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가치와 성장 포럼’서 저성장 극복 전략 논의
최 회장 ‘사회적 가치 보상’, 윤 장관 ‘사회연대경제 확산’ 제시
“새로운 자본주의는 성장이라는 공식 안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로운 영역의 성장과 잠재력을 만들어보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을 이어받아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존 성장 방식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발언이었다.
최태원 회장과 윤호중 장관, 두 인물을 묶는 키워드는 ‘사회적 가치’였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이 3월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개최한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두 사람은 ‘수다로 풀어보는 성장 전략: 정책가와 기업가의 솔루션 찾기’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저성장 시대, ‘사회적 가치’에서 해법을 찾다
경제 현장에서 한국의 산업화와 성장을 지켜본 최 회장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에서 기존처럼 국내총생산(GDP) 증가만을 성장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더 커지면 결국 성장을 제약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의 성장 모델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호중 장관은 격차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는 크게 성장했지만 국민 삶의 질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20여 년 동안 이어져 왔다고 언급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예산을 투입하고 정책을 만들고,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성장해 왔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시장과 정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새로운 영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와 사회연대 등 우리가 아직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힘을 활용해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책으로도 이어졌다. 윤 장관은 2014년 사회적경제기본법 발의에 참여했고 이후 2016년과 2020년에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2025년에는 명칭을 바꾼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19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네 차례에 걸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윤호중 의원안을 포함해 8건의 사회연대경제기본법안이 발의돼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윤 장관이 이끌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사회연대경제의 주무부처로 선정됐다. 윤 장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행정안전부가 정책과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사회연대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사회문제를 사람이 살아가는 지역에서부터 풀어보겠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회상했다.
◇ ‘착함을 과학적으로’…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실험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와 연결하는 접근을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면 더 많은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를 2013년 ‘사회성과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s)’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를 두고 “착함을 과학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에 경제적 보상을 연결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 아이디어를 2015년부터 직접 실험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비례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10년 동안 468개 기업에 약 769억 원을 지급했고, 이들 기업은 약 54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참여 기업들은 미참여 기업보다 높은 사회적 가치와 매출을 기록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다만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최 회장은 “처음에는 측정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며 작은 영역부터 측정 방식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백 년 전 회계 장부도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기업 가치 판단 기준으로 발전했다”며 “사회적 가치 측정 역시 데이터가 쌓이고 AI 기술이 발전하면 훨씬 빠르게 정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장관은 사회연대경제 확산의 가장 큰 장벽으로 ‘오해’를 꼽았다. 그는 “사회연대경제는 예산 지원에 의존하고 보조금을 받기 위해 활동한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생존력을 입증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기업과 조직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와 금융이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기업·정부·시민 함께… 새로운 성장 모델의 조건
두 사람이 짚은 핵심은 결국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이 이 새로운 경제 모델에 참여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경제활동 인구가 3000만 명이라면 최소 1000만 명 정도는 사회적 경제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성장 모델도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조직이 참여하는 구조가 확대되면 내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장관은 “많은 국민이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창업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며 “골목마다 공동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창업 기업이 늘어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 추진과 금융 지원 확대, 공공서비스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책과 기업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제시된 해법은 같은 지점에 닿는다. 성장 공식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