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가능한 죽음 25%”…아동사망검토제, 왜 지금 필요한가

[인터뷰] 누마구치 아츠시 교수·다케하라 켄지 부장
일본 CDR 운영 경험으로 본 도입 조건…한국 과제는?

“아동 사망의 4분의 1은 예방할 수 있는 죽음입니다. 아동사망검토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아동사망검토제(CDR) 도입을 이끈 누마구치 아츠시 교수의 말이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누마구치 교수와 다케하라 켄지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 보건정책부장을 만났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아동사망검토제도 도입 입법 토론회’와 이후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CDR 운영 현황과 제도의 쟁점, 한국 도입 시 고려할 점을 들었다. 일본소아과학회 CDR위원회 위원장인 누마구치 교수는 제도의 학술적 기반을 구축해 왔고, 다케하라 부장은 시범사업을 총괄하며 정책 설계와 운영, 평가를 맡고 있다.

아동사망검토제(Child Death Review, CDR)는 의료·법조·복지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함께 아동 사망의 반복되는 원인을 짚어보고, 유사한 죽음을 막기 위한 예방책을 제안하는 제도이다.

일본과 한국의 아동 사망률은 비슷하다. 일본은 10만 명당 21명, 한국은 20명 수준이다. 일본소아과학회에 따르면, 이중 예방 가능한 죽음은 전체의 약 25%이며 일본 기준으로는 약 830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왼쪽)다케하라 켄지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 보건정책부장과 누마구치 아츠시 교수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일본 아동사망검토제(CDR)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에 일본은 2017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CDR 도입 근거를 법에 처음 담았고, 2020년 5개 도도부현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도쿄도를 포함한 10곳으로 확대했다.

CDR은 병원 진료 기록과 학교 출석 정보, 부검 결과 등 아동 사망과 관련된 여러 기관의 정보를 모아 분석한다. 의사와 경찰, 아동복지사, 법의관 등으로 구성된 실무단이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생물학적 요인뿐 아니라 심리 상태와 생활 환경까지 함께 살펴 사망에 이른 경로를 짚는다. 이를 바탕으로 반복되는 위험의 패턴을 찾고, 개입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어 예방 대책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는 통상 1년가량이 걸린다.

시범사업 지자체들은 매년 3월, 도출된 권고와 대책을 정리해 중앙정부 아동가정청에 공유한다. 일본에서는 2022년 68건, 2023년 64건의 예방책이 제시됐다.

◇ 같은 사고는 왜 반복되나…CDR이 찾는 예방의 단서

한국에서 CDR은 주로 아동학대 대응의 연장선에서 언급된다. 2024년 국내 아동 사망자는 1635명이었지만, 아동학대로 집계된 사망은 30건에 그쳤다. 이는 범죄 혐의가 입증된 경우에 한정된 수치다. 전체 아동 사망의 약 40%가 고의적 자해, 타살, 익사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사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동 사망의 원인을 보다 폭넓게 살펴야만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도 CDR은 아동학대 예방이라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누마구치 교수는 “연간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은 전체의 최대 1.5%에 불과하지만, CDR을 통해 보면 아동학대 및 방임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율은 6~10%에 이른다”며 “공식 통계와 잠재적 위험을 포함한 데이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두 전문가는 CDR이 수사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누마구치 교수는 “아동의 사망이 누구의 잘못인지 사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라며 “개입할 수 있었던 부분을 찾아 다른 아이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방 효과는 아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마구치 교수는 “상해로 사망한 아동이 1명이라면, 그 이면에는 11명의 입원 환자와 652명의 응급실 내원 사례가 존재한다”며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줄이는 일은 아동뿐 아니라 동일한 환경에 놓인 성인의 상해 감소로도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가가와현은 CDR 분석을 통해 물놀이 사고 예방을 위한 구명조끼 착용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무료 대여소를 운영했다. 이후 아동 익사 사고가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가가와현 홈페이지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저수지가 많은 일본 가가와현에서는 아동 익사 사고를 계기로 CDR 검토를 진행했다.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살 수 있었던 사고 아니었느냐”는 문제의식이 제기됐고, CDR은 수변 활동 시 구명조끼 착용과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 교육을 권고했다. 현은 2022년부터 아동 대상 구명조끼 착용 교육과 무상 대여소 운영을 도입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는 중학생 이하 아동의 물놀이 익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다케하라 부장은 사망률 감소가 CDR 평가의 전부는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아동사망검토제는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오히려 통계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는 개선점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아동의 권리와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보 장벽에 막힌 CDR, 해법은 ‘법’

CDR은 모든 아동 사망을 기본적으로 검토 대상에 포함하지만, 실제 분석은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진행된다. 다케하라 부장은 “예방 가능한 사망 사례, 그리고 배울 점이 있는 사례를 추려서 검토한다”며 “검토 전부터 예방 가능 여부를 나누는 데는 위험이 따르지만,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쉬운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토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정보 확보다. 일본에서 2023년 아동 사망은 791건이었다. 이 가운데 CDR이 정보를 접수한 사례는 290건이었다. 이 중 유족의 동의를 받아 실제 검증까지 이어진 사례는 76건이었다. 유족이 책임감을 느끼거나 사망의 충격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동의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누마구치 교수는 일본에서도 CDR 운영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기관 간 정보 공유라고 짚으며, 이를 가능하게 할 CDR 전용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사망 원인에 가족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는 더 어렵다.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더해, 조사를 하더라도 개별 사건의 결과를 유족에게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도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다.

설득의 대상은 유족만이 아니다. 병원 같은 외부 기관은 물론, 경찰청 등 국가기관도 마찬가지다. 누마구치 교수는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예상과 달랐던 점은 정보를 공유받기 어려웠다는 것”이라며 “공중보건 목적이라면 개인정보 공유가 가능하지만, 일부 기관은 이를 공중보건 사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두 전문가는 이러한 한계를 제도 부재에서 찾는다. 현행 법은 필수적인 조사 범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정보 공유 의무는 규정돼 있지만, 정보 제공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는 부족하다. 특히 유가족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부검 결과 등 수사기관 기록은 공유에 제약이 따른다.

이 때문에 두 전문가는 CDR 전용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관 간 정보 공유 의무화, 정보 제공자 보호, 사법 부검 결과 접근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 “제도는 설득에서 시작”…CDR 도입의 관문은

일본은 학계에서 논의가 먼저 시작됐다. 일본소아과학회가 파일럿 검증을 거쳐 2012년 CDR 도입을 제안했고, 법률에는 2017년부터 세 차례 명시됐다. 시범사업 시작까지 8년이 걸렸다. 현재는 10개 지역으로 참여 확산을 추진하는 단계다.

법안 발의에 그친 한국에 두 전문가는 차근차근 시도할 것을 권했다. 누마구치 교수는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학대 사망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도 유효한 접근”이라면서 “다만 대상을 한정해서 시작하면, 범위를 넓힐 때 왜 확대하는지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케하라 부장은 CDR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세이브더칠드런

다케하라 부장은 “파일럿을 진행하면서 법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가 드러난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실제로 시행해 보면서 한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에서도 지자체마다 운영 방식은 다르다. 지역 여건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저연령 아동 중심으로 검토하는 곳도 있고, 외인사 중심으로 사례를 살펴보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CDR 도입의 관건은 인식의 개선이다. 현장을 담당할 인력뿐 아니라 국민의 이해도 필요하다. 누마구치 교수는 “아이가 없는 사람은 자신과 무관한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고, 교사나 복지사는 책임을 묻는 제도로 오해할 수 있다”며 “관심과 공감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케하라 부장은 “이해관계자에는 정부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포함된다”며 “CDR을 어떤 제도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각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다르더라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라는 목표는 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마구치 교수는 “CDR은 아동의 죽음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사고방식이자 문화”라며 “일본 역시 이 과정을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올해 1월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의심 사망사건’에 대한 심층 분석은 가능해졌지만, 모든 아동 사망을 포괄하는 한국형 아동사망검토제는 발의에 그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논의를 실행으로 옮기는 일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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