적으로 석탄화력에서 매출의 30% 이상을 얻는 회사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규정을 개정했다.
또한 김 대표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해법’을 제시한다. 사업장별로 대기오염물질의 총배출량을 규제하고, 배출업자들끼리 배출권거래를 하도록 유도하자는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유명 대형 로펌에서 8년간 환경·에너지 업무를 담당하다가, 유학 시절 2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미국의 환경단체 EDF에서 인턴으로도 활동했다. EDF는 80년대 말 미국의 산성비배출권거래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비영리단체로, 1990년에는 대기정화법(1990 Clean Air Act)이 개정되며 이산화황(SO2) 배출권이 본격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환경컨설팅 그룹 MJB&A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1990년부터 2014년까지 화력발전 및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의 양이 기존 배출량에 비해 20~25%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한국도 중국과 일본, 3국을 아우르는 총량권제한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사업장 배출자들은 순간적인 오염농도만 준수하면 됩니다. 이것으로는 실효성있는 대기오염 규제가 어렵습니다. 사업장별로 대기오염물질 총배출량을 규제하고, 배출업자들끼리 배출권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면 됩니다. 단, 우리나라 대기오염 중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발원하므로 한·중·일 3국을 아우르는 총량권제한배출권거래제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중국에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내는것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을 적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해야합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정부(국민연금)에서는 석탄화력발전처럼 안전하고 수익성을 보장하는 사업이 없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다.
A. 한국 전력시장의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발전비용이 저렴한 (석탄화력)발전소부터 고가인 (LNG 및 열병합)발전소까지 줄을 지어놓고, 매시간 전력 수요에 따라 낙찰 발전소가 결정된다. 2015년 2월 발전소별 급전순위를 보면 먼저 구매하게 되는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하고, 3위부터 26위까지 모두 원자력발전소다. 그 다음은 남동발전 등 석탄화력발전소가 70위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급전순위의 맨 마지막에 있는 발전소의 입찰가격이 계통한계가격(SMP), 쉽게 말해 전기도매가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 석탄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는 신설되고, 전력수요는 감소하면서 계통한계가격이 하향 추세다. 갈수록 가스발전에 투자할 수 없는 구조다. 흔히들 석탄화력이 값싸다고 하지만, 외부 효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아서다. 낮은 대기배출부과금도 주요 요인이다. 환경과 안전 비용을 포함한다면 가격차가 없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하는 시점이다.
Q. 재생에너지는 비싸서 발전원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A. 정부는 20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재생에너지 도입할 수 있냐고 하는데, 뉴저지가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용량이 5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지형적인 요건은 상관이 없다.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것인지 문제는 결국 보조금에 달려있다. 유럽에 태양광이 발전한 이유는, 정부의 정책 방향 때문이다. 금융기관들도 정부 정책에 따라 좋은 조건에 대출을 해주고, 이 때문에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Q. 우리나라 환경 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해본다면.
A. 기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없다. 환경 규제 관련 과징금이나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지난해 말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환경영향평가 업체들과 측정대행업체들이 허위로 자료를 측정한 것이 발각돼, 15명이 구속됐다. 시료를 채취하지 않거나, 채취하더라도 분석 데이터를 왜곡했다. 이게 우리나라 환경 정책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