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유니버스] 죽은 자가 미래를 구할 수 있는가, 히말라야가 던진 질문

2026년 8월 26일,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홍수가 네팔을 뒤덮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사고 당시 CCTV 영상이 퍼졌고, 이를 본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어나는 피해 규모는 이번 재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약 1300명, 실종자는 5300명에 육박한다. 네팔 당국은 국민의 5%가 이번 대홍수로 피해를 입었으며, 재건을 위해서만 국내총생산(GDP)의 10%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국가 마비 상태를 선언한 셈이다.

이번 대홍수의 주요 원인은 바로 기후위기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 온도가 높아지고 있고,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는 온도 상승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녹아 형성된 빙하호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러한 대홍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네팔이 그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0.01%에 불과하다. 기후위기에 기여한 비중은 극히 적지만, 기후 피해에는 더 취약하고 앞으로 그 위험이 더욱 커질 국가다. 네팔 정부가 중국·미국·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국가들에 기후 피해 배상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네팔 대홍수에서 드러난 기후 불평등은 사실 이전부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해왔다. 이는 온실가스 규제를 엄격히 시행하는 국가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다른 국가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이른바 ‘탄소 누출’로 설명된다. 일례로 포스코는 2021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로드맵을 수립했다. 그러나 전기로 도입,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탄소중립 추진 전략은 국내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해외 생산능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에는 신규 제철소 건설을, 인도네시아에는 기존 제철소에 고로 1기를 추가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 늘어나는 제철소는 모두 석탄 기반 고로 설비로, 가동을 시작하면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소음 등의 피해를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셈이다.

기후 불평등은 세대에 걸쳐 일어나기도 한다. 온실가스는 특성상 대기 중 체류시간이 짧게는 4~5년, 길게는 수백~수천 년에 이른다. 즉, 한 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다음 세기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발간한 제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세대는 1950년대생이 70년 평생에 걸쳐 겪은 온난화 수준(1.1도 상승)을 태어날 때부터 이미 기본값으로 안고 삶을 시작한 셈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후위기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기후 불안’이 퍼지고 있고, 함께 기후 활동을 하는 청년들 중에는 출산까지 고민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처럼 기후 피해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기후 피해는 불평등하게 주어지며, 이로 인해 사회 불안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단기적으로는 재난 예방과 기후 적응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 관점의 구조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기후 위험에 크게 노출된 계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기후 관점에서 재설계하거나, 전력망 운영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더 나아가 기후 불평등을 겪는 지역과 계층, 그리고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기후 정책과 제도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네팔 대홍수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같은 기후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책임 있는 주체들의 기후 행동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다. 이 글이 히말라야 등반을 안내하는 셰르파처럼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핵심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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