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교통비는 단순 편의 아닌 생존권…지역사회·학교 연계망 시급”
“예술가가 꿈인데, 교통비를 지원받고 처음으로 유료 전시회에 가봤어요.”
“차비 때문에 포기했던 주말 학원을 하루에도 두 번씩 갈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뻐요.”
“엄마의 교통비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게 제일 좋았어요.”
단돈 몇천 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가난과 불안정한 체류 신분이라는 이중고에 놓인 이주배경 청소년들에게 대중교통은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1000원 남짓한 버스비가 부담돼 왕복 수 시간을 걷고, 교통비가 없어 학원과 나들이를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 그 손에 교통카드 한 장이 쥐어지자 멈춰 있던 10대의 일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민관 손잡고 ‘이동의 자유’ 보장
이 작은 변화는 신한금융그룹과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더나은미래가 함께 추진한 ‘중도입국청소년 교통비 지원사업’에서 출발했다. 전국 이주배경 청소년 30명을 대상으로 2025년 10월부터 5개월간 약 40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복지 제도의 문턱을 넘지 못해 교육·돌봄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큰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학교와 유관기관의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쳐 최종 27명이 선정됐다. 지원자의 63%는 한부모·다자녀 가구였고, 48%는 장기 체류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신혜영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센터장은 “이주배경 친구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도권 밖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이 없어 기관이나 학교에 가지 못한다면 이는 곧 돌봄과 교육, 안전의 사각지대로 직결된다”고 이번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 버스카드 한 장이 바꾼 18세의 하루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A군(18)의 삶은 교통비 지원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A군은 8인 가족의 둘째로, 아버지와 형이 시간제 근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중학교 시절 그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40분 넘는 거리를 걸어 통학했다. 한 달 5만 원 남짓한 대중교통비조차 부담이었다. 한겨울 감기에 걸려도 “운동의 일부”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현재 대한복싱협회 소속 청소년 선수로 활동 중인 A군은 자신의 식비와 교통비를 벌기 위해 주말이면 편의점에서 21시간을 꼬박 서서 일한다. 훈련을 마친 뒤 좋아하는 한강공원에 가고 싶어도, 차비가 부담돼 마음을 접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던 A군이 이번 교통비 지원 사업 대상자에 선정되면서 처음으로 매달 교통비가 충전되는 카드를 받아들었다. A군은 “처음으로 잔액 걱정 없이 버스 단말기에 카드를 찍었을 때 짜릿했다”고 표현했다. 억지로 걸어야 했던 시간에 버스에 앉아 휴식을 취하게 됐고, 무엇보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체육관에 주 7일, 매일 4시간씩 마음 편히 훈련을 갈 수 있게 됐다. 지원을 받은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그토록 원했던 가족들과의 여의도 한강공원 나들이였다.
◇ “지역사회·학교 협력해 지원 체계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교통비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와 기관을 오가는 일상적 행위 자체가 이주배경 청소년들에게는 곧 교육권이자 생존권이라는 것이다.
신혜영 센터장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실태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학교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추천받아 지원하려 해도 담임교사와 복지 담당 교사가 따로 있는 등 소통 창구가 일원화돼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이 중도입국인지, 미등록 상태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추측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어 적시에 지원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해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마련하고, 가정 형편 등 기초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 제도의 공백을 메울 민간 기업의 지속적인 지원 역시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통비처럼 사소해 보이는 ‘작은 고통’이 누적되면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신분상의 제약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이 보편적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