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앤 유프너 UNDP 서울정책센터 소장·최재호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총장·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글로벌 임팩트프러너’로 맞춤형 멘토링·투자자 연계도
기후위기와 보건, 빈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난제를 해결할 주체로 현장 맞춤형 해법을 쥔 ‘임팩트 스타트업’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사업을 고도화하고 시장을 넓히려면 자금과 실증 기회, 투자자·기업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와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임팩트스퀘어가 아태지역 임팩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손을 잡은 이유다. 세 기관은 지난 3월부터 ‘글로벌 임팩트프러너(Global ImpactPreneur)’를 운영하며, 아태지역 개발도상국의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설립 5년 미만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했다. 대상은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는 로컬 기업뿐 아니라, 해당 지역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기업도 포함됐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기구와 기업재단, 임팩트 투자사가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해 기업 발굴부터 육성, 투자자 연계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성장 단계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UNDP 서울정책센터가 아태지역 네트워크와 국제개발협력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 방향을 제시하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국내에서 쌓아온 창업가 육성 경험과 사회혁신 네트워크를 더해 프로그램 설계와 성장을 지원했다. 이후 임팩트스퀘어가 투자 관점에서 기업을 진단하고 육성 과정과 데모데이를 운영하면서, 발굴된 기업이 실제 투자자와 만날 수 있도록 연결했다.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 10개국에서 20개 기업을 1차로 선발했다. 선발 과정에서는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뿐 아니라 사업의 실행·지속 가능성, 지역사회 적용 가능성, 팀의 실행 역량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이후 기업별 진단을 통해 고객 이해도와 솔루션 준비 수준, 사회적 가치 창출 구조, 재무 역량 등을 점검했다. 진단 결과에 따라 투자자와 선배 창업가, 현지 창업지원기관 관계자 등 분야별 전문가를 연결해 맞춤형 멘토링을 진행했다. 투자 유치를 위한 IR 코칭과 임팩트 측정 교육도 제공했다.
육성 과정을 마친 20개 기업 중 별도 심사를 통과한 10곳은 지난 7월 7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데모데이에 참가했다. 기업들은 각자의 사업모델과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4곳이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UNDP 서울정책센터 대상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 최우수상은 각 1곳이, CVC캐피털파트너스 혁신상은 2곳이 받았다. 수상 기업에는 후속 실증과 사업 고도화를 위한 상금 총 5만 달러 이상이 지원됐다. 상금은 지분 취득이나 상환 의무가 없는 그랜트 방식으로 제공됐다.

<더나은미래>는 데모데이 현장에서 앤 유프너 UNDP 서울정책센터 소장, 최재호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총장,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를 만나 아태지역 임팩트 기업가 육성의 의미와 향후 협력 방향을 물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 기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앤 유프너(이하 앤)=“10개국 창업가들이 유사한 문제의 해법을 공유하며 자국 시장을 넘어선 역내 협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의미 있었다. 현지 기관과 투자자, 사업 파트너를 만나 실증과 시장 진출을 논의할 기회도 얻었다. ”
감염병 진단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 아이젠테크는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와 네트워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아태지역에서 임상과 상용화를 함께 추진할 협력사를 찾고, 현지 투자자와 주요 기관을 만나 파일럿 실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UNDP의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스리랑카에서 뎅기열 진단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최재호(이하 최)=“사회문제 해결 의지를 설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술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와 그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를 구체화했다. 수익을 내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도 함께 점검했다.”
도현명(이하 도)=“멘토링 과정에서 기존 사업 방향을 다시 검토한 기업도 있었다. 초기 개발한 솔루션을 실제 시장 수요와 비용 구조에 맞춰 재검토하며 적용 범위를 조정했다.”
한국의 뉴지엄랩이 대표적이다. 뉴지엄랩은 처음에는 개발도상국 아동 급식에 적합한 메뉴와 식재료 조달 방안을 AI로 추천하는 서비스를 준비했다. 그러나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학교나 구호기관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 불분명했고, 급식 시장만으로는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활용 대상을 급식 현장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으로 넓혔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 영양 수요, 예산을 분석해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공급하는 것이 적합한지 제안하는 방식이다. 개별 급식 메뉴를 추천하는 데서 나아가, 정부의 농업·식량 정책 수립을 돕는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확인한 아태지역 임팩트 스타트업의 특징은 무엇인가.
앤=“기후변화를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로 다루기보다 산업 현장의 구조 자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려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산업 탈탄소화와 순환경제, 식품 손실 감축, 지속가능한 농업,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사업 경쟁력까지 높이는 솔루션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의 글로벌 체라(Global Cerah)는 IoT 기반 시스템으로 농업 폐기물을 수거·가공해 가축 사료와 유기 비료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농가의 사료·비료 비용을 낮추며 토양 회복에도 기여하는 순환형 식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환경과 건강, 영양과 소득처럼 서로 맞물린 문제를 하나의 사업모델 안에서 함께 풀어내고 있었다. 데모데이에 참가한 캄보디아의 수드레인(SUDrain)은 폐수처리 기술로 환경과 지역 주민의 건강 문제를 함께 다뤘다. 인도네시아의 아룸미 푸즈(Arummi Foods)는 대체식품을 소비자의 영양 문제와 소농의 소득 문제에 연결했다.”
도=“이번 참여 기업 가운데는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 직접 시장을 만들고 성과를 쌓아온 창업가가 많았다. 이런 실행 경험은 투자자에게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일부 기업은 자국 시장 규모가 작거나 인접 국가와 시장 환경이 비슷해 창업 초기부터 해외 확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설계하기도 했다.”
―임팩트 스타트업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해외로 확장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앤=“지역의 문제를 잘 아는 창업가가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 단계에 맞춰 사업모델과 성과 측정, 제품·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하고 멘토와 투자자, 정책 입안자, 기업 파트너와 연결해야 한다.”
최=“기업재단은 단기 성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혁신 인재의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 투자자 사이에서 협력을 중개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도=“액셀러레이터와 투자자는 자금 제공을 넘어 현지 파트너를 발굴하고 공동 사업을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첫 기수를 통해 확인한 한계와 향후 계획은.
앤=“한국과 아태지역 스타트업의 만남을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 협력과 지식 공유,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아태지역 스타트업이 한국을 방문할 때 투자자와 기업, 액셀러레이터, 공공기관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후속 지원사업과 시장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당장은 참여 규모를 넓히기보다 프로그램의 질과 깊이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최=“3개월간의 온라인 중심 프로그램만으로는 국가별 시장 환경과 기업의 성장 단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현지 규제와 시장 이해, 실증 파트너 발굴, 후속 투자까지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데모데이 이후의 투자·협력·시장 진입 과정도 살필 계획이다. 재단은 국내 임팩트 기업가와 아태지역 창업가의 교류를 확대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진입을 함께 지원하는 양방향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도=“임팩트스퀘어는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투자 거점인 싱가포르 등에 별도 펀드를 조성해 역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분 투자뿐 아니라 융자와 프로젝트 투자, 한국의 기술을 현지 임팩트 스타트업과 결합하는 방식까지 투자·협력 수단을 넓힐 구상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