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금융의 미래, ‘자본의 조율’과 ‘관계 재정의’에 있다

임팩트 금융의 새로운 작동법<上>
자본 결합·신뢰 기반 관계…설계로 완성되는 임팩트 금융의 새로운 공식

“임팩트 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성격이 다른 자본을 어떻게 조립해 사회문제 해결의 규모를 키우느냐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SOVAC 살롱 X 임팩트 써밋 #임팩트금융’에서 강창모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자본의 조율’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SOVAC,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아름다운재단,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임팩트얼라이언스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지난 26일 강창모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SOVAC

이날 강창모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임팩트 투자와 금융 스펙트럼의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임팩트 투자 내부에서도 자본의 성격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ESG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준의 책임투자 ▲장기적 기업 가치를 높이는 지속 가능 투자 ▲시장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일정 수준의 수익을 양보하는 투자 ▲수익보다 사회적 성과를 우선하는 자본 등 다양한 형태가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임팩트 투자의 자본은 재무적 수익 일부를 감수하는 ‘양보적 투자’와 시장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비양보적 투자’까지 연속적인 구조로 존재한다”며 “서로 다른 자본을 투자 목적에 따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공공·민간 자본 결합하려면 ‘신뢰’ 필요”

이처럼 성격이 다른 자본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결합하는 방식이 ‘혼합 금융(Blended Finance)’이다. 공공자본이나 재단 자금이 손실을 먼저 감수하는 ‘촉매적 자본’ 역할을 맡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강 교수는 시장 수익률을 요구하는 자본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촉매적 자본이 초기 위험을 흡수하는 설계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는 “혼합금융은 단순히 자금을 섞는 것이 아니라 각 자본의 인센티브와 위험 구조를 고려해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서로 다른 자본이 각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 해결 프로젝트 안에서 함께 조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행사에서 발언하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의 모습. /SOVAC

이러한 자본의 조립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둘러싼 주체 간 관계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를 제시하며, 기존의 후원 구조가 관리와 통제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에 가까운 사람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며 “펀더와 현장 조직 간 관계를 통제가 아닌 신뢰와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펀더와 비영리 조직 간 관계를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아닌 동반자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다년간 비지정 자금 ▲펀더가 먼저 공부 ▲서류 간소화 ▲투명·반응 소통 ▲피드백 수렴·반영 ▲비재정적 지원 등 6가지의 실천 원칙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신뢰라는 핵심 가치가 펀더로서 조직의 문화, 구조 그리고 리더십 전반에 스며들어야지만 이 원칙이 유기적이고 자연스럽게 작동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자본의 이어달리기 필요”…역할 분담형 구조 제안

지난 26일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이 “임팩트 금융 자본에 ‘이어달리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VAC

현장에서는 재단의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의 기존 ‘그랜트’ 중심 지원 방식을 소개하며, 인내자본과 촉매자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회수 압박 없이 조직의 성장을 기다리는 자본은 민간 투자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이후 자본을 끌어들이는 촉매로도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단이 감내하는 기다림의 시간은 리스크를 대신 짊어지는 적극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사회문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문제 해결의 주체 역시 다양해지면서 기존 방식으로는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재단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초기 위험을 감당하고 투자 전문 기관이 성장과 회수를 맡는 식으로 각 주체가 역할을 나눠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사무총장은 이러한 구조를 ‘자본의 이어달리기’에 비유하며 “각기 다른 자본과 주체가 역할을 나눠 협력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의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지난 26일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SOVAC

이를 위해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임팩트 투자의 출발점이 ‘투자’가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임팩트 투자는 수익을 위한 금융기법이 아니라, 비영리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해 온 도구”라며 “투자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국내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부가 주요 출자자(LP) 역할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다양한 자본이 유입되고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 자본의 성격이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출자 구조가 제한된 상태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임팩트 투자가 확장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자본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흐르지 않는 구조”라고 표현하며, 자본이 순환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제도적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은 “지난 10여 년간 임팩트 투자가 투자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이 접근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고민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임팩트 생태계 전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기존 방식의 반복을 넘어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 구조와 금융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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