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를 짓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
급여 미리받기 EWA로 고금리 대출 의존 낮춰
“이미 일한 임금을 필요한 때 쓰게 하는 것이 금융복지의 출발점”
“페이워치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들이 푼돈 때문에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게 해,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핀테크 플랫폼 ‘페이워치(Paywatch)’를 두고 한 평가다. 페이워치는 근로자가 이미 일한 시간만큼의 급여를 정해진 급여일 이전에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급여 선지급(Earned Wage Access, EWA)’ 서비스를 2019년부터 제공해 왔다.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B2B2C(기업-기업-소비자)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개 사의 31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500억 원 규모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가 이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근로자는 이미 일한 만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지만, 정해진 급여일 전까지는 그 돈을 사용할 수 없다. 생활비나 의료비 등 갑작스러운 지출이 생기거나 본국 송금이 필요할 때,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금리 대출이나 사채로 밀려나는 현실을 목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단순한 금융 상품의 부재가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안정성과 연결된 사회문제로 봤다. 그는 “부자들은 돈이 필요할 때 싸게 빌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필요할 때 비싸게 빌린다”며 “이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 빚 대신 ‘정당한 권리’…금융비용 낮춘 급여 선지급
근로자는 페이워치 앱에서 이미 일한 급여의 일부를 국내 기준 건당 수수료 900원에 먼저 받을 수 있다. 이때 해당 금액은 기업이 아니라 페이워치가 선지급한다. 이후 급여일이 되면 기업은 근로자가 앞서 인출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임금을 지급하고, 공제한 금액은 페이워치에 정산하는 구조다.
페이워치의 서비스는 ‘소액 대출’이나 ‘가불’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빚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근로를 통해 ‘벌어둔(Earned)’ 임금을 앞당겨 찾아 쓰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조회가 필요 없고, 대출 원금이나 이자도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근로자 개인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과 계약을 맺고 해당 기업의 근무 및 급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미상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휴 기업과 정산하는 구조여서, 노동자를 빚 독촉으로부터 보호한다.
과다 이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 페이워치는 근로자가 이미 일한 금액 안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제한하며, 기업별로 급여의 일정 비율 이상은 사용할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둔다. 기업은 직원의 급여 수준과 근무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이용 가능 금액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기본급의 30%, 많아도 50% 이상은 열어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기업에 권장한다”며 “목표는 급여를 무분별하게 앞당겨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금융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페이워치는 단순히 현금을 미리 찾아 쓰는 기능을 넘어, 종합 임직원 금융 웰니스 솔루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는 앱 안에서 공과금 납부, QR 결제, 보험 가입 및 할부 구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통신비·수도요금·전기요금 등 공과금 납부와 휴대전화 충전은 근로자에게 수수료 없이 무료로 제공된다. 김 대표는 “이용자가 앱에서 수수료 없이 바로 공과금을 낼 수 있도록 하고, 대신 통신사 등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상생 구조를 짰다”며 “통신사나 가맹점 입장에서는 연체율을 낮추고 요금 회수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출 부담으로 인해 보험 없이 위험하게 통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자동차 및 오토바이 필수 보험료 납부 기능도 지원한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이들에게 2~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며, 이 역시 근로자에게는 별도의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페이워치가 보험 중개 대리점 자격을 갖추고 보험사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구조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 퇴사율 낮추고 고금리 대출 의존 줄여…기업과 근로자의 ‘윈윈’ 솔루션
페이워치 서비스는 한국을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금융 환경이 급여 선지급 서비스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페이워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인구 중 신용카드를 보유한 비율은 단 5% 미만에 불과하다. 베트남 통계청(GSO)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역시 신용카드 보급률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여전히 결제의 3분의 2가 현금 및 계좌이체로 이뤄진다.
김 대표는 “단기 소액 금융상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다 보니, 현지 근로자들은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하루에만 7%에 달하는 고리대금업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페이워치는 동남아 시장에서는 급여 인출 시 건당 약 0.50달러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페이워치를 통해 노동자들의 삶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ILO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이 2025년에 페이워치 말레이시아의 사용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 연구 결과, 응답자의 80%가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6%는 ‘전반적인 재정 관리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평가했으며, 30%는 ‘가계 부채가 감소했다’, 36%는 ‘저축 금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직원 복지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현재는 채용 경쟁력 강화와 퇴사율 감소를 위한 인사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페이워치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직원의 직무 근속 기간이 3~6개월가량 증가했고, 한 고객사의 연간 퇴사율은 108%에서 60%로 낮아졌다. 이직 감소에 따른 재채용 비용도 51만 달러(약 7억8000만 원)으로 절감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KFC, 피자헛, 롯데, CJ, 삼성, 현대, 윌마(Wilmar) 등 F&B, 리테일, 제조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페이워치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근로자의 금융 스트레스가 줄어들수록 기업은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채용과 유지가 중요한 산업에서 금융복지는 실질적인 인재 유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의료비·학자금 부담 덜어 금융복지 확대한다
페이워치가 다음으로 주목한 영역은 치솟는 ‘의료비’다. 김 대표는 “병원 대형화와 사모펀드의 병원 체인화가 확산되면서 수익성이 더 중시되고, 이로 인해 의료비가 빠르게 오르는 것이 동남아의 큰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페이워치는 올해 안에 병원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무이자 할부 지원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에는 학자금 등 자기계발 비용으로도 금융복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김 대표는 향후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진출하기 위해 추가 투자 유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끝으로, 페이워치의 궁극적인 목표를 ‘금융 소외계층이 건강한 금융 생활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스스로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페이워치가 아시아 노동시장에 남기고 싶은 변화입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