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시스템, 임팩트를 복제하다 <上>
경기도 ‘임팩트 프랜차이즈’가 실험하는 확장의 공식
서울숲 인근 골목의 작은 한식당 ‘소녀방앗간’. 이곳 밥상에 올라가는 된장과 반찬은 매일 같은 맛으로 손님을 맞는다. 하지만 이 ‘같은 맛’이 유지되기까지, 청송·예천·김해 등 전국 10여 개 지역의 농산물과 150여 명 어르신의 손길이 하나의 공정으로 연결돼 있다. 가게가 하나 늘어날수록, 지역의 일자리와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이처럼 확장될수록 사회적 가치가 함께 커지도록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은, 이 가게를 단순한 한식당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의 실험으로 만든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추진 중인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회적기업 인증이나 가맹법 적용 여부보다, 임팩트가 처음부터 사업 구조 안에 설계돼 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다른 지역과 현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본다. 본사가 매장 운영과 품질, 고용 방식까지 표준화해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사회적기업이 아니더라도 전환을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즉 ‘착한 가게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임팩트가 확장되는 조건을 갖춘 모델을 선별해 확산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직영점만 운영해온 방앗간컴퍼니도 올해 이 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전유진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은 “임팩트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지속 가능한 선한 영향력의 확산”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성 검증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시장에서 통하는 ‘임팩트 브랜드’로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취·창업 전문 교육기관인 유디임팩트와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커피브랜드 히즈빈스를 운영 기관과 멘토로 두고, 12개 기업의 프랜차이즈 확장을 도왔다.
◇ 제조·가공·물류 표준화로 ‘예측 가능’한 지역상생 모델 구축
방앗간컴퍼니는 2014년 개업 이후 직영점 운영을 통해 제조·가공·물류의 표준화를 구축해왔다. 지역에서 공급된 농산물은 매장에서 개별 손질하지 않고, 식품제조가공 시설인 ‘하남팩토리’로 모인다. 이곳에서 전처리와 반찬·양념 제조가 표준 공정으로 이뤄지고, 정량화된 레시피에 따라 완성된 제품이 매일 새벽 각 매장으로 배송된다. 매장에는 소금, 설탕, 미원 같은 기본 조미료조차 두지 않는다.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동일한 맛과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결과다. 현재 서울숲시작점과 이화여대점, 서울고속터미널점 등 4개 직영점이 이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는 “초기에는 매장마다 전처리를 하다 보니 맛 편차와 인력 부담이 컸다”며 “공정을 중앙화하면서 매장이 늘어나도 품질과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지역 생산자에게 ‘예측 가능한 수요’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방앗간컴퍼니는 청송·예천·김해·나주 등 10개 지역에서 시니어클럽 등에 속한 150여 명의 어르신과 협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수매하는 구조만으로도 생산지에서는 다음 해 인력과 생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지역에는 이런 안정적인 수요가 가장 큰 안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이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매장 매출이 줄어든 대신 케이터링과 도시락, 명절 선물 세트로 판로를 다변화하면서 지역 농산물 소비의 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김 대표는 “매장 확장 속도보다 오래 유지되는 수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본질이라는 점을 그 시기에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 참여를 계기로, 분당 판교에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 ‘소일(Soil)’도 론칭했다. 소녀방앗간과 동일한 구조로 지역에서 공급받은 식재료를 활용해 취나물 파스타, 소이빈 리소토 등을 선보인다. 직영 구조의 한계를 넘어 가맹점 개설도 준비 중이다. 하남팩토리의 HACCP 인증과 가맹 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 등록을 병행하며, 내년부터 매년 3개 가맹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단순 외식 브랜드 확장이 아니라, 로컬푸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공익형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 관리형 스터디카페서 ‘원격 관리 시스템’으로 교육 격차 해소
교육 스타트업 별하가 운영하는 관리형 스터디카페 ‘프로젝트12’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례다. 별하는 ‘좋은 강사’나 ‘유명 콘텐츠’가 아니라, 공부를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표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교육 인프라가 특정 학군에 집중되면서 지역에 따라 교육 출발선이 달라지는 현실을 구조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이다.
프로젝트12에서는 학생이 입실하면 학습 진단부터 이뤄진다. 순공 시간, 집중 이탈 패턴, 자리 이탈 같은 학습 행동 데이터는 AI 기반 솔루션으로 수집·분석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사가 학습 방식과 관리 기준을 설계하고, 각 매장은 이를 실행한다. 지역이 달라도 학습 관리의 기준은 동일하다. 최호석 별하 대표는 “입시 콘텐츠는 넘치지만, 공부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 방식을 시스템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구조는 고용 방식도 바꿨다. 현장 관리자는 입시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 본사의 표준화된 매뉴얼과 시스템 덕분에 경력보유여성이나 취업준비생도 학습 매니저로 활동할 수 있다. 기술이 전문성의 문턱을 낮춘 셈이다. 별하는 매장 좌석의 10%를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을 위한 장학생 좌석으로 운영하며, 동일한 학습 관리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착한 기업은 영세하다’는 통념에도 도전하고 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에 따르면 참여 기업의 평균 매출 성장률은 150%를 넘었고, 누적 투자 유치액은 52억 원에 달한다. 신규 가맹점은 49곳, 신규 고용은 66명으로 집계됐다.
사업 운영과 멘토를 맡은 우영승 유디임팩트 본부장은 “경영인의 선한 의지에만 기대는 사회적 가치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이들 기업은 기술과 모델을 통해 시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고, 성장 과정에서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복제·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