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영리 트렌드
“권력을 가진 이가 타인에게 굴욕감을 주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삶에 스며듭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래도 된다고 승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중략) 그래서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권력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그들을 비판할 수 있는 원칙 있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미국 비정부기구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로 전례 없는 기부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진행된 제 4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수상 소감을 통해 ‘언론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를 후원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후다. 한국을 비롯,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이번 수상소감에서 메릴 스트립은 러시아 출신의 장애를 가진 기자를 흉내내며 조롱했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지위를 타인을 공격하는데 사용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열린 대중 집회에서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관절구축증을 앓고 있는 뉴욕타임스 소속 기자를 조롱한 사건을 의미한다.
메릴 스트립의 호소에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언론인보호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그녀가 수상 소감을 발표한 당일 저녁에만 온라인을 통해 700건이 넘는 기부가 이뤄졌다. 하루 평균 5건의 온라인 기부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해 하룻밤 사이에 140배가 넘는 기부가 쏟아진 것. 48시간 만에 25만 달러(약 2억96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는 지난 한 해 개인 기부를 통해 모인 전체 예산 1백만 달러(약11억 8000만원)의 25% 상당에 해당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전까지 ‘언론인보호위원회’에 기부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보호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첫 기자회견 이후로 기부금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CNN과 버즈피드를 각각 언급하며 ‘가짜 뉴스(fake news)’와 ‘조작된 물건(phony stuff)’을 보도하는 매체라고 비난했다. 전날 CNN은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외설적 정보를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고,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이와 관련된 미확인 메모를 공개한 바 있다. 버즈피드가 내놓은 35쪽 가량의 메모에는 ‘트럼프가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호텔에서 매춘부를 불러 성적 파티를 즐긴 영상을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는 버즈피드를 향해 “실패한 쓰레기더미”라고 공세를 퍼부었고 자신에게 질문하려는 짐 아코스타 CNN 기자에게 “당신들 매체는 끔찍하다”며 “조용히 하라”고 질문을 거부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1981년 설립된 비정부기구(NGO)로 전 세계 40여명의 전문가로 이뤄진 네트워크 조직이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의 언론 수호를 위해 일하는 기자들을 보호하고 언론의 자유를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 사건을 조사하고 보고하며, 언론 활동을 이유로 감옥에 갇혔거나 살해된 기자들을 알리고 보호하는 일도 하고 있다.
향후 언론을 향한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이 언론인보호위원회 등 비영리단체를 향한 기부 행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