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스포츠경기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전략의 승리’ 혹은 ‘전략의 부재’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전략이라는 용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대화 시기의 국가 정책(국가발전을 위해 특정 산업에 전략적 집중투자), 개인의 생활(전략적 대학 입시 및 취업 준비), 기업의 경영활동(산업융합화에 대비한 다른 업종 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말하는 ‘전략’이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이기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는 오답은 아니지만 만족스런 답변도 아니다. 전략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을 말한다. 따라서 전략을 이기는 방법으로만 국한시키면 안된다.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경영환경에 따라 이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전략에 대한 이 단순한 정의에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시사점이 포함돼있다. 첫째, 전략을 이해할 때 그 방점을 수단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은 수립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전략이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달성했는지, 실행 이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은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수단인데, 이는 해당 기업이 설정한 목표를 말한다. 따라서 여러 기업들이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내외부 경영환경에 따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 즉 전략은 기업별로 다양하게 수립되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이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책임)로 국한시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의 CSR이 전략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해당 기업이 CSR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이후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 되었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CSR을 통해 얻고자 하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CSR과 사회공헌활동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CSR과 관련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거나, 임직원의 자원봉사활동 참여 등을 전략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우리나라 기업 총수의 사진을 신문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을 하거나, 얼굴에 검정칠을 한 채 연탄을 나르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소외계층을 돕는 기업의 행동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행동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환경적 가치·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는, 진정한 의미의 CSR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장 담그기’와 ‘연탄 봉사’를 ‘우리 회사의 CSR 전략으로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전략의 정의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기업마다 직면하고 있는 내외부 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전략이 기업별로 다양하게 수립되고 실행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김장하는 것과 연탄 나르는 것으로 많은 기업들의 CSR 활동이 수렴되고 있다.
‘우리 회사의 CSR활동이 전략적’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CSR 활동의 목표가 기업 본연의 의무 즉 이윤 창출과 연계돼있어야 한다. 대기업의 CSR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 중의 하나는, CSR 예산을 배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영실적이 악화되면, 대기업에서 가장 먼저 임원교육, 그 다음으로 CSR 활동 예산 삭감을 고려한다는 농담을 종종 듣곤 한다. CSR 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처음부터 정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CSR활동을 장기적 투자라기보다는 일회용 이벤트를 위한 비용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CSR활동을 이윤 창출과 전략적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 회사의 핵심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CSR 활동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One for One 시스템(상품 하나를 구매하면, 같은 상품 하나가 기부되는 방식)을 통한 TOMS의 CSR활동은, 신발업계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관련 활동을 통해 이윤창출과 사회공헌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CSR 활동을 통한 이윤창출과 사회공헌을 상호 공존할 수 없는 배타적인, 선택의 문제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경제TV스페셜리포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일자리창출’, ‘국가경쟁력 강화’, ‘사회환원’의 순서로 나타났다. 경영학 원론 수업에서의 보편적(?)인 정답이라 할 수 있는 ‘이윤 창출’은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최근 취업이 어려워지고, Korea Discount가 커지고, 빈부격차가 극명해지는 상황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 같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 국가경쟁력 강화, 사회환원을 수행하기 위해서 기업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야할까?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이윤 창출)과 사회가 기업에 기대하는 영역은 서로 구분돼야한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이윤 보다는 사회적책임을 추구하려한다’, ‘기업의 목적인 이윤창출을 정관에서 삭제했다’ 등 기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움직임이 이윤 창출과 사회공헌이 서로 배타적인 이슈라고 생각한 결과인지, 아니면 사회적 압박에 대한 기업의 ‘울며 겨자먹기’식 자구책인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경영진과 종업원뿐만 아니라 구직자로서,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 협력업체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우리 모두가 기업의 존재 목적과 CSR의 전략적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